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예술의 섬, 여수에서 ‘色’을 깨우치다
여수 ‘장도 창작스튜디오’를 가다
서양화가 강운, 장도 단기 작가로 입주…30일까지 ‘파랑’전
GS칼텍스 예울마루 사회공헌 일환, 장도 창작스튜디오 조성
하늘·바다·섬 어우러진 예술의 낙원…전국서 방문객 줄이어
서양화가 강운, 장도 단기 작가로 입주…30일까지 ‘파랑’전
GS칼텍스 예울마루 사회공헌 일환, 장도 창작스튜디오 조성
하늘·바다·섬 어우러진 예술의 낙원…전국서 방문객 줄이어
![]() GS 칼텍스 예울마루는 국내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장도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파랑’을 테마로 오는 30일까지 장도 전시관에서 열리는 강운 작가의 입주작가전 내부 모습. |
‘일본 나오시마(直島)에 지추미술관이 있다면 여수에는 장도 스튜디오가 있다.’
올 봄 여수 장도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상춘객들로 붐비고 있다. 꽃들의 향연을 감상하는 다른 곳과 달리 푸른 빛의 바다와 예술 작품을 즐기려는 이들이다. 지난 2019년 GS칼텍스 예울마루(이하 예울마루)가 장도에 전시관과 창작스튜디오, 다양한 조형물들을 설치하면서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예술의 섬’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관 3주년을 맞은 장도 창작스튜디오는 최근 입주작가들의 작업성과를 담은 전시회를 개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서양화가 강운의 ‘파랑전’이 그 현장으로, 예술과 자연을 만끽하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섬과 바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장도 창작스튜디오 현장으로 떠난다.
“재현을 떠나 추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물때에 따라 열렸다 닫히는 장도의 20평 남짓되는 작업장에서 온종일 화선지위에 섬을 호명하며 일획을 긋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는 여정은 매일 쓰는 그림일기처럼 날씨와 마음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획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나는 눈으로 (사물을)보고 마음으로 (색을)깨운다. 날씨와 지나온 기억, 감정, 소망을 불어 넣으면 비로소 파랑이 깨어난다. ”(강운 작가의 ‘파랑’전 작업노트 중에서)
지난해 9월 서양화가 강 운(58)은 여수 예술의 섬 장도에서 ‘5개월 살이’를 시작했다.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에서 열린 ‘운운하다’(2022년 4월12~6월12일)전에 올인했던 탓인지 전시가 끝나자 헛헛해진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GS칼텍스 예울마루가 운영하는 ‘장도 창작스튜디오’의 단기작가로 입주한 것이다. 10년 동안 광주에 작업실을 열고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앞만 바라보고 창작에 전념했던 그는 도시생활에 찌든 마음을 씻어낼 안식처가 필요했다. 그즈음, 예울마루의 입주작가 프로그램을 접한 강 작가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여수행을 택했다. 하지만 장도살이의 시작은 불면(不眠)이었다.
“20평 정도의 작업실은 물이 빠지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처럼 고립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입주한 지 20여일 동안은 잠자리에 들어도 쉽게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다른 입주작가들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안심했어요. 도시생활에 익숙한 몸이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에너지를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과정이었거든요. 그날 이후 하늘과 바다색은 그동안 제가 눈으로 봤던 파란색과는 다른 의미였어요. 하얀 화선지와 캔버스 위에 수십 번 붓질하면서 낮과 밤, 빛과 어둠이 만나는 순간, 파랑은 구원과 위로를 주는 색으로 바뀌었어요. 제겐 눈 보다 마음으로 보는 파랑이 더 찬란해 보였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번 ‘파랑전’은 ‘심상’(心想)으로 보는 하늘과 바다의 역동적인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5개월간의 작업성과를 담아낸 전시에서 강 작가는 화업의 원천이자 귀결점으로 자신의 그림과 삶을 지탱한 ‘파랑’을 주제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에게 ‘파랑’은 중의적인 의미로 존재한다. 작가 개인의 삶과 예술을 통찰하는 색이자, 장도를 포함한 섬과 섬 사람들의 애환을 치유하는 기도의 색이다.
이런 그의 작업은 1층 전시장 벽면을 가득 메운 ‘파랑’ 연작과 ‘물위를 긋다’에서 생생하게 구현된다. 400점으로 구성된 ‘파랑’연작은 어떠한 기교나 계획없이 단 한번에 획을 긋는 방식으로, 예술의 원형적 미학과 창작의 순수에너지를 분출해내는 작업이다. 강 작가는 “아크릴판위에 화선지를 펴놓고 분무기로 물을 뿌린 다음 물감을 묻혀 단숨에 선을 그어내리면 물감의 번짐으로 ‘우연하게’ 파상효과가 생긴다”며 “이 때의 온·습도 환경에 따라 이 파상형상은 매번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인상적인 또다른 작품은 ‘마음산책’ 연작이다. 지난 2019년부터 작업하기 시작한 ‘마음산책’은 작가 자신의 본질과 마주하기 위해 무의식에 내재한 트라우마 같은 존재를 깨닫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들이다. 삶, 이별, 기억, 추억 등 일반적인 기억과 5·18 민주화 운동, 코로나19 등 사회적인 이슈까지를 반영한 작품은 개인 서사와 당대의 역사가 상호작용하며 삶의 흔적을 만들어낸다.
‘마음산책’의 출발은 인간 마음의 스펙트럼을 그려보고 싶은 생각, 나를 알고 싶은 마음이 시작이었다. 나무 젓가락을 깎아 수많은 ‘글’을 써내려갔고, 여러 색을 덧칠하고 문지르고 긁어내는 과정을 통해 색다른 조형성을 얻어냈다.
글씨를 쓰고 지우고 문지르는 과정, 다채로운 색을 수차례 바르는 반복을 통해 생긴 ‘겹’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명징한 ‘색감’은 화면을 장악하며 강렬한 인상을 준다. ‘마음산책-구름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정’(259.1x193.9cm), ‘마음산책-자문자답’(259.1x193.9cm) 등의 대작은 변화무쌍한 색채가 주는 매력과 색다른 조형미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마음산책-운운하다 인터뷰’(259x193.9cm)는 ‘무언가를 운운하는 사람의 입김이 마치 구름을 닮았다’는 발상에서 착안했다. 작가가 모티브로 삼는 ‘구름’과 ‘마음’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제목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오는 30일까지이며 전시회 기간중 매일 오후 3시(화요일 제외)에는 아트카페에서 피아노 연주회도 열린다.
한편 올해로 3기 입주작가를 배출한 예울마루 장도 스튜디오는 여수 망마산 자락에 들어선 예울마루의 2단계 조성사업으로 탄생했다. 지난 2019년 제1기 입주작가를 시작으로 올해 3기까지 1년간의 장기 입주작가와 5개월의 단기 작가를 배출했다. 입주작가로 선정되면 20평 규모의 스튜디오와 숙소, 매월 소정의 창작금 지원을 받으며 평론가 매칭, 오픈 스튜디오, 전시회 개최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이승필 GS칼텍스 예울마루 관장은 “이번 강운 작가의 전시는 보이지 않는 마음 속을 들여다 보며 위로와 힐링을 받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장도 창작스튜디오가 국내외 예술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창작의 산실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수=글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올 봄 여수 장도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상춘객들로 붐비고 있다. 꽃들의 향연을 감상하는 다른 곳과 달리 푸른 빛의 바다와 예술 작품을 즐기려는 이들이다. 지난 2019년 GS칼텍스 예울마루(이하 예울마루)가 장도에 전시관과 창작스튜디오, 다양한 조형물들을 설치하면서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예술의 섬’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 ‘마음산책-파랑’앞에서 포즈를 취한 강운 작가. |
“재현을 떠나 추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물때에 따라 열렸다 닫히는 장도의 20평 남짓되는 작업장에서 온종일 화선지위에 섬을 호명하며 일획을 긋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는 여정은 매일 쓰는 그림일기처럼 날씨와 마음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획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나는 눈으로 (사물을)보고 마음으로 (색을)깨운다. 날씨와 지나온 기억, 감정, 소망을 불어 넣으면 비로소 파랑이 깨어난다. ”(강운 작가의 ‘파랑’전 작업노트 중에서)
“20평 정도의 작업실은 물이 빠지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처럼 고립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입주한 지 20여일 동안은 잠자리에 들어도 쉽게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다른 입주작가들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안심했어요. 도시생활에 익숙한 몸이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에너지를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과정이었거든요. 그날 이후 하늘과 바다색은 그동안 제가 눈으로 봤던 파란색과는 다른 의미였어요. 하얀 화선지와 캔버스 위에 수십 번 붓질하면서 낮과 밤, 빛과 어둠이 만나는 순간, 파랑은 구원과 위로를 주는 색으로 바뀌었어요. 제겐 눈 보다 마음으로 보는 파랑이 더 찬란해 보였거든요.”
![]() 강운 작 ‘일획속섬’ |
이런 그의 작업은 1층 전시장 벽면을 가득 메운 ‘파랑’ 연작과 ‘물위를 긋다’에서 생생하게 구현된다. 400점으로 구성된 ‘파랑’연작은 어떠한 기교나 계획없이 단 한번에 획을 긋는 방식으로, 예술의 원형적 미학과 창작의 순수에너지를 분출해내는 작업이다. 강 작가는 “아크릴판위에 화선지를 펴놓고 분무기로 물을 뿌린 다음 물감을 묻혀 단숨에 선을 그어내리면 물감의 번짐으로 ‘우연하게’ 파상효과가 생긴다”며 “이 때의 온·습도 환경에 따라 이 파상형상은 매번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인상적인 또다른 작품은 ‘마음산책’ 연작이다. 지난 2019년부터 작업하기 시작한 ‘마음산책’은 작가 자신의 본질과 마주하기 위해 무의식에 내재한 트라우마 같은 존재를 깨닫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들이다. 삶, 이별, 기억, 추억 등 일반적인 기억과 5·18 민주화 운동, 코로나19 등 사회적인 이슈까지를 반영한 작품은 개인 서사와 당대의 역사가 상호작용하며 삶의 흔적을 만들어낸다.
‘마음산책’의 출발은 인간 마음의 스펙트럼을 그려보고 싶은 생각, 나를 알고 싶은 마음이 시작이었다. 나무 젓가락을 깎아 수많은 ‘글’을 써내려갔고, 여러 색을 덧칠하고 문지르고 긁어내는 과정을 통해 색다른 조형성을 얻어냈다.
![]() 예술의 섬 장도에는 창작스튜디오, 전시관, 작가의 집 등이 들어서 있다. |
![]() 장도 일대에는 예술가들의 독특한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
이승필 GS칼텍스 예울마루 관장은 “이번 강운 작가의 전시는 보이지 않는 마음 속을 들여다 보며 위로와 힐링을 받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장도 창작스튜디오가 국내외 예술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창작의 산실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수=글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