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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주기 보수·진보 교체’ 이번에는
2021년 11월 10일(수) 01:30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4개월 앞두고 여야 주요 정당의 후보가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많게는 10여 명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치열한 경선을 통과한 각 당의 후보들은 이제 또 다른 검증의 출발점에 서 있다. 이기면 진짜 대권(大權)을 거머쥐는 본선 무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과반 득표율로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후보로 선출했다.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을,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를 뽑았다. 이에 따라 초반 대선 레이스는 원내 정당 기준 4자 구도로 출발하게 됐다.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심판’이냐

이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주자는 거대 양당의 이재명·윤석열 후보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행정을 두루 경험한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청년 배당과 전 도민 재난지원금 등 선도적인 복지 정책을 잇따라 실행하면서 결단력과 추진력을 입증했다. ‘사이다’라는 별명처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에도 거침이 없었고, 비주류의 한계를 극복하고 여당 후보로 선출돼 정권 재창출의 책무를 안게 됐다.

윤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살아 있는 권력’인 현 정부의 비리를 모두 수사한 ‘강골 검사’ 이미지가 최대 자산이다. ‘적폐 청산’ 수사 덕에 검찰총장으로 파격 승진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로 정부와 각을 세우다 사퇴했다. 이후 대선 도전 선언 4개월 만에 ‘정치 신인’으로서 제1 야당 후보에 올라 정권 교체의 선봉에 서게 됐다.

각각 진보와 보수 진영을 대표하며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철학과 삶의 궤적은 극과 극이지만, 공통점도 적지 않다. 우선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거대 양당에서 선출된 대선 후보 가운데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첫 사례라는 점이다. 노태우에서 문재인까지 일곱 명의 대통령이 모두 한 번 이상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데 이번에 처음으로 여의도 정치 이력이 전혀 없는 ‘국회의원 0선’ 후보들이 탄생한 것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불신이 그만큼 커졌다는 증좌다. 둘 다 법조인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이 후보와 검사 출신의 윤 후보 간 대결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홍준표 후보가 벌였던 경쟁 구도와 비슷하다.

‘저돌적 리더십’으로 견고한 열혈 지지층(fandom)을 형성해 온 반면 반대(anti)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닮았다. 국정 운영 비전도 얼핏 보면 유사하다. 이 후보는 ‘공정 성장’을, 윤 후보는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어 ‘공정’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똑같이 ‘성장’을 외치면서도 각각 ‘분배를 통한 성장’ ‘성장을 통한 분배’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처럼 정책의 결은 판이하다.

두 후보의 최대 과제가 ‘사법 리스크’ 극복이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윤 후보는 ‘고발 사주’라는 대형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수사 결과 후보 본인은 물론 측근 인사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어느 쪽이든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이나 윤 후보의 부인·장모를 둘러싼 의혹 등 ‘가족 리스크’도 장애물이다. 설화가 잦고, 2030세대 및 여성 지지율이 두텁지 못한 점도 비슷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두 배나 높게 나타나고,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승부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민심은 정권 연장보다는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 주고 있는 양상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민생 경제 위기, 부동산 가격 폭등, 조국 사태 등에 따른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도 임기를 불과 6개월 남겨둔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근 좀 떨어지긴 했지만 40%를 오르내리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진보 진영의 심장으로 역대 대선 때마다 방향타 역할을 해 온 호남 민심의 선택과 함께 대선 정국에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

1987년 이후 치러진 대선 결과를 보면 보수와 진보 진영이 10년 주기로 정권을 주고받았다. 노태우·김영삼의 보수 정권 이후 김대중·노무현의 진보 정권, 그리고 다시 이명박·박근혜의 보수 정권이 번갈아 가며 들어선 것이다. 이 같은 과거의 ‘10년 주기론’를 적용할 경우 정권 연장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내년 대선은 민주당이 집권한 지 5년 만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추세에 불과할 뿐 정해진 법칙은 아니다. 미국의 대통령(임기 4년에 중임 가능)들도 1992년 이후 빌 클린턴(민주당), 조지 W. 부시(공화당), 버락 오바마(민주당)까지는 8년 주기가 이어졌지만 도널드 트럼프(공화당)가 재선에 실패하면서 4년 만에 조 바이든(민주당)에게 자리를 넘겨야 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은 그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접전 양상을 보여 왔다. 하지만 ‘뽑을 사람이 없다’는 무당층 비율이 과거 대선에 비해 높은 편이다. 아직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유권자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진영 대결로 치달을 경우 이번에도 3~5% 이내에서 승패가 갈린 역대 대선처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내년 대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고 양극화·불평등을 해소해 공정과 통합을 모색하며,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유능한 정부를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의 회고적 성격을 띠는 총선과 달리 대선에서는 미래지향적인 전망적 투표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초치기로 급조한 정책으로서는 결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민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국민이 공감하는 비전을 얼마나 제시할 수 있느냐가 대선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다. <논설실장·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