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잘못된 일로 그름을 드러내지 말자 -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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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잘못된 일로 그름을 드러내지 말자 -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3년 05월 11일(목) 22:00
“다른 사람의 잘못된 일을 견문하며 그 그름을 드러내지 말자” 원불교 교전 솔성요론(率性要論)에 있는 내용이다. 우리가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시비(是非)를 함부로 말하거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생각 없이 무책임하게 할 때가 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서 알기도 하고 한 번 알면 그 것을 자꾸 전파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래서 임금님 이발을 하러 간 이발사가 임금님 귀가 크다고 하는 것을 발설하면, 자기 목숨 이 위험한지 알면서도 참지 못해 대나무밭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외쳤고, 그 대숲에서 나는 소리를 임금님이 듣고 이발사밖에 없다 해서 그 이발사가 죽게 된다.

그러한 우화가 있는데도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면 자꾸 얘기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어디서 일어났다 하면 거기에 대해 자기도 모르면 큰 흠이나 되는 것처럼 귀를 기울여서 알려고 애를 쓰고 그것을 알았다 싶으면 어떤 화젯거리를 얻은 것처럼 열심히 전파한다. 전파할 때에는 조금 부풀려서 얘기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하는 것이고, 말은 전파력을 갖는 동시에 한없는 증식력을 가진다. 머리만 나왔던 것이 나중에는 손발도 달리고 색깔까지 칠해져서 전파되는데 그러한 일로 정작 잘못을 한 당사자는 여론에 무참하게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자칫 그러한 익명의 가해자가 되고 동업자가 되기 십상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된 일을 견문하며 그 그름을 드러내지 말자”는 그 다른 사람의 그름을 가지고 재미 삼아서 얘기하고 다니지 말라는 말이지, 그 잘못에 대해서 전혀 무관심(無關心)하라는 말은 전혀 아니다. 그 잘못이 만약 어떤 사회나 단체에 피해가 있는 것이라 한다면 분명히 그 잘못의 전위를 알려서, 당연히 사과할 일이면 사과하고 바룰 일이면 바루고 처벌을 받을 일이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그 사람을 구해주는 일이고 더 적극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더 공부를 해서 더 성숙한 사람은 어쩌겠는가.

성숙한 공부인은 남이라고 하는 것이 어디까지가 남이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만약에 진리에 대한 실천이 철저한 사람,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철저한 사람은 어디까지가 ‘남’이고 어디까지가 ‘나’겠는가. 저 멀리 떨어진 지역의 어떤 사람이 한 잘못 또는 저 지구 한 모퉁이에서 어떤 사람이 한 잘못, 이러한 잘못에도 몹시 마음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이것이 사생일신(四生一身)의 보살의 마음이고 성자의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와 남이라고 하는 경계를 그 국한을 자꾸 넓혀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진리를 체득해 가고 실천해 가는 그러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마음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볼 때는 그 잘못에 대해서 안타까워할지언정 그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성자나 성인들이 하는 처사를 우리들이 볼 때는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법을 세운다고 하면서도 저렇게 해 가지고 법이 서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불평을 할 때가 있다. 성자들은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지 그 죄를 분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 죄는 분명히 잘못이라고 규정하고 분별을 오히려 지공무사(至公無私)하고 원만구족(圓滿具足)하게, 성성적적(惺惺寂寂)하게, 분명히 장중의 구슬같이 보는 것이다.

이 지구 어느 모퉁이에서 어떤 중생이 하는 일이라고 그 일을 내 품밖에 분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진리를 깨달으면 시방삼계가 다 오가의 소유인 줄을 알고 우주만유가 다 이름은 각각 다르나 둘이 아닌 줄을 아는 시방일가 사생일신의 마음이 된다고 했다. 아마 성인들의 정말 성숙한 공부인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는 마음은 이러한 마음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분들은 잘못한 사람들을 불러서 다시 용서해 주고 북돋아 주고, 열 번 잘못하면 열한 번째 용서해 주는 그러한 자비를 베푸시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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