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종·물길 고려 않은 탁상행정식 설계…불량 어도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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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종·물길 고려 않은 탁상행정식 설계…불량 어도 양산
물길 끊긴 魚道 생태계도 끊겼다 <3> 설계부터 엉망…관리도 부실
설계과정 환경전문가 참여 안해
‘불량 어도’ 전남에만 112개
전문 인력 부재·지속 점검 미흡
‘유명무실’ 어도 개선 대책 시급
2025년 06월 13일(금) 10:00
순천시 구강리에 있는 어도에 물이 흐르지 않고 입구와 출구가 수풀로 뒤덮여 있다(왼쪽).
물길인 어도가 제 기능을 못 하는 데는 전문 인력 부재 등으로 어도 설계에 반영되는 주변 환경 조사부터 부실한 데다, 미흡한 수시 점검 등이 맞물리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도 점검 및 관리 체계에 대한 구체적 조항·사후 보강 의무 등도 명확하지 않고 개·보수를 위한 예산 지원도 원활하지 않다보니 농어촌공사와 지자체가 형식적으로 관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어도를 방치하는 수준으로 내버려뒀다는 것이다.

◇부실 설계…전문 인력 부재=12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광주·전남 ‘불량’ 어도 114곳을 평가하면서 ▲입구·출구 낙차 ▲경사도 ▲(어도) 내부·측벽 상태 ▲어도 형식 등을 기준으로 삼아 항목별로 점수(1~10점)을 부여한 뒤 총점 25점 이하는 ‘불량’, 40점 이상은 ‘양호’로 분류하고 있다.

주변 하천 지형, 어종 생태, 유속·수위 등은 고려하지 않고 구조적 평가만으로 기능을 평가하다보니 현장과 맞지 않는 탁생행정식 어도 설계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평군 나산면 구산리 어도는 물고기가 오르지 못할 만큼 30㎝ 이상 낙차가 있다.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불량’ 어도가 전남지역에만 장성(20개)·해남(15개)·순천(14개)·강진(12개)·담양(11개)·화순(10개)·보성(7개)·구례(6개)·곡성(5개)·장흥·나주(이상 3개)·영광·함평(이상 1개) 등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점과 무관하지 않다.

생태학적 관심 자체가 낮았던 예전과 달리, 최근 어도의 필요성이 조명되기 시작했는데, 정작 제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내수면어업법이 지난 2013년 개정되면서 5년마다 ‘어도종합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이 마련됐고 국가어도정보시스템을 통한 어도 현황 조사·관리 체계도 갖춰졌지만 한계는 여전한 실정이다.

어도 제작 과정에서도 현재 국내에 표준화된 어도 구조물은 4가지(계단식·도벽식·아이스하버식·버티컬슬롯식)로 제한되면서 하천 지형과 환경, 수위, 유속 등이 다양한 한국의 하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대부분의 지적이다.

계단식 어도는 구조가 단순하고 시공이 간편하지만, 내부 흐름이 고르지 않고 순환류(소용돌이)가 생겨, 도약력과 유영력이 좋은 어종만 이용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도벽식 어도도 벽을 지그재그로 배치해 흐름을 유도하지만, 유속이 너무 빨라 수심 확보가 어렵고, 수심이 20cm 이상일 경우 빠져나가는 물의 양이 많아 용수손실이 크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이런데도 설계 과정에서 어도를 통해 이동할 회귀성 어종의 종류와 생태, 하천 유형 등을 검토할 전문 인력도 참여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미흡한 수시 점검, 어도‘ 있으나마나’ 방치 = 어도 관리를 규정하는 ‘내수면어업법’이 지난 2005년 개정됐지만 당시에도 어도가 설치되지 않은 기존 댐에 대한 추가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보강하는 등의 조치가 반영되지 않았고 관리 주체도 구체적이지 않았는데, 현재도 비슷한 실정이라는 게 환경단체 등의 지적이다.

또 어도 관리 업무가 시장·군수·구청장으로 넘어갔음에도, 예산 등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열악한 자치단체 여건상 형식적인 관리 업무를 떠안고 있는 구조다. 사후 점검을 지속적으로 할 인력은 커녕, 전당 인력조차 없는 곳이 부지기수다.

농어촌공사도 명확한 관리 의무를 갖고 있음에도 “주요 업무는 농업 용수 공급이라, 제한된 인력과 예산으로는 어도 설치 및 관리 의무에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환경단체 등은 “어도를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지역의 생태·관광 자원으로 인식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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