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 새뮤얼 W. 프랭클린 지음, 고현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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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 새뮤얼 W. 프랭클린 지음, 고현석 옮김
2025년 06월 13일(금) 00:00
창의성은 언제부터 미덕이 되었을까. 누군가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창의적인 사람을 원한다. 수업 시간에, 직장 회의에서, 기업 전략과 광고 슬로건, 교육정책과 도시 개발의 키워드까지. 우리는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너무 자주, 너무 당연하게 말한다. 하지만 창의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는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문화사 연구자 새뮤얼 W. 프랭클린의 ‘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는 창의성이라는 익숙한 단어에 낯선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창의성이 인류 보편의 자질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사회가 만들어낸 가치라고 말한다. 당시 미국은 전쟁 승리의 이면에 도사린 비인간적 기술력, 대중매체의 포장된 풍요, 관료제의 무력함, 소비주의의 공허함을 마주하며 ‘획일화’라는 불안을 느꼈고, 이를 뒤집을 개념으로 ‘창의성’에 열광했다. 창의성은 그렇게 시대의 불안을 완화하고, 인간적 가치를 회복하려는 도구로 호출되었다.

책은 창의성 개념이 확산된 경로를 다각도로 추적한다. 심리학계는 IQ와는 다른 창의성 지수를 고안해내며 누구나 창의적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기업은 직원들의 자율성과 열정을 끌어내는 ‘브레인스토밍’을 도입했다. 광고업계는 소비의 피로를 창의성으로 돌파하려 했고, 교육계 또한 모든 아이에게 창의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모범생의 기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책은 창의성이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을 위해 기능해왔는지를 조명한다. 저자가 건네는 질문은 창의성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벗어나, 그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고 소화할 것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해나무·2만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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