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3만3000여점 거장들의 자취…걸어서 현대미술史 여행
도시를 살린 ART 투어리즘 선진현장을 가다 (12)
붉은 벽돌 기하학적 외관 시선 압도
올 야요이 기획전 하루 2000명 관람
잭슨 폴락·앤디 워홀 등 세계적 명성
회화·조각·사진·건축 컬렉션 화려
예바 부에나 가든·클래스 울덴버그 등
인근 미술관과 시너지…인증샷 성지로
붉은 벽돌 기하학적 외관 시선 압도
올 야요이 기획전 하루 2000명 관람
잭슨 폴락·앤디 워홀 등 세계적 명성
회화·조각·사진·건축 컬렉션 화려
예바 부에나 가든·클래스 울덴버그 등
인근 미술관과 시너지…인증샷 성지로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이 시민과 관광객들을 겨냥해 야심차게 올해 기획한 일본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한 사랑’특별전(10월14~2024년 9월7일)은 70만 명(10월3일 기준)이 사전예약을 하는 등 개막 2달 만에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전시의 하일라이트인 공간설치작품 ‘무한의 방’에서 관람객들이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 |
“만약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1967년 스콧 맥킨지가 발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의 가사 일부다. 벌써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여전히 가장 먼저 떠오른다. 캘리포니아주 서부의 항구도시이자 87만 여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는 연중 온화한 날씨와 다양한 문화명소들이 많아 한해 평균 2190만 명(2022년 기준, 샌프란시스코 관광청 통계)이 다녀간다. 이 가운데 한국 방문객은 6만5400여 명으로 매년 샌프란시스코 관광청이 한국을 찾아 프로모션을 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올 4월 조 달레산드로(Joe D’Alessandro) 샌프란시스코 관광청장은 서울에서 국내 여행·홍보 미디어 관계자들을 초청해 ‘2023 San Franciso 세일스 모션’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눈에 띈 주인공은 바로 쉬라 신(Sheila Shin)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San Francisco, SFMOMA)부사장이었다. 다른 기관들을 제치고 유독 미술관 관계자가 참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샌프란시스코 관광의 ‘주력상품’이 문화예술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행사에서 쉬라 신이 올해 SFMOMA의 특별기획전 등을 홍보한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차별화된 관광전략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금문교나 피어(Pier)39,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 알카트라즈섬 등 전통적인 명승지들을 찾는 관광객들은 인증샷을 찍은 후에는 재방문하는 횟수가 낮은 데 반해 SFMOMA의 관람객들은 기획전이 바뀔 때 마다 다시 찾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SFMOMA가 올해 야심작으로 선보인 기획전은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무한한 사랑’(Infinite Love:10월14~2024년 9월7일)이다. 매년 전 세계의 수많은 미술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야요이(94)이지만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유사한 콘셉트로 진행한 여타 미술관과 달리 단연 독보적인 스케일을 선보여 하루 평균 2000명이 관람(사전예약제)하는 대성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대박난’ 전시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SFMOMA로 향했다. 시발지는 샌프란시스코의 번화가인 유니온 스퀘어. 차이나타운을 지나 10분 정도 걷는 동안 거리에는 야요이의 시그니처인 알록달록한 물방울 무늬의 전시 홍보 배너들이 이어졌다.
배너를 따라 가다 보니 모던한 빌딩들이 즐비한 예바 부에나 가든(Yerba Buena Gardens)이 눈에 들어왔다. 도심 속 정원으로 불리는 이 곳은 일년 내내 공연, 전시, 퍼포먼스,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들이 끊이지 않는 문화용광로다. 삭막한 빌딩에 둘러싸여 있지만 곳곳에 자리한 벤치와 쉼터는 인근 직장인들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예바 부에나 가든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데에는 SFMOMA의 공이 크다. 미 서부 최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SFMOMA가 바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기 때문이다. LA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11월16일자 보도)과 더불어 서부를 대표하는 미술관 답게 규모나 기획력, 컬렉션은 독보적이다.
SFMOMA 앞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범상치 않은 ‘외관’이 시선을 압도한다. 붉은 벽돌과 기하학적인 모형이 인상적인 미술관은 스위스 출신의 유명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1988년 설계를 맡아 개관 60주년인 1995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얼핏 거대한 상자를 쌓아 놓은 듯한 형태와 중앙상부에 얼룩말 무늬를 연상케하는 원통형이 다소 ‘이질적으로’ 비쳐지는 독특한 콘셉트다. 자연 채광을 실내에 끌어 들이기 위해 디자인한 원통형 덕분에 미술관에 들어서면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5층 규모의 미술관은 중앙 아트리움 계단을 중심으로 관람객들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전시장으로 이끈다. 1층은 아트숍과 강당, 특별 이벤트공간이 자리하고 있으며 2·3층 회화와 조각 컬렉션, 4층은 미디어아트와 현대미술의 대작들이 전시돼 있다. 5층은 특별 기획전을 위한 공간으로 쿠사마 야요이의 설치 작품 ‘Aspring to Pumpkin’s Love, the Love in My Heart’, 6층은 이번 야요이 전시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공간설치 작품 ‘무한한 사랑’이 들어서 있다.
미술관이 의욕적으로 기획한 전시답게 전시장에는 다양한 국적의 관람객들이 야요이 작품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느라 바빴다. 캐나다에서 남편과 함께 온 에이미씨는 “평소 미술품 관람을 즐겨 하는 편이라 캐나다나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서 기획하는 특별전에 관심이 많다”면서 “SFMOMA 방문은 이번이 세번째이지만 마치 처음 온 것 처럼 새롭고 설레였다”고 말했다.
SFMOMA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들이는 데에는 화려한 컬렉션도 한몫한다. 회화, 조각, 사진, 건축, 디자인, 미디어아트 등 21세기 현대미술작품 3만3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잭슨 폴락, 클리포드 스틸, 앤디 워홀, 앙리 마티스, 파울 클레, 마르셀 뒤샹, 윌렘 드 쿠닝,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에드워드 호퍼 등 현대미술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한 대가들의 명작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 곳에서 첫번째 전시회를 연 잭슨 폴락의 작품들을 비롯해 세기의 걸작으로 꼽히는 앙리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Woman with a Hat, 1905년)과 에드워드 호퍼의 ‘인터미션’(Intermission, 1963년 작) 등은 미술관의 아이콘이다. 또한 미술관 1층 야외에는 알렉산더 칼더 등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이 설치돼 관람객들의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다.
SFMOMA를 둘러본 관람객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큐피드 스판’(Cupid Span, 2002년 작)이다. 전망 좋은 린컨파크(Rincon Park)에 설치된 18m 높이의 압도적인 스케일의 작품은 ‘사랑의 도시’를 상징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색깔을 잘 나타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대한 화살이 땅의 중심에 꽂힌 듯한 형상은 관광객들에게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온 것 같은 신비한 체험을 선사한다. 회색빛 빌딩 숲과 푸른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는 조형물은 거리의 미술품도 얼마든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1967년 스콧 맥킨지가 발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노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의 가사 일부다. 벌써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여전히 가장 먼저 떠오른다. 캘리포니아주 서부의 항구도시이자 87만 여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는 연중 온화한 날씨와 다양한 문화명소들이 많아 한해 평균 2190만 명(2022년 기준, 샌프란시스코 관광청 통계)이 다녀간다. 이 가운데 한국 방문객은 6만5400여 명으로 매년 샌프란시스코 관광청이 한국을 찾아 프로모션을 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 관람객이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지난달 중순, ‘대박난’ 전시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SFMOMA로 향했다. 시발지는 샌프란시스코의 번화가인 유니온 스퀘어. 차이나타운을 지나 10분 정도 걷는 동안 거리에는 야요이의 시그니처인 알록달록한 물방울 무늬의 전시 홍보 배너들이 이어졌다.
배너를 따라 가다 보니 모던한 빌딩들이 즐비한 예바 부에나 가든(Yerba Buena Gardens)이 눈에 들어왔다. 도심 속 정원으로 불리는 이 곳은 일년 내내 공연, 전시, 퍼포먼스,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들이 끊이지 않는 문화용광로다. 삭막한 빌딩에 둘러싸여 있지만 곳곳에 자리한 벤치와 쉼터는 인근 직장인들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예바 부에나 가든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데에는 SFMOMA의 공이 크다. 미 서부 최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SFMOMA가 바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기 때문이다. LA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11월16일자 보도)과 더불어 서부를 대표하는 미술관 답게 규모나 기획력, 컬렉션은 독보적이다.
SFMOMA 앞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범상치 않은 ‘외관’이 시선을 압도한다. 붉은 벽돌과 기하학적인 모형이 인상적인 미술관은 스위스 출신의 유명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1988년 설계를 맡아 개관 60주년인 1995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얼핏 거대한 상자를 쌓아 놓은 듯한 형태와 중앙상부에 얼룩말 무늬를 연상케하는 원통형이 다소 ‘이질적으로’ 비쳐지는 독특한 콘셉트다. 자연 채광을 실내에 끌어 들이기 위해 디자인한 원통형 덕분에 미술관에 들어서면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5층 규모의 미술관은 중앙 아트리움 계단을 중심으로 관람객들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전시장으로 이끈다. 1층은 아트숍과 강당, 특별 이벤트공간이 자리하고 있으며 2·3층 회화와 조각 컬렉션, 4층은 미디어아트와 현대미술의 대작들이 전시돼 있다. 5층은 특별 기획전을 위한 공간으로 쿠사마 야요이의 설치 작품 ‘Aspring to Pumpkin’s Love, the Love in My Heart’, 6층은 이번 야요이 전시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공간설치 작품 ‘무한한 사랑’이 들어서 있다.
미술관이 의욕적으로 기획한 전시답게 전시장에는 다양한 국적의 관람객들이 야요이 작품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느라 바빴다. 캐나다에서 남편과 함께 온 에이미씨는 “평소 미술품 관람을 즐겨 하는 편이라 캐나다나 미국의 주요 미술관에서 기획하는 특별전에 관심이 많다”면서 “SFMOMA 방문은 이번이 세번째이지만 마치 처음 온 것 처럼 새롭고 설레였다”고 말했다.
![]() SFMOMA 인근에 설치된 세계적인 거장 클래스 올덴버그의 공공조형물 ‘큐피드 스판’(Cupid Span). |
SFMOMA를 둘러본 관람객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큐피드 스판’(Cupid Span, 2002년 작)이다. 전망 좋은 린컨파크(Rincon Park)에 설치된 18m 높이의 압도적인 스케일의 작품은 ‘사랑의 도시’를 상징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색깔을 잘 나타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대한 화살이 땅의 중심에 꽂힌 듯한 형상은 관광객들에게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온 것 같은 신비한 체험을 선사한다. 회색빛 빌딩 숲과 푸른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는 조형물은 거리의 미술품도 얼마든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