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는 삶-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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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는 삶-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2023년 03월 10일(금) 00:15
코로나19가 이제 점점 멀어져 가는 듯하다.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보면, 우리는 불편을 감수했고 서로를 위해 배려했으며 일상의 삶에서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것에 감사했다. 아직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과 삶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던 경험이나 삶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 다짐하며 노력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험과 삶을 통해서 얻었던 그 결과는 우리가 습관화되고 적응했던 일상을 고통과 슬픔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후회하지 않고 싶은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지금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순 시기는 40일 동안 주님의 고통과 수난에 동참하여 부활을 맞이하기 위한 회개(悔改)의 기간이다. 인간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하려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각 성당에서는 신자들을 위한 ‘피정’을 준비한다. 피정은 ‘피세정념’(避世精念)의 줄임말로 ‘세상으로부터 물러나서 자신을 돌아보고 고요함을 얻으려는 것’을 의미한다.

20여 년 전, 성당 청년들과 함께 피정을 가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청년들과 함께 피정 중에 죽음 체험으로 관에 들어가는 체험을 했다. 자신의 죽음과 장례를 체험하는 것으로, 지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얼마나 귀한 사람들인지를 알아 행복한 삶을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준비했었다. 성당 근처 장례식장에서 관을 하나 빌렸고, 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들여다보는 기도와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준비된 관 앞에 작은 상을 두고, 그 위에 초와 향을 준비했다.

필자를 선두로 피정에 참석했던 모든 청년들이 관 체험을 시작했다. 관에 들어가면, 관 뚜껑을 닫고 그 위로 탁탁 치는 못 박는 시늉을 하며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불까지 껐다. 관에 들어간 지 몇 초가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들어갔던 청년들 모두 슬프게 우는 것이었다. 두려움과 떨림, 생명의 끝이라는 고통이 다가온 것인지 모두 슬프게 울었고, 어떤 이는 큰 소리로 서럽게 울기까지 했다.

관 안에서의 죽음 체험 후, 청년들과 함께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관 안에서 무엇이 느껴졌는지,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그리고 관 밖으로 나온 지금 어떤 마음인지 등의 질문과 함께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과거의 모든 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고 하고, 부모와 가족들이 떠올라 힘들었다고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주지 못한 것들이 많아 후회했다 하고,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고 욕심부리며 다른 사람을 힘들게 했는지 등 체험을 나누었다. 그리고 청년들은 모두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이 피정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필자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를 자주 스스로 묻게 된다.

소유하여 내 것으로 만들려 하고,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어 통제하려 하고, 비교하여 소중한 자신을 착취하고, 고통 없는 영광을 바라며 시기와 질투로 초라해지고, 쓸데없는 관심으로 편견과 선입견을 만들어 심판관이 되고, 재난을 피했다고 생각하여 나만 아니면 된다는 안도의 숨과 함께 이기적인 교만 덩어리가 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내 삶이 후회하지 않는 삶으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태오 복음 7장 12절에서 예수는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고 말씀하신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는 남이 나를 먼저 헤아려 주고, 이해해 주고, 받아들여 주고, 편들어 주기를 바란다. 이런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우리는 서로 싸우고, 더 만나려 하지 않고, 서로 험담하게 된다. 한 번이라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온전히 생각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편들어 주었던 적이 있는가? 만일에 있다면, 진정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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