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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스케일 조형물…해변에 예술 정취를 더하다
(11) 해변 옆 미술관
풍경 즐기는 도심 속 쉼터 ‘씨포트 빌리지’
핀고트 엠바라카데로 조각 ‘생선가시’ 설치
2차 세계대전 흔적 고스란히 ‘USS 미드웨이 박물관’
항공모함 옆 조형물 일명 키스상 ‘무조건 항복’ 눈길
캘리포니아 대표하는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
2023년 11월 23일(목) 19:00
샌디에이고의 다운타운에 자리한 ‘씨포트 빌리지’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마리나 공원과 70여 개의 상점, 레스토랑 등이 옹기 종기 모여 있어 테마파크를 연상시킨다. 목재로 만들어진 다리 위에 세워진 빅토리아풍의 주택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샌디에이고는 팔색조의 매력이 살아 숨쉬는 도시다. 온화한 날씨와 빼어난 자연경관, 수십 여개의 미술관과 공연장 등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시내 중심가(다운타운)는 물론 도시 외곽에 펼쳐진 해변에는 독특한 조형미와 압도적인 스케일의 조각상들이 자리해 샌디에이고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수많은 요트가 정박해 있는 다운타운과 ‘캘리포니아의 낙원’으로 불리는 라호야 해변(La Jolla Cove)가 대표적인 곳이다.

샌디에이고만(灣)과 인접한 다운타운에는 유명 관광지인 ‘씨포트 빌리지’와 ‘USS 미드웨이 박물관’, 여기에 ‘한점 미술관’으로 통하는 ‘조건없는 항복’(Unconditonal Surrender)이 들어서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샌디에이고를 찾은 여행자들이 숙소에서 짐을 풀자 마자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있다. 올드타운과 바다가 이웃해 있는 다운타운이다. 도보로 10~20분 거리이내에 ‘리틀 이탈리아’ (Little Italy), ‘씨포트 빌리지’(Seaport Village), 가스램프 쿼터 등 관광명소들이 늘어서 있어 연중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씨포트 빌리지’는 샌디에이고의 핫플레이스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마리나 공원과 70여 개의 상점, 레스토랑 등이 옹기 종기 모여 있어 테마파크를 연상시킨다. 목재로 만들어진 다리 위에 세워진 빅토리아풍의 주택에서부터 멕시코풍의 상점 등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래 이 지역은 1700년대 스페인 탐험대중 괴혈병으로 죽은 사람들을 매립했던 곳이었다. 이후 한동안 물자를 실어나르는 철로로 이용되다가 샌디에이고시가 옛 어촌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민속촌’으로 조성하기 위해 1978년 부지를 매입한 후 1980년 개장했다.

단순히 ‘먹고 즐기는’ 쇼핑촌이 아닌, 아름다운 일몰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곳곳에 마련된 쉼터가 눈길을 끈다. 또한 바닷가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조각가 핀고트 엠바라카데로(Pingot Embarcadero)의 대형 조형물 ‘생선 가시’(Fish Bond) 등을 설치해 예술적 정취를 느끼게 한 점이 돋보인다.

폐선박을 활용해 제작된 낸시 루빈스의 ‘즐거움이있는 곳에’.
씨포트 빌리지에서 다운타운 중심가로 걷다 보면 압도적인 존재감의 ‘USS 미드웨이 박물관’이 시선을 끈다. 40여 개의 해군기지가 자리하고 있을 만큼 샌디에이고에는 2차 세계대전의 ‘흔적’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945년 미 해군의 디젤 항공모함이었던 미드웨이는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도 베트남전과 1991년 걸프전에 참전했던 것으로, 1992년 이후 박물관으로 변신해 교육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최초의 해군 선박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4500명의 선원이 동시에 탑승한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모함이다. 박물관의 갑판에는 수십 여 대의 전투기와 헬리콥터들이 전시돼 있고 내부는 선원들이 생활했던 선실과 식당, 세탁실, 카페, 기념품숍 등으로 꾸며졌다.

매년 100만 여 명의 관광객들이 USS 미드웨이 박물관을 여행리스트에 올리는 데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어서다. 항공모함 바로 옆에 설치된 초대형 조형물 ‘무조건 항복’(The Unconditional Surrender, 7.6m)이다. 일명 ‘키스상’으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해병과 간호사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키스를 나누며 2차대전의 종전을 기념한 것으로, 미국의 사진가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Alfred Eisenstaedt)의 사진을 알루미늄 조각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조각가 시워드 존슨(Seward Johnson)은 지난 2005년 플로리다 사라소타(Sarasota)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포옹하는 평화’(Embracing Peace)라는 제목으로 이 작품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장소를 옮겨 2007년 현재의 자리에 설치했지만 일각에서 미드웨이 박물관과 어울리지 않는 저급한 작품이라는 비난에 밀려 철거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예상외로 호평이 이어졌다. 항공모함을 무대로 해군과 간호사의 키스 장면이 종전 (終戰)의 환희를 극적으로 표현해 ‘장소성’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에 2012년 샌디에이고 항만관리청은 날씨의 변화에 잘 견디는 브론즈 재질의 작품을 작가로부터 구입하기로 하고 대대적인 펀드라이징을 벌여 100만 달러를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우여곡절끝에 샌디에이고에 정착한 작품은 ‘무조건 항복’이라는 제목으로 영구 설치됐고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실제로 박물관 주변에는 거대한 조각작품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려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주요 관광지의 기념품숍에는 다양한 크기의 ‘키스상’들이 판매돼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관광산업에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빼놓을 수 없다. LA에서부터 샌디에이고~샌프란시스코로 이어지는 캘리포니아 해변은 그 자체만으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고의 관광재이다. 무엇보다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라호야 해변은 샌디에이고가 자랑하는 휴양지이자 문화특구다. 독특한 형태의 기암절벽에서부터 해변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바다사자와 바다 표범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자연의 선물이다.

라호야 해변에 들어서 있는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의 야외정원에는 세계적인 조각가 조나단 브롭스키의 ‘해머링 맨’(Hammering Man)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Museum of Comtempory Art San Diego,MCASD과 갤러리들은 라호야에 생기를 불어 넣는 문화발전소다. 라호야 해변을 배경으로 서있는 MCASD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뒤뜰을 가진’ 미술관이라는 근사한 수식어를 갖고 있다.

여기에 클래스 올덴버그, 쿠사마 야요이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조형물이 이뤄낸 시너지는 관람객들의 찬사를 이끌어 낸다. 주택가와 마주보고 있는 미술관 정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미술관의 아이콘인 조나단 브롭스크의 ‘해머링 맨’(Hammering Man, 높이 14m)이 반긴다.

하지만 미술관을 둘러본 대부분의 관람객이 탄성을 터뜨리는 공간은 다름 아닌 2층의 ‘비치 갤러리’다. 전시장의 3면을 통유리창으로 설계해 라호야의 오션뷰와 함께 명상을 즐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술관 건물 뒤쪽에 ‘매달려 있는’ 낸시 루빈스의 배 조형물 ‘즐거움이 있는 곳에’(Pleasure Point)는 압권이다. 지난 2006년 폐선을 천장에 거꾸로 설치해 중력의 법칙을 깨뜨린 이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을 유쾌하게 하는 ‘행복 바이러스’같은 존재다.

/샌디에이고=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