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특별해서 더 맛있다”…열대과일의 땅, 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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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예향] “특별해서 더 맛있다”…열대과일의 땅, 전남
애플망고·그린 파파야·커피·바나나…
기후변화에 벼농사 짓던 전남서 재배
무농약·고품질·높은 당도·신선도에 인기
단순히 마시는 커피가 아닌 체험 등 다양
2025년 06월 24일(화) 08:00
바나나 열매가 잘 커갈 수 있도록 가지 정리를 하고 있는 엣지바나나농장 오영상 대표.
“여기가 진짜 대한민국, 전남이 맞나요?”

한때, 수입 과일로만 여겨졌던 망고, 바나나, 파파야 나무가 눈앞에서 자라고 있다. 아열대 지역에서나 재배가 가능하다던 커피나무도 붉은 체리열매를 가득 머금고 커피콩으로의 변신을 기다리고 있다. 벼농사, 배추 농사를 짓던 전남 땅이 기후 변화와 기술 발전, 농가 소득 다변화 노력과 만나면서 국내 열대작물 재배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영광 ‘망고야 농장’ 애플망고

영광 ‘망고야농장’은 전남에서 애플망고 재배를 선도하고 있는 곳이다. 하우스 8개 동에서 1만2000여 평 규모로 망고 농사를 짓고 있다. 농장주 박민호 대표가 애플망고 재배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아버지가 오랫동안 파프리카를 재배해오던 것을 인건비와 난방비 상승 등의 이유로 작목 전환을 결심했다.

“애플망고는 아열대 작물로, 겨울철 휴면기를 거쳐야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에 잘 맞아요. 오히려 열대 망고보다 재배 여건이 나은 점도 있지요.”

국산 애플망고 재배의 원조는 제주도다. 박 대표는 후발주자로 뛰어들며 기존 제주도에서 시작된 일본식 관행 농법 대신 화분 재배와 T자형 수형을 도입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비료와 물을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어 품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

애플망고는 2년생 묘목을 심은 후 2년 뒤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망고는 일반 복숭아처럼 수확 기간이 정해져 있다. ‘망고야 농장’에서는 6~7월 일반 재배와 8~9월 후기 재배 두 작기로 나눠 수확한다. 일반적으로 꽃이 핀 후 4~5개월 후 수확이 가능하다. 적절한 열매 무게는 개당 400~450g. 3kg 포장 박스에 7~8과 들어가는 정도를 가장 선호한다.

수정은 수정벌을 활용해 자연 친화적 방식으로 진행한다. 꽃대가 일정 크기가 됐을 때 수정벌이 투입된다. 한번 투입된 벌들은 한 달 반 정도 수정을 돕는다.

국산 애플망고의 인기 덕에 수확과 동시에 빠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진입 장벽이 높아 농가에서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

“하우스 시설에 많은 초기 자금이 들어갑니다. 망고는 수확까지의 시간이 길고 수확기 동안에는 생산금액이 안 나오기 때문에 버티는 게 쉽지 않아요. 하지만 기술과 체계가 뒷받침되면 국산 애플망고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망고야농장 박민호 대표가 수확을 앞둔 애플망고를 살피고 있다.
◇‘엣지 해남’ 무농약 바나나

따뜻한 기후의 대표 지역인 해남에서는 국산 바나나가 자라고 있다. 5~6m 높이의 대형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니 열대지방에서나 볼 법한 바나나나무가 줄지어 선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엣지해남’ 바나나농장의 오영상 대표는 이곳에서 2021년부터 국산 바나나를 본격 재배하고 있다. 농장에는 450주의 바나나 모종이 자라고 있다. 제주도에서 들여온 조직배양묘를 심어 7개월간 키운 뒤 꽃이 피고, 이후 4~5개월 비대를 거쳐 수확한다. 바나나는 나무가 아닌 초본식물이지만 생김새 때문에 흔히 바나나 나무라고 부른다.

“바나나의 전체 성장 주기는 12개월입니다. 모종을 심고 과방(바나나 송이)이 만들어지기까지가 7개월, 다시 비대해질 때까지 5개월을 기다려 줍니다. 과방은 한 나무당 하나만 맺히는데 무게는 평균 20kg 이상 나갑니다.”

바나나 재배는 연중 수확이 가능하고 농가 단가가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생육을 위한 최적 온도는 27~35도, 냉해는 13도 이하부터 발생한다. 이를 맞추기 위해 스마트팜 시스템과 난방을 갖춘 연동하우스를 가동중이다.

‘엣지 해남’ 농장의 바나나는 무농약 인증을 받은 고품질 바나나다. 껍질이 얇고 당도가 높다보니 바나나를 껍질째 먹는 소비자가 있어 농약은 철저히 배제한다. 학교 급식 납품을 위해 농약 성분 검출 기준도 지켜야 한다.

수확 첫 해 수확량은 10여 톤이었다. 동시 수확의 한계로 상품성 관리에 애를 먹었지만 식초, 발효차 등을 만들며 해결했다. 이후 2~3년차에는 흡아(죽순처럼 옆에서 나오는 새순)를 활용한 연속 작기 재배로 물량 조절에 들어갔다.

문제는 3년 차를 넘긴 바나나나무는 생산량과 품질이 저하된다는 점.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교체를 권장하고 있지만 소규모 농가로선 하우스 전체를 비우고 새로 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흡아를 따로 키워서 모종처럼 재활용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그린파파야 열매를 살피고 있는 장흥 파파야농장 박진석 대표.
◇장흥 ‘파파야농장’ 그린 파파야

장흥 들녘의 온실 안. 무화과 잎을 닮은 듯한 이국적인 나무 아래, 초록색의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박진석 대표가 10년 넘게 운영해 온 파파야 농장이다.

“국내에서는 파파야 하면 다들 과일로 알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거의 채소로 판매됩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주 소비층이죠.”

이곳에선 노랗게 익기 전의 ‘그린 파파야’ 상태로 출하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익으면 과일이지만 익기 전엔 채소로 쓰인다. 채소 파파야는 연중 내내 판매가 가능하며 납품도 안정적이다. 샐러드, 볶음 요리, 쌈 재료 등으로 활용되며, 서울과 수도권 외국인 식당이나 마트에 주로 납품된다. 노랗게 익어 과일처럼 먹는 파파야는 소수에 불과하다.

1400평 규모의 하우스에는 1000그루의 파파야 나무가 심어져 있고, 꽃과 열매가 365일 반복적으로 열린다. 파파야는 심은 지 1년 안에 수확이 가능하며, 열매는 3kg 이상 크기도 자주 나온다. 특히 여름에는 생육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 많은 수확이 가능하다. 일주일에 900kg, 연간 40톤 가까이 수확된다. 온도 관리는 17도 이상만 유지되면 되고, 여름철엔 자연 환기로 조절 가능하다.

파파야의 품종은 대개 태국계이며, 길쭉한 모양의 열매가 인기가 높다. 수입산보다 당도와 신선도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국산 파파야는 더 달고 향도 진해요. 여름철엔 수박처럼 달다고 하는 소비자들도 많습니다.”

파파야는 병해충이 거의 없고, 특별한 관리 없이도 잘 자란다. 다른 작물에 비해 신경쓸 일도 거의 없다. 열매가 열리면 따고 박스 포장해서 보내는 게 전부다. 다만 초보 농가가 뛰어들기엔 판로 확보가 가장 큰 난관이다.

담양 커피농장 임영주 대표가 빨갛게 익은 커피 열매를 살펴보고 있다.
◇담양 커피농장의 국산 커피 이야기

전남 담양의 하우스 안에 먹음직스런 체리 열매가 잔뜩 열려 있다. 흔히 알고 있는 과일 체리가 아닌 커피 체리다. 임영주 대표가 2016년부터 커피를 재배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커피농장이다.

커피는 아열대 작물로, 일반적인 재배 환경으로는 어렵지만 하우스 시설과 온도 조절을 통해 국내 재배가 가능하다. 커피나무의 최적 생장온도는 19~23도. 하우스 내부 온도가 여름철 40도 가까이 올라가더라도 문제는 없다. 오히려 겨울철 한파가 더 위험해 최소 10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담양 커피농장의 규모는 1000평 남짓. 성목부터 묘목까지 2000~3000주의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다. 묘목은 직접 씨앗부터 키우며 판매도 병행한다. 커피나무는 3~4년 정도 키워야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꽃은 5~6월 사이에 피며, 열매는 8개월 후 익는다.

농장의 커피는 ‘아라비카’ 품종이다. 자가수분이 가능해 별도의 수분 처리가 필요 없고, 향도 풍부하다. 이곳에서는 열매를 수확해 발효시킨 뒤 생두로 가공하고, 직접 로스팅까지 한다.

발효 과정을 거치면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농장에 자리하고 있는 금성면의 이름을 따 ‘골드캐슬’이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깊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며 과일향이 나기도 한다.

커피 재배 외에도 체험 프로그램이 가능하다. 수확철에는 직접 체리를 따서 구조를 관찰하고, 생두를 껍질째 벗겨보는 ‘심화 커피 체험’을 운영한다. 핸드드립 커피 시음, 커피 꽃차·잎차·잼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글=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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