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무도에의 권유 - 이단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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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무도에의 권유 - 이단비 지음
몸의 한계 넘어서는 32바퀴 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3년 08월 19일(토) 15:00
아마도 ‘발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여성 무용수가 ‘발끝으로 서 있는 모습’일 것이다. ‘백조의 호수’에 등장하는 오딜이 발끝에 의지해 32바퀴 회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감탄이 터져나온다. ‘지젤’의 요정 윌리들이 추는 일사불란한 군무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번 공중으로 뛰어오르면 언제 지상에 착지할지 알 수 없었다”는 바츨라프 니진스키의 ‘전설같은’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흥미는 배가된다. 여기에 작품 내내 차이콥스키, 아당, 쇼팽, 민쿠스 등 대가들의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니 황홀경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발레, 무도에의 권유-발레에 새겨진 인간과 예술의 흔적들’은 무용수의 신체부터 발레 동작, 발레 용어, 발레의 역사, 주요 작품과 아티스트까지 발레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문화예술프로그램의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발레와 춤에 관한 글들을 기고해 온 저자 이단비는 오랜 기간 발레를 배우고 춤을 추는 발레 애호가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발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무용수, 안무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1장 ‘발레의 신전, 몸’에서는 발레 무용수의 몸과 발레의 핵심이 되는 동작, 이를 잘 해내기 위한 신체 조건과 요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또 손끝부터 발끝까지 발레에서 몸으로 표현하는 선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예술을 완성하는 무용수들의 노력도 소개한다.

발레는 “고관절을 열어 턴아웃을 하고, 발등을 밀고, 발끝으로 서고, 내 몸을 위로 끌어올리는 훈련과 이후에 묘기에 가까운 테크닉을 섭렵하는 과정”이기에 그 길은 지난하다.

2장 ‘몸에 새긴 춤, 춤에 새긴 기록’에서는 발레가 어떻게 시작되고 또 발전하게 되었는지, 복장과 춤의 형식은 어떤 변화를 겪어 왔는지 등을 들려주고 공연 전에 막 뒤에서 벌어지는 준비과정을 공개한다. 남자 무용수가 타이츠만 신고 춤을 추게 된 사연, ‘튀튀’의 등장으로 남성무용수 중심이었던 발레에서 여성이 부각된 이야기 등이 흥미롭다. “어떤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선다는 것은 작품의 철학을 입는 것이고 시대의 문화적 코드를 입는 행위”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3장 ‘발레는 어디로 향하는가’는 사조를 따라 발레사의 흐름을 짚으면서 지금 뜨겁게 관심 받는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시력을 잃었지만 조명과 상대 무용수의 움직임과 속삭이는 소리에 의지해 춤을 춘 쿠바의 알리시아 알론소, 70세에 춘 ‘빈사의 백조’로 영원히 기억되는 볼쇼이 발레단의 마야 플리세츠카야,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에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발레리노 조르주 돈 등을 만날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알기 쉽게 소개해주는 박현지 작가의 다양한 일러스트도 인상적이다.

<클·2만2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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