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타도!” 무대 오른 그날의 함성
극단 토박이 연극 ‘금희의 오월’
고 이정현 열사 일화 모티브로 극화
계엄군 학살 등 80년 5월 비극 초점
청년 세대 ‘5·18’ 아픔 간접 경험
배우들 외침에 항쟁 의미 되새겨
고 이정현 열사 일화 모티브로 극화
계엄군 학살 등 80년 5월 비극 초점
청년 세대 ‘5·18’ 아픔 간접 경험
배우들 외침에 항쟁 의미 되새겨
![]() “전두환 물러가라”를 외치며 궐기하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 |
“엄마, 오늘은 전두환과 노태우가 심판받는 날이에요. 그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계란 몇 개 던지는 일이었어요”
지난 16일 극단 토박이가 동구 민들레소극장에서 펼친 연극 ‘금희의 오월’은 뜨거운 오월 들불을 다시 지피는 시간이었다. 고(古) 이정연 열사의 일화를 최초로 극화한 작품인데, 극단 토박이 창단 40주년을 맞아 선보인 작품으로 동구 인문도시 기록화 사업과도 맞물려 있다.
토박이는 마당극단 ‘광대’를 창단한 박효선이 주축이 돼 1983년 만든 극단이다. 그동안 5·18 등 지역사를 소재 삼아 지역민의 애환을 담는 창작극 중심 연극문화를 펼쳐왔으며, 40년간 광주에서 ‘오! 금남식당’, 오월 연극 ‘버스킹 버스’ 등 다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이날 선보인 작품 ‘금희의 오월’을 창작한 박효선은 전남대 연극반을 중심으로 극활동에 몰두해 왔다. 지역 현실을 예술을 통해 되묻는 작품을 만들어 사회적 관심과 반향을 동시에 받아 온 극작가이며, 극단 토박이의 뿌리가 됐다. 광주 민중항쟁과 그 정신을 담는 ‘돼지풀이’, ‘모란꽃’ 등을 통해 지역민의 아픔을 위무해 왔으며 1998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공연은 80년 5월 비극을 초점화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매캐한 최루탄 연기가 가득한 거리 그리고 콜록거리는 시민들. 계엄령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전남대 일대에 계엄군이 즐비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금희 오빠 ‘정연’도 아직 귀가하지 않았기에 걱정스러워 한다.
“엄마, 지금 친구들이 공수대원 몽둥이에 맞아 죽어가고 있어요”
찢어진 옷으로 한밤 중 돌아온 정연은 데모 현장의 참상을 풀어냈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듣는 얘기로는 광주역, 계림역, 학동, 유동을 가리지 않고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
“전라도 깡다구가 있제, 부아가 치밀어 못 살겠구만”
젊은 임산부까지 죽였다는 소문을 듣게 되자 정연과 시민들은 민중 궐기를 준비하지만, 공수 대원들이 나타나 광주시민들을 ‘폭도’로 몰아세우며 학살한다. 작품은 이 같은 참상을 금희가 회고하며 읊조리는 방식으로 풀어내는데, 실감나는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극 중에서는 리어카에 탄 채 태극기를 흔들며 “독재 타도 군부 철폐”를 부르짖던 그날의 함성도 재현됐다. 관객들은 배우들이 목 놓아 울부짖는 함성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그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번 작품은 5월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후속세대로 하여금 그날의 상흔과 아픔을 간접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무대에서 재현된 금희의 오월은 꽃피는 봄날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의 숭고한 희생은 대동 세상을 향한 희원이자 오늘날에도 여전히 억압받는 이들을 향한 희망의 함성으로 다가왔다. 나아가 민주가 꽃 피는 세상에 대한 민주열사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지난 16일 극단 토박이가 동구 민들레소극장에서 펼친 연극 ‘금희의 오월’은 뜨거운 오월 들불을 다시 지피는 시간이었다. 고(古) 이정연 열사의 일화를 최초로 극화한 작품인데, 극단 토박이 창단 40주년을 맞아 선보인 작품으로 동구 인문도시 기록화 사업과도 맞물려 있다.
이날 선보인 작품 ‘금희의 오월’을 창작한 박효선은 전남대 연극반을 중심으로 극활동에 몰두해 왔다. 지역 현실을 예술을 통해 되묻는 작품을 만들어 사회적 관심과 반향을 동시에 받아 온 극작가이며, 극단 토박이의 뿌리가 됐다. 광주 민중항쟁과 그 정신을 담는 ‘돼지풀이’, ‘모란꽃’ 등을 통해 지역민의 아픔을 위무해 왔으며 1998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엄마, 지금 친구들이 공수대원 몽둥이에 맞아 죽어가고 있어요”
찢어진 옷으로 한밤 중 돌아온 정연은 데모 현장의 참상을 풀어냈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듣는 얘기로는 광주역, 계림역, 학동, 유동을 가리지 않고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
“전라도 깡다구가 있제, 부아가 치밀어 못 살겠구만”
젊은 임산부까지 죽였다는 소문을 듣게 되자 정연과 시민들은 민중 궐기를 준비하지만, 공수 대원들이 나타나 광주시민들을 ‘폭도’로 몰아세우며 학살한다. 작품은 이 같은 참상을 금희가 회고하며 읊조리는 방식으로 풀어내는데, 실감나는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극 중에서는 리어카에 탄 채 태극기를 흔들며 “독재 타도 군부 철폐”를 부르짖던 그날의 함성도 재현됐다. 관객들은 배우들이 목 놓아 울부짖는 함성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그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번 작품은 5월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후속세대로 하여금 그날의 상흔과 아픔을 간접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무대에서 재현된 금희의 오월은 꽃피는 봄날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의 숭고한 희생은 대동 세상을 향한 희원이자 오늘날에도 여전히 억압받는 이들을 향한 희망의 함성으로 다가왔다. 나아가 민주가 꽃 피는 세상에 대한 민주열사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