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막자는데…의사들은 왜 반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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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막자는데…의사들은 왜 반대하나
의사단체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반대 입장
“환자 생명보다 이해관계 우선이냐”…지역시민사회 비난 목소리
2026년 02월 05일(목) 20:30
/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광주·전남·북에서 추진키로 한 ‘응급실 뺑뺑이’ 대책 시범사업에 대해 호남권 의사단체가 ‘반대’ 입장을 내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의사 측 성명문에 “진정한 응급실 뺑뺑이 대책은 의사들이 의료 소송에 휘말리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까지 실리자, “의사들이 효과적인 대안을 내놓기는커녕 집단 이해관계만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 소방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부터 광주·전남·북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응급 환자 이송 시, 기존처럼 119구급대가 병원 응급실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의료 자원을 실시간 공유하는 플랫폼을 통해 이송 병원을 선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병원 전 단계 응급환자 분류체계인 Pre-KTAS 기준에 따라 환자를 5단계 중증도로 나눠 적정 의료기관을 배정한다. KTAS 1~2등급 중증응급환자는 광역상황실이 수용 능력을 확인해 이송 병원을 지정하고, 골든타임 내 병원을 찾지 못할 경우 우선수용병원과 최종치료 병원까지 함께 지정하는 방식이다. Pre-KTAS 3~5등급 환자는 별도의 수용 능력 확인 없이 기존 이송 프로토콜에 따라 병원으로 옮긴다. 구체적인 지역별 이송 지침은 지자체와 소방본부, 광역상황실, 응급의료기관이 합의를 거쳐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광주·전남·전북의사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가 추진하려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추진안’은 탁상공론의 결정체로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정작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이송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숙의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의사의 역량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병원과 의료진에 민·형사 책임을 묻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시범사업이 시행되면 의료진 이탈이 발생하고, 과밀화가 심화돼 응급환자 처치 시간이 오히려 더 늦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운창 전남도의사회장은 “전남 지역은 필수의사와 지역의사가 부족한 상황인데, 이런 취약지부터 시범사업을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활용해 중증·경증 분류의 정확도를 높이고, 충분한 기반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지역사회 반응은 싸늘했다.

애초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가 적고 의사들이 ‘입원 거부’를 반복해 응급실 뺑뺑이가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책임 회피 방법만 궁리하고 있다는 것이 시민사회 지적이다. 특히 응급실 뺑뺑이로 가족을 잃은 시민들은 “의사들이 제도 개선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반대부터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광주시 북구에 거주하는 장행숙(68)씨는 “2022년 아버지가 코로나로 위중했을 때 해남에서 목포, 광주까지 갔다가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여수까지 갔지만, 조치가 늦어 결국 돌아가셨다”며 “의사들이 환자들을 인질 삼아 단체 파업에 나서지는 않을지 무섭다”고 말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응급실 뺑뺑이의 가장 큰 원인은 의료자원과 병원 정보가 소방과 의료기관 간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데 있고 이번 시범사업은 그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다”며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시범 과정에서 보완하면 될 일이지, 시범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환자 피해를 외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20대 간호사 A씨도 “‘뺑뺑이 방지법’은 구급차가 병원 문 앞에서 전화만 돌리다 시간을 허비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라고 생각한다”며 “의사들도 제도의 취지를 환자 생명 중심에서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진료 과정에서의 리스크만을 앞세우는 태도가 치사하게 느껴진다”며 “당장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생명을 다루는 문제인 만큼 제도를 구체화하고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아직 시범사업에 대한 최종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구체적인 병원 지정 계획과 시범 사업 시행은 이달 중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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