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이일속 지음
  전체메뉴
계엄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이일속 지음
2025년 12월 05일(금) 00:00
2024년 12월 3일, 국회에 계엄군이 들이닥친 그 새벽은 한국 민주주의의 심장부를 뒤흔든 사건으로 남아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들어가기 위해 담을 넘고, 시민들은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해 군용차와 총구 앞에 섰다. 연말과 새해에 대한 설렘이 아닌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이들의 응원봉 불빛이 추운 겨울의 거리를 덮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로 국가는 가까스로 회복력을 증명했지만 사태의 진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일속은 ‘계엄으로 보는 한국현대사’을 통해 12·3비상계엄은 비정상적 대통령의 우발적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한국 민주주의는 1987년 체제 이후 성숙을 이뤘지만, 동시에 권위주의적 회귀의 흐름 역시 꾸준히 잠재돼 있었다는 것이다.

책은 12·3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 해방 이후 계엄의 역사를 처음부터 짚는다. 미군정 아래 1946년 대구에서 내려진 첫 계엄, 정부 수립 직후 여순사건과 제주 4·3에서의 계엄령, 6·25 전쟁기와 이승만 정권의 ‘부산정치파동’ 등 계엄은 늘 국가 위기를 핑계로 국민의 자유를 제약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5·16 쿠데타와 박정희 체제의 6·3계엄·유신 비상계엄, 신군부가 무력 장악에 이용한 10·26계엄과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 등은 계엄이 언제나 권력의 손에서 위험하게 변주되어 왔음을 드러낸다.

저자는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 선진국을 자부해온 한국 사회가 되짚어야 할 중대한 경고였다고 강조한다. 전쟁과 계엄이 개인의 자유와 일상을 어떻게 파괴해 왔는지, 한국 현대사가 남긴 기록을 통해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갸날·1만75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