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휴식처 골든게이트 파크 예술과 하나되다
도시를 살린 ART 투어리즘 선진현장을 가다 <13> 공원 속 미술관
골든게이트 ‘드 영 미술관’
17세기부터 현재까지 회화 조각 등 5000여 작품 소장
미술관 옆 44m 전망대 타워 야외 조각공원 관람객 발길
링컨 파크 ‘리즌 오브 아너’
1915년 프랑스 파빌리온 모델 신고전 건축양식
로댕 생각하는 사람 등 6000여년 문화인류사 한눈에
골든게이트 ‘드 영 미술관’
17세기부터 현재까지 회화 조각 등 5000여 작품 소장
미술관 옆 44m 전망대 타워 야외 조각공원 관람객 발길
링컨 파크 ‘리즌 오브 아너’
1915년 프랑스 파빌리온 모델 신고전 건축양식
로댕 생각하는 사람 등 6000여년 문화인류사 한눈에
![]()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공원에 자리하고 있는 드 영(de Young)미술관은 스위스 출신의 유명 건축가 헤르조그 앤 드뫼롱가 설계한 세계적인 미술관이다. 구리로 마감된 건물 외관과 뒤틀린 형태의 44m 전망대 타워(오른쪽) 그 자체가 작품이다. <사진=위키피디아> |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샌프란시스코에는 골든게이트 파크(Goldengate Park, 이하 골든게이트)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 골든게이트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뉴욕을 가본 적이 없더라도 센트럴파크는 익히 잘 알고 있지만 골든게이트는 생소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든게이트의 면면을 살펴 보면 결코 센트럴파크가 부럽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공원 면적이 총 1017 에이커(412ha)로 센트럴파크의 843에이커(341ha)보다 넓다. 한해 방문객도 2400만 명에 달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제2 공원인 링컨 파크(Lincoln Park)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비록 규모는 100에이커(40ha)로 크지 않지만 연간 방문객이 200만 명에 이르는 ‘작지만 강한 공원’이다.
이들 공원이 인기가 많은 건 무엇보다 접근성이다. 도심에서 자동차로 20~30분 거리에 위치한 데다 골든게이트는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이 조깅이나 산책 장소로 이용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는 ‘예술을 품고 있는 공원’이기 때문이다. 골든게이트에는 ‘드 영 미술관’(de Young Museum, 드 영)이, 링컨공원에는 ‘리즌 오브 아너’(Legion of Honor·명예의 전당)가 각각 자리해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먼저, 골든게이트는 리치몬드(Richmond)와 선셋(Sunset)지구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말이 공원이지 하늘 높이 솟은 나무와 다양한 꽃들이 우거져 식물원을 연상케 한다. 방대한 공원에는 호수, 음악홀,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등 16개의 시설들이 들어서있다.
그중에서도 핫플레이스는 드 영이다. 공원의 북쪽 입구에서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모던한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44m 높이의 전망대타워(Observatory Tower)와 2층 건물이 주변의 유칼리 나무와 어우러져 독특한 아우라를 풍긴다. 런던의 뉴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설계한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헤르조그 & 드뫼롱은 지난 2005년 드 영 미술관 재단의 의뢰를 받고 구리판을 소재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들의 계단식 벽돌건물 ‘지구라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유니크한 건물을 탄생시켰다.
◇박람회 행사장이 도시 유산으로
뉴 테이트 모던과 다른 점은 가까이서 보면 타워가 살짝 뒤틀린 듯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녹색빛이 감도는 동판과 미술관 인근에 식재된 수려한 나무들이 빚어내는 하모니는 깊은 인상을 준다. 건물 중간 중간에 바깥의 자연 풍광을 끌어 들이는 유리창과 마름모의 중정 덕분에 전시실을 이어주는 통로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원래 드 영은 1895년 전 세계의 인류문화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미술관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89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박람회에서 행사장으로 사용됐던 공간을 당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발행인 드 영(M.H de Young)이 도시의 유산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에 따라 건립된 것이다.
17세기부터 현재까지 미국·아프리카·아시아 지역의 회화·조각 작품과 텍스타일 등 5000 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미술과 21세기 현대미술, 800여 점의 조각 컬렉션은 독보적이다. 2층 건물로 밖에서 보면 전시장 면적이 크지 않을 것 같지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설계자의 역량 덕분에 60여 개의 전시실과 도서실을 갖춰 미국의 팝아트에서부터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미술에 이르기까지 1000여 점의 회화 컬렉션등이 나라별,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의 드 영이 있기까지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새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구리판으로 외벽 전체를 덧입힌 건물과 뒤틀린 형태의 전망 타워가 낯선 시민들은 공원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마치 파리의 에펠탑이 처음 일반에 공개됐을 때 도시의 흉물이라는 거센 비판에 시달린 것처럼 말이다. 2억 달러의 거금을 들인 미술관 신축 프로젝트가 오히려 공원 미관을 훼손했다며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하지만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샌프란시스코의 유일한 미술관이라는 차별성과 건축계로부터 독창적인 미학이 담긴 건축물이라는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개관 20여 년 만에 골든게이트의 아이콘이자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로 불리게 됐다. 특히 미술관 옆에 서 있는 전망대 타워에는 공원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를 조망할 수 있는 명소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드 영은 ‘한 지붕 세가족’이라는 이색적인 공간 구성이 강점이다. 전시실과 타워는 물론 야외의 조각공원이 각각 독립적인 ‘미술관’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800여 점의 조각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측은 카페 옆 정원에 게르하르트 리히터, 제임스 터렐, 앤디 골드워시, 키키 스미스, 클래스 올덴버그, 구스타프 크라이츠 등 스타 작가들의 작품들을 배치해 ‘지붕없는 갤러리’를 꾸몄다. 수많은 작품을 감상하느라 피로가 쌓인 관람객들은 카페에 앉아 정원에 설치된 명작들을 즐기는 등 또 하나의 예술여행을 떠난다.
◇‘작지만 강한 공원’ 링컨 공원
골든게이트와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링컨공원(Lincoln Park)에도 보석 같은 미술관이 있다. 드 영과 밀접한 관계인 ‘리즌 오브 아너’이다. 드 영이 큰집이라면 리즌 오브 아너는 ‘작은 집’인 패밀리 미술관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샌프란시스코 미술재단’을 설립하면서 미술관을 통합시켜 한 장의 티켓으로 두 곳을 관람할 수 있는 마케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포터필드(Potter’s Field) 등에서 전사한 무명용사를 포함한 2만9000기의 유해가 안장된 시립공원묘지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유지이자 자선사업가였던 알마 스프렉켈스(Alma de Bretteville Spreckels)는 적막한 공원을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가꾸기 위해 사업가인 남편을 설득해 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프랑스로부터 기금을 받아 1924년에 완공했다.
건물 외관은 1915년 샌프란시스코 박람회의 프랑스 파빌리온(전시관)을 모방한 신고전양식으로 지어져 프랑스 분위기가 강하다. 미술관 입구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루브르의 유리피라미드가 자리해 마치 프랑스의 미술관을 보는 듯하다. 그리스 미술 등 6000여 년의 문화인류사를 살펴볼 수 있는 컬렉션 가운데 드 영으로부터 이관받은 유럽회화 컬렉션과 고대미술, 장식미술 등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세기의 컬렉션은 매년 전 세계에서 150만 여 명을 불러 들이는 샌프란시스크의 문화자산이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 링컨 공원에 들어서 있는 ‘레전드 오브 아너’ 미술관은 6000년의 인류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
그중에서도 핫플레이스는 드 영이다. 공원의 북쪽 입구에서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모던한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44m 높이의 전망대타워(Observatory Tower)와 2층 건물이 주변의 유칼리 나무와 어우러져 독특한 아우라를 풍긴다. 런던의 뉴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설계한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헤르조그 & 드뫼롱은 지난 2005년 드 영 미술관 재단의 의뢰를 받고 구리판을 소재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들의 계단식 벽돌건물 ‘지구라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유니크한 건물을 탄생시켰다.
![]() 미술관의 야외 풍경을 실내로 끌어 들이기 위해 설계된 중정. |
뉴 테이트 모던과 다른 점은 가까이서 보면 타워가 살짝 뒤틀린 듯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녹색빛이 감도는 동판과 미술관 인근에 식재된 수려한 나무들이 빚어내는 하모니는 깊은 인상을 준다. 건물 중간 중간에 바깥의 자연 풍광을 끌어 들이는 유리창과 마름모의 중정 덕분에 전시실을 이어주는 통로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원래 드 영은 1895년 전 세계의 인류문화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미술관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89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캘리포니아 박람회에서 행사장으로 사용됐던 공간을 당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발행인 드 영(M.H de Young)이 도시의 유산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에 따라 건립된 것이다.
17세기부터 현재까지 미국·아프리카·아시아 지역의 회화·조각 작품과 텍스타일 등 5000 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미술과 21세기 현대미술, 800여 점의 조각 컬렉션은 독보적이다. 2층 건물로 밖에서 보면 전시장 면적이 크지 않을 것 같지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설계자의 역량 덕분에 60여 개의 전시실과 도서실을 갖춰 미국의 팝아트에서부터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미술에 이르기까지 1000여 점의 회화 컬렉션등이 나라별,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의 드 영이 있기까지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새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구리판으로 외벽 전체를 덧입힌 건물과 뒤틀린 형태의 전망 타워가 낯선 시민들은 공원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마치 파리의 에펠탑이 처음 일반에 공개됐을 때 도시의 흉물이라는 거센 비판에 시달린 것처럼 말이다. 2억 달러의 거금을 들인 미술관 신축 프로젝트가 오히려 공원 미관을 훼손했다며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 프랑스 건축양식의 ‘레전드 오브 아너’ 전경. 정문 앞에 설치된 유리 피라미드가 인상적이다. |
드 영은 ‘한 지붕 세가족’이라는 이색적인 공간 구성이 강점이다. 전시실과 타워는 물론 야외의 조각공원이 각각 독립적인 ‘미술관’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800여 점의 조각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측은 카페 옆 정원에 게르하르트 리히터, 제임스 터렐, 앤디 골드워시, 키키 스미스, 클래스 올덴버그, 구스타프 크라이츠 등 스타 작가들의 작품들을 배치해 ‘지붕없는 갤러리’를 꾸몄다. 수많은 작품을 감상하느라 피로가 쌓인 관람객들은 카페에 앉아 정원에 설치된 명작들을 즐기는 등 또 하나의 예술여행을 떠난다.
![]() 드 영 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에 설치된 조각가 구스타프 크라이츠의 ‘사과’(Apples·2005년) |
골든게이트와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링컨공원(Lincoln Park)에도 보석 같은 미술관이 있다. 드 영과 밀접한 관계인 ‘리즌 오브 아너’이다. 드 영이 큰집이라면 리즌 오브 아너는 ‘작은 집’인 패밀리 미술관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샌프란시스코 미술재단’을 설립하면서 미술관을 통합시켜 한 장의 티켓으로 두 곳을 관람할 수 있는 마케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포터필드(Potter’s Field) 등에서 전사한 무명용사를 포함한 2만9000기의 유해가 안장된 시립공원묘지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유지이자 자선사업가였던 알마 스프렉켈스(Alma de Bretteville Spreckels)는 적막한 공원을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가꾸기 위해 사업가인 남편을 설득해 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프랑스로부터 기금을 받아 1924년에 완공했다.
건물 외관은 1915년 샌프란시스코 박람회의 프랑스 파빌리온(전시관)을 모방한 신고전양식으로 지어져 프랑스 분위기가 강하다. 미술관 입구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루브르의 유리피라미드가 자리해 마치 프랑스의 미술관을 보는 듯하다. 그리스 미술 등 6000여 년의 문화인류사를 살펴볼 수 있는 컬렉션 가운데 드 영으로부터 이관받은 유럽회화 컬렉션과 고대미술, 장식미술 등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세기의 컬렉션은 매년 전 세계에서 150만 여 명을 불러 들이는 샌프란시스크의 문화자산이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