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린 ART 투어리즘 선진현장을 가다<10> 샌디에이고 발보아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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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살린 ART 투어리즘 선진현장을 가다<10> 샌디에이고 발보아파크
미술관·동물원·식물원이 어우러진 ‘도심문화공원’
17개 미술관, 7개 공연장, 식물원 등
자연과 조화 이룬 70여개 문화시설
예술·자연·힐링 공존 ‘관광 1번지’
시간적 여유 있다면 테마별 관광 추천
2023년 11월 20일(월) 19:50
샌디에이고의 관광1번지로 불리는 발보아파크(Balboa Pakr)에는 17개의 미술관과 식물원, 정원, 공연장 등 70여 개의 문화관련시설이 들어서 있다. 관광객들의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은 식물원 전경. <샌디에이고 관광청 제공>
LA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의 샌디에이고는 캘리포니아에서 2번째로 큰 도시다. 연중 온화한 날씨와 바다를 끼고 있는 자연경관은 미국인들이 은퇴후 살고 싶어하는 로망의 대상이다. 그래서인지 인구 140여 만 명의 도시에 미 전역을 포함해 한해 평균 2880만 명(2022년 샌디에이고 관광청 통계)이 다녀간다.

여기에는 뉴욕 센트럴파크보다 규모가 큰 ‘발보아파크’(Balboa Park)를 비롯해 라호야 해변(La Jolla Cove), 샌디에이고 동물원, 올드 타운, 시포트 빌리지(Seaport Village) 등 핫플레이스들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도심문화공원’ 발보아파크는 샌디에이고 방문객이라면 반드시 다녀가는 관광 1번지다.

관광객들이 발보아파크의 아이콘인 릴리연못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샌디에이고에 도착한 이튿날, 다운타운에서 1.5마일 떨어진 발보아파크로 향했다. 소문난 명소들을 뒤로 하고 가장 먼저 공원을 찾은 이유는 미술관, 박물관, 정원, 동물원, 과학센터, 음악홀 등 수많은 볼거리들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어서다. 12만 에이커(490ha)에 이르는 방대한 부지에 17개의 미술관, 7개의 공연장, 산책로, 스페인 아트 빌리지, 18개의 정원 등 70여 개의 ‘공간’들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시가 1977년부터 국가역사경관지구(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해 건물과 사적지에 대한 보호를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샌디에이고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르네상스시대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발보아공원 입구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르네상스풍의 이국적인 건축물이었다. 순간, 미국이 아닌 유럽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오래된 건물들이 방문객을 맞았다. 싱그러운 야자수와 중세시대의 성당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움직이는’ 그림엽서를 보는 듯 아름다웠다. 그중에서도 ‘범상치’ 않은 포스를 뽐내고 있는 2층 건물이 시선을 잡아 끌었다. 바로 발보아파크의 문화1번지로 불리는 ‘샌디에이고 미술관’(San Diego Museum of Art, SDMA)이었다.

지난 1926년 2월 문을 연 SDMA는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으로 고풍스런 외관이 인상적이다. 1915년 중앙 아메리카를 관통하는 파나마운하의 개통을 기념한 캘리포니아박람회가 미술관 건립의 씨앗이 됐다.

발보아 파크의 열린 미술관인 야외조각공원은 알렉산더 칼더, 데이비드 스미스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당시 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열린 다양한 기념이벤트 가운데 하나가 대규모 미술전시였다. 샌디에이고가 해양도시와 산업도시만이 아닌, 문화도시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유럽 회화와 스페인 미술을 기획한 게 계기가 된 것이다. 스페인 미술을 포함시킨 건 발보아파크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스페인 출신 항해사 바스코 뉴네즈 데 발보아(Vasco Nunnez de Balboa)였기 때문이다.

박람회가 폐막되자 샌디에이고시와 저명인사, 시민들이 ‘미술관 건립’에 한목소리를 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퀄리티 높은 전시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시민들은 문화향유를 위한 ‘영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며 1922년 미술관 신축을 위한 대대적인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지역의 기업가, 자선사업가 등을 중심으로 기금을 모은 샌디에이고시는 현재의 자리에 터를 잡고 1924년 역사적인 기공식을 가졌다.

미술관으로 들어서면 마치 대저택의 거실에 온 듯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2층 규모의 전시장이지만 양 옆으로 길게 설계된 건물의 특성 때문에 시대별 명작들이 관람객의 동선에 맞춰 도미노처럼 펼쳐진다. 기원전 3000년부터 현대에 이르는 2만 여점의 컬렉션 가운데에는 스페인의 거장 엘 그레코, 고야의 르네상스시대에서부터 바로크미술,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근현대미술, 드로잉, 조각, 설치, 사진 등이 포함돼 있다.

발보아파크 정문 입구에 자리한 샌디에이고 미술관 전경. 기원전 300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2만 여점의 화려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알리샤 켈리(Alyssa Kelly) 수석큐레이터는 “6000여 년에 걸친 미술사를 아프리카·오세아니아, 북미(아메리칸 아트), 동아시아, 1900년 이전 유럽, 남동아시아, 근현대, 판화, 조각 등 12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한 SDMA의 컬렉션은 관람객들에게 미적 체험의 기회를 선사한다”면서 “발보아파크는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어 연간 1500만 명이 다녀간다”고 말했다.

또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에서나 볼 수 있는 ‘한국관’도 지하 1층에 마련돼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SDMA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대한불교조계종과 손잡고 한국의 전통회화 50여 점을 선보이는 특별 기획전 ‘생의찬미’(Korea in Color:A Legacy of Auspicious Images, 10월28~2024년 3월3일)을 개최해 미 전역에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중이다.

이처럼 발보아파크가 글로벌 관광지로 변신한 데에는 수십 여 개의 문화·과학·휴양시설에서 일년 내내 전시와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타워에 들어선 샌디에이고 인류 박물관(San Diego Museum of Man), 플리트 과학 센터(Fleet Science Center), 우주&항공 박물관(Air & Space), 사진 예술 뮤지엄(Museum of Photographic Arts), 샌디에이고 역사&모형철도 박물관 등 미술관의 면면도 화려하다.

특히 세계 최대규모로 꼽하는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판타지 공간이다. 캘리포니아 박람회 폐막 이듬해인 1916년 건립된 동물원은 100에이커(40ha)에 650종 약 4000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으며 아프리카 사바나, 인도 초원, 북쪽 툰드라 지대 등 ‘야생 그대로’의 자연환경을 꾸며놓은 게 특징이다.

뭐니뭐니해도 발보아공원의 진가는 ‘장소성’이 잘 드러나 있는 수련연못(Lily Pond), 식물원 빌딩(Botanical Building) 등 각양각색의 ‘녹색 공간’들이다. 또한 더불어 세월의 두께가 느껴지는 고건축물과 성당 등은 관광객들의 포토존이나 예비부부들의 웨딩촬영장소로도 인기가 많다.

샌디에이고 관광청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이들은 미술관, 정원, 건축물, 공연 등 테마별로 날짜를 정해 3~4일 ‘깊이있게’ 둘러보기도 한다”면서 “발보아파크를 포함한 다양한 볼거리와 관광편의시설 덕분에 2022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관광객들이 지출한 여행경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총 14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샌디에이고=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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