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국내산 흑염소 가격…축산농가 ‘흑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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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국내산 흑염소 가격…축산농가 ‘흑빛’
보양식 수요 늘어도 산지값 하락…축협 경매가 ‘반토막’
유통·생산 이력제 없어 수입산 등 출처 불명 고기 유통
식당가 “물량 많고 가격 안정적인 수입산 쓰는 게 현실”
2025년 07월 15일(화) 21:10
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개 식용 금지법 시행으로 복날 여름 보양식인 염소고기를 찾는 수요가 몰리고 있으나, 정작 염소 값은 반토막이 나 전남 축산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전국 최대 염소 사육지역인 전남 축산 농가의 경우 소, 돼지와 달리 염소는 축산물이력제에도 포함되지 않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어 가격이 시시각각 요동치고, 출처불명의 염소 고기가 유통되는 등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15일 화순 축협 경매장에 따르면 염소의 ㎏당 낙찰가(거세염소 기준)는 지난 8일 9136원으로 1년 전(10월 9일) 1만 9306원에 견줘 반토막이 났다.

강진 경매장에서는 지난 7일 염소가 ㎏당 8599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 1월 평균 낙찰가인 1만 9235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보성 경매장에서도 지난해 평균 ㎏당 2만원대였던 염소 낙찰가가 올해 1만1000원대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소 산지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염소 산지 가격은 지난 2018년 3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마리당 100만원까지 치솟더니 올해 3월부터 산지 가격이 급락, 이달 기준 마리당 72만원에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28% 나 하락했다.

강진군에서 염소를 키우는 김동선씨는 “농가에서 가격을 조절할 능력도 없고 가격이 오르든 떨어지든 마냥 키울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치고 있다”며 “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중간 상인들이 비쌀 때 샀던 염소를 재고로 쌓아두고, 물량이 안 풀리다 보니 가격이 더 내려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시의 한 염소 식당 대표는 “염소를 구입해 오는 가격이 지난 여름보다 15~20% 이상 떨어지면서 가격을 어떻게 매겨야 할지도 혼란스럽다”며 “단가를 안정적으로 맞추려다 보니 국내산은 안 쓰게 되고, 물량이 많고 가격 변동폭이 적은 호주산 수입 염소고기를 쓰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불안정한 가격 변동 때문에 국내산보다 수입산 염소를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축산업계는 염소 가격 낙폭이 큰 이유로 국가적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닭, 오리, 소, 돼지 등이 산업 동물로 지정돼 국가가 유통과 생산 등에 관여하는 것과 달리, 염소, 사슴 등 ‘기타 가축’들은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염소 사육두수가 증가한 반면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점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남도 분석이다.

농가와 축협에서는 염소는 이력제가 없어 개체 출처, 이동 경로, 소비처 등 유통 이력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제기했다. 유통하는 상인들 말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어 축산물품질평가원, 농림부 등 공적 시스템 기반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격이 폭락해도 원인을 어림짐작만 할 수 있을 뿐, 구체적인 원인 분석을 할 수도 없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특히 전남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염소를 사육하고 있는 만큼, 관리 체계를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3년 말을 기준으로 전남의 염소 사육 마릿수는 10만 3792마리로, 전국 42만 3430마리 중 24.5%를 차지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염소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50㎏ 거세염소 한 마리당 70∼80만원의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염소 산업을 브랜드화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등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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