종합문예지 ‘문학들’, 개신교의 극우화와 정치 관계 등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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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문예지 ‘문학들’, 개신교의 극우화와 정치 관계 등 조명
겨울호 나와 …기후 재난 현장도 다뤄
2025년 12월 08일(월) 18:55
문학들 겨울호(82호)
지난달 창간 2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가졌던 종합문예지 ‘문학들’이 겨울호(82호)를 펴냈다. 창간 20주년은 2000년 이후 광주 문학의 역사이자 중요한 ‘문화자산’의 의미를 갖는다. 지역 문화와 역사는 물론 문학의 텃밭을 일구고 활성화를 견인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플랫폼’의 역할도 담당한다.

이번 호 ‘좌표들’에서는 종교와 정치를 주제로 한 글이 눈에 띤다. ‘좌표들 한국 극우의 논리: 종교와 정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진다한 글이 실렸다.

김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 연구교수는 ‘근대 세계의 내면에서 깨어난 종교 권력의 욕망: 한국 개신교 극우화의 역사와 서사’라는 글에서 “개신교는 정치에 이용당하면서 정치를 이용해 왔다”고 본다.

그는 “극우화란 정치와 종교가 각각의 가치 자율성을 잃고 양자는 거의 완벽하게 일치되어 민주적 정치 사회를 위협하는 병리적 사태라고 할 수 있다”며 “보수 개신교회들은 정치 영역에 극우 이념을 가공하여 제공하는 생산자이자 극우 행동주의의 훈련소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정치와 종교 간의 건전한 분업적 관계를 통한 사회 통합의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정치 사회적 과제를 안게 되었다”며 “종교를 사적 영역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공성 안에서 재통합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정용택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는 극우 개신교가 극우 파시즘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극우 개신교가 대규모 집회를 주도하며 한국 개신교 전체를 대표하는 듯한 모습을 나타냈다고 본다.

정 교수는 “극우 개신교가 특히 위험한 까닭은 이들이 사회적 파시즘의 조건 속에서 성장하여 제도권 보수와 결탁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내부에서 잠식할 수 있는 파시즘적 운동이라는 사실에 있다”며 “이들은 민주주의 언어를 사용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치를 무력화하기에 더욱 교묘하고 위험하다”고 밝혔다.

극우 파시스트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정 교수는 “극우 개신교의 반민주적 본성을 직시하고 지금 여기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재확인함으로써 포스트-신자유주의적인 새로운 사회 계약을 복원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극우 개신교의 반민주적 담론과 행위에 대한 시민 사회의 지속적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적 배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사회 경제적 대안 모색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호에는 기후 재난 현장을 다룬 ‘광주IN문학’도 의미있는 글이 실렸다. 사실 기후 재난과 관련해서는 행정의 경계는 의미가 없다. 전 지구적이며 한편으로 재난의 강도와 영향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기쁨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은 ‘농부의 감각: 남도의 삶과 기후 재난’에서 농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긍정적이지도 비관적이지 않는 톤으로 말한다. 유 연구원은 “기후 위기 시대의 농사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며 “뭇 존재의 숨을 감각하며 하늘과 땅의 장단에 맞추어 농사 짓던 이들의 경험을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숙정 경북대 사회학과 강사는 ‘기후 위기 시대, 감골면의 풍경과 농업의 전환’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감각과 수치를 매개로 오늘날 농촌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이색적인 코너도 있다. ‘질문들 86세대에게 묻는다. 이 시대 다시 읽어야 할 작품이라면?’에서는 김형중 평론가가 이창동의 ‘끈’을, 박형준 시인은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 조경란 소설가는 임철우의 ‘사평역’을 든다.

이밖에 문인들의 다양한 시, 소설도 만날 수 있다. 시에는 강혜원, 구윤재, 김뉘연, 김석윤, 김중일, 서윤후, 이대흠 등의 시인의 작품이 게재됐다. 소설에는 김나현, 김엄지, 정용준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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