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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살린 아트 투어리즘 선진현장을 가다 <14> 에필로그
수십만명 몰리는 명품전시…문화관광이 도시 경쟁력 원천
용인·홍성서 샌프란시스코까지 12개도시
색깔 있는 콘텐츠·전략으로 탐방객 유입
도시 품격 높이고 관광특수 시너지 효과
문화전당·시립미술관·광주비엔날레
문화도시 지향 광주 3대 미술인프라
대표 작품 거의 없고 상설전시관 미비
2023년 11월 29일(수) 19:00
코로나19이후 여행 트렌드는 명승지들을 둘러보는 답사 관광에서 미술관, 공연장, 미술이벤트 등의 콘텐츠를 향유하는 예술여행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가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비엔날레, 광주시립미술관 등과 연계한 아트투어리즘에 주력해야 한다. 지난 25일로 개관 8주년을 맞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광주일보 자료사진 >
올 여름 전남도립미술관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람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당초 2개월 동안 개최한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조우’(8월17~10월29일)에 3만5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대성황을 거둔 것이다. 여러 사정으로 전시기간내에 관람을 하지 못할 것 같은 이들이 전시연장를 문의하자 미술관측은 2주 연장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내놓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의끝에 어렵게 성사시킨 것이다.

광주도 아닌, 광양에 위치한 도립미술관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진 건 다름 아닌 ‘컬렉션’의 힘이다. 미술교과서에나 나오는 김환기,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 대표 미술작가 43명의 작품 6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들 관람객 가운데 일부는 1박 2일 일정으로 인근의 순천, 광양, 여수의 관광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고품격 전시회가 지역의 관광특수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여행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답사에서 벗어나 미술, 건축, 음악, 역사, 인문 등 다양한 주제로 떠나는 아트투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국립광주박물관, 전남대박물관 등은 관련 강좌를 진행한 후 현지 탐방을 떠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부 미술애호가들은 20~30명으로 팀을 구성, 직접 여행사와 상의해 일정을 짜고 떠나기도 한다.

올해 SFMOMA는 ‘올웨이즈 샌스란시스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들로 꾸며진 야외조각공원.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이하 SFMOMA)에서 만난 캐나다 국적의 에이미씨의 사례는 국경을 뛰어넘는 아트투어의 매력을 느끼게 했다. SFMOMA가 코로나19 이전의 관광도시로 되돌아가기위해 샌프란시스코 관광청과 협력해 진행한 ‘쿠사마 야요이:무한의 방’ 특별전이 바로 뜨거운 현장이었다.

남편과 함께 미술관을 찾은 그녀는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라며 연초에 미술관의 주요 기획전 일정을 살펴보고 관심있는 전시 기간에 미국행 티켓을 끊는다는 것이다. 금문교나 피어(Pier)39,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 알카트라즈섬 등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관광지들은 인증샷을 찍은 후에는 재방문하지 않지만 SFMOMA의 기획전들은 매번 새로운 주제이기 때문에 다시 찾게 된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세번째로 찾은 미술관이지만 매번 방문할 때마다 새롭고 설렌다고 했다.

지난 6월부터 연재한 이번 기획은 도시의 경쟁력과 이미지를 높이는 국내외 12개도시의 아트투어리즘을 둘러보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국내에선 경기도 용인, 수원, 부산, 대전, 충남 홍성, 강원도 양구, 강릉, 원주, 제주도의 대표 미술관과 문화공간들을 탐방했다. 선진해외사례로는 세계적인 관광대국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LA,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를 현지 취재해 매력적인 관광재로서의 확장성 등을 소개했다.

이들 국내외 12개 도시는 색깔 있는 콘텐츠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도시의 품격과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아트 투어리즘의 생생한 현장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원주의 뮤지엄산, 강릉의 하슬라아트월드,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 대전의 이응노미술관, 용인의 백남준미술관, 제주의 노형수퍼마켓 등은 건물 자체가 작품인데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차별화된 컬렉션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아시아의 문화수도를 지향하면서도 관광도시로서의 콘텐츠와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광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들을 자랑했다.

이처럼 ‘잘 만든’ 미술관은 도시의 문화지형과 미래를 바꾸는 발신지로 부상중이다. 1995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와 개관 30주년을 맞은 광주시립미술관, 올해로 개관 8주년을 맞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선 광주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향이자 문화도시다. 특히 2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비엔날레를 통해 광주는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미술도시로 떠올랐다.

하지만 현실은 미술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열악하다. 광주의 대표적인 공립미술관인 시립미술관은 총 5835점(2022년 기준)에 달하는 소장품을 갖추고 있지만 전국의 미술애호가들을 불러 들이는 경쟁력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내년 창설 3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도 초기에 비해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고 아카이브와 상설전시관이 없어 행사가 열리지 않는 비시즌기간에는 비엔날레 개최도시의 면모를 체감하기 힘들다.

한 미술도시의 또다른 콘텐츠인 아트페어 역시 부산이나 대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유명 화랑이나 작가들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시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를 대표하는 3대 미술인프라이지만 타 도시에 비해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는 흡인력이 미흡해 지역 경제와 연계하는 시너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근래의 여행은 과거와 결이 다르다. 짧은 기간에 많은 관광명소를 ‘스쳐가는’ 수박 겉핥기 투어가 아닌, 관광지의 역사와 예술, 일상을 체험하는 문화관광(아트 투어리즘)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의 메가 이벤트인 광주비엔날레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콘텐츠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빛을 보지 못하는 ‘구슬’들을 찾아 꿰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젠 눈이 즐거운 랜드마크에서 벗어나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새기는 ‘마인드마크’(Mindmark)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아트투어리즘이야 말로 광주다움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끝>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