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펑크’날까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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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펑크’날까 긴장
중국 자본 수익 우선 경영 기조
화재 이후 지역사회와 대화 단절
곡성·평택에 인력 재배치 움직임
신규 공장 설립 포기할까 우려
광주 경제·노동계 “먹튀 막아야”
2025년 06월 12일(목) 20:20
지난달 17일 발생한 대형 화재로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광주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한달째가 돼 가는 12일 공장이 폐허로 방치돼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최대 주주가 중국계인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폐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역 경제계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자본 특유의 수익 우선 경영 기조에 따른 신규 공장 설립 포기 우려와 곡성·평택 등 타 지역 공장으로의 인력 재배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12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17일 발생한 대형 화재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함평 빛그린산단으로의 공장 이전 없이 장기 방치되거나 폐쇄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2018년 중국 더블스타(Double Star)에 인수된 이후 줄곧 함평 빛그린산단으로의 공장 이전을 추진해 왔지만, 이번 화재 이후 사고 수습에 집중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더블스타의 지역사회와 소통 부족, 공식적인 책임자 부재 등은 ‘먹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재 이후 금호타이어 측은 지역사회와 대화 채널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사고 수습의 총괄 주체도 불분명한 상태다.

결국 참다못한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10~11일 중국 더블스타 본사를 방문해 2500여 노동자 고용·생계 문제, 광주공장 이전과 신공장 건설을 위한 재원 지원 등을 요청했으나, 더블스타는 “계획을 제출하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더블스타는 칭다오성투그룹 등 자사 투자자들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할 뿐, 광주공장 화재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나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조와 더블스타 간 협상마저 겉돌면서 금호타이어가 지난 11일 광주시에 ‘다음 달 중 공개하겠다’고 밝힌 화재 수습 로드맵 역시 신공장 건립 계획 등이 빠진 ‘속 빈 강정’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금호타이어는 그동안 공장 이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국토교통부 법령상 ‘공업용지’를 ‘상업용지’로 전환하려면 공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법적 요건이 이번 화재로 사실상 충족됐음에도 신규 공장 이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업용지가 상업용지로 풀리면 대규모 택지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지가가 크게 상승한다.

이 때문에 광주공장 안팎에서는 인력 재배치와 구조조정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인력을 곡성·평택 공장으로 재배치하고, 잔여 인원에 대해서는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한편 광주공장은 장기 방치한 후 부지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또 광주공장 신축 또는 이전 계획을 중단하는 대신, 곡성·평택 공장의 설비 증설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광산구 등 관할 자치단체에서는 광주공장의 생산 기능을 타 공장으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광주공장이 해체될 가능성 등에도 대비하고 있다.

수익을 최우선하는 중국 자본 성향상 1조원 이상의 자본을 투입해 신규 공장을 짓는 것보다 광주공장 부지를 고가에 매매하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에선 광주공장을 장기간 방치한 뒤 도심 내 대규모 폐허 부지에 대한 활용 여론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공장부지 매매에 나설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내놓고 있다. 광주공장 주변 송정역세권을 중심으로 복합 개발 특구 조성 논의를 본격화하고, 공장 부지에 대한 민간 개발 요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구조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광주 군 공항 이전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인근 부동산 가치가 급등하고 금호타이어 부지 역시 투기적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역 경제계와 광산구 등도 금호타이어가 실질적인 대응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 주목하고, ‘먹튀’ 가능성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광주시와 광산구는 현재 공장 방치, 공장 해체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앞서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안전치안 점검회의(화상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지난달 현장을 직접 방문했던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와 관련해 조기 수습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이나, 궁극적으로는 새 공장 건설 문제가 핵심”이라며 “정부와 산업은행도 이 사안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현재는 화재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으로, 다른 계획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금호타이어는 국내 경영진이 독립적 책임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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