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藥)과 함께’가 일상이 된 사회- 채 희 종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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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이병헌, 이정재, 송강호,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류승룡, 마동석, 손석구. 우리나라 최고 영화배우들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영화 마니아거나 배우들의 팬이라면 쉽게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배우들 중에서도 관객 천만 명을 돌파한 영화의 주인공, 일명 천만배우로 불리는 톱스타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이 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광고에 출연했거나 현재 출연중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출연한 광고는 소화제와 피로회복제(자양강장제, 영양제), 관절치료 보조제 등이 주를 이루며 우황청심원·공진단 등 한방 계열의 약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건강이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누구나 먹고, 가족들에게 챙겨준 제품들이다. 하루 한번 챙겨먹는 제품들인지라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고 거부감이 없는 최고의 배우들이 광고 모델로 발탁된 것이리라.
편하게 건강하려는 욕심이 문제
어느 집에 가도 식탁 위에 약이나 건강기능식품 한 두가지가 놓여 있는 풍경은 이제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비타민, 홍삼,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 등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국민 영양제가 된 지 오래다. 이것들을 한두 가지 정도는 먹어줘야 사는 동안 건강할 수 있겠다는 인식마저 우리 뇌에 각인된 듯하다. 이것들은 만성피로에 찌든 직장인에게 활력을 주고,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막아주며, 침침해진 눈의 기능을 회복시켜 주고, 심장과 뇌 혈관을 원활하게 해주며, 장 건강에 도움을 줘 변비와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고, 연골 통증도 막을 뿐만 아니라 항암 작용도 한다고 연일 광고에 등장한다. 광고 내용만 놓고 보면 이것들을 먹는다면 가히 진시황도 이루지 못했던 불로장생의 꿈도 이룰 수 있을 법하다.
경제적 여건이 예전보다 나아진 만큼 건강에 대한 염려증은 더욱 커지고 이를 반영한 건강기능식품, 치료보조제, 영양제 등의 제품은 종류가 더욱 세분화될 뿐만 아니라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져 건강기능식품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터넷 홈쇼핑에는 홍삼과 비타민은 기본이고 보스웰리아, 콘도로이친, 콜라겐, 글루타치온, 밀크씨슬, 포스파티셀린, 프로폴리스, 쏘팔메토, 카르니틴, 마카, 판토텐산, 감마리놀렌산 등 듣도 보도 못한 건강보조제 수 백여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수천 년 전에 먹었다는 고대 곡물인 파로, 카무트, 루피니빈 등 이름도 생소한 곡물이 다이어트나 당뇨에 도움이 되는 슈퍼푸드로 팔리고 있다. 유산균도 다이어트용, 갱년기용, 간 건강용 등으로 다양화됐다.
건강염려증을 파고드는 의약·건강기능식품 관련 기업들의 전략은 치밀하다. 주말이었던 지난 2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텔레비전 건강관련 프로그램과 광고를 모니터링했다. 1곳의 종편 방송에서 무릎연골 치료 보조제를 다룬 정규 건강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으며, 동시간대에 옆 채널인 종편 1곳과 홈쇼핑 2곳에서 똑같은 성분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후 30여 분 뒤에는 종편 방송 1곳이 흑염소를 테마로 한 정규 건강 프로그램을 방송했으며, 동일 시간에 2곳의 홈쇼핑 채널에서 흑염소즙 판매를 진행하고 있었다. 평일 오전에는 지상파도 건강기능식품 관련 정규 프로그램에 가세한다. 이를 매일 시청하는 사람이 먹을 때와 안 먹을 때가 다르다며 유혹하는 손길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 편의와 기업 이윤의 교차점
이처럼 약(藥)과 건강기능식품이 식탁을 점령한 것은 소비자 편의와 기업 이윤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노력 없이 손쉽게 건강해지려는 욕심 탓에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찾는다. 또 기업은 식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식품 속 성분을 약으로 제조해 파는 게 수십 수백 배의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무차별적으로 약품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염려와 질병에 대한 두려움은 80~90년이라는 유한의 시간을 사는 인간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대상이다. “피로회복이 빠르다. 무릎 연골에 좋다. 혈액순환과 치매 예방에 탁월하다.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는 말이 광고인줄 알지만 귀가 솔깃해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열 가구 중 여덟 가구가 영양제를 구비하고 있으며, 노인 절반 이상이 5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혈액암 관련 교수는 “현재 유통되는 영양제는 잘 먹지 못하고 영양이 부족한 아프리카 사람들이나 먹어야 된다. 지금은 모두가 너무 잘 먹고 많이 먹어 영양 과잉으로 고혈압, 당뇨 같은 질병을 걱정하고 있다”며 “필요한 대부분의 영양소는 음식으로 섭취가 충분한 만큼 건강기능식품은 개인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하루 세끼를 먹으면 영양은 충분하고, 30분 운동은 건강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햇살 좋은 가을, 책 한 권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것은 건강을 위한 덤일 것이다.
어느 집에 가도 식탁 위에 약이나 건강기능식품 한 두가지가 놓여 있는 풍경은 이제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비타민, 홍삼,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 등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국민 영양제가 된 지 오래다. 이것들을 한두 가지 정도는 먹어줘야 사는 동안 건강할 수 있겠다는 인식마저 우리 뇌에 각인된 듯하다. 이것들은 만성피로에 찌든 직장인에게 활력을 주고,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막아주며, 침침해진 눈의 기능을 회복시켜 주고, 심장과 뇌 혈관을 원활하게 해주며, 장 건강에 도움을 줘 변비와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고, 연골 통증도 막을 뿐만 아니라 항암 작용도 한다고 연일 광고에 등장한다. 광고 내용만 놓고 보면 이것들을 먹는다면 가히 진시황도 이루지 못했던 불로장생의 꿈도 이룰 수 있을 법하다.
건강염려증을 파고드는 의약·건강기능식품 관련 기업들의 전략은 치밀하다. 주말이었던 지난 2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텔레비전 건강관련 프로그램과 광고를 모니터링했다. 1곳의 종편 방송에서 무릎연골 치료 보조제를 다룬 정규 건강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으며, 동시간대에 옆 채널인 종편 1곳과 홈쇼핑 2곳에서 똑같은 성분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후 30여 분 뒤에는 종편 방송 1곳이 흑염소를 테마로 한 정규 건강 프로그램을 방송했으며, 동일 시간에 2곳의 홈쇼핑 채널에서 흑염소즙 판매를 진행하고 있었다. 평일 오전에는 지상파도 건강기능식품 관련 정규 프로그램에 가세한다. 이를 매일 시청하는 사람이 먹을 때와 안 먹을 때가 다르다며 유혹하는 손길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 편의와 기업 이윤의 교차점
이처럼 약(藥)과 건강기능식품이 식탁을 점령한 것은 소비자 편의와 기업 이윤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노력 없이 손쉽게 건강해지려는 욕심 탓에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찾는다. 또 기업은 식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식품 속 성분을 약으로 제조해 파는 게 수십 수백 배의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무차별적으로 약품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염려와 질병에 대한 두려움은 80~90년이라는 유한의 시간을 사는 인간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대상이다. “피로회복이 빠르다. 무릎 연골에 좋다. 혈액순환과 치매 예방에 탁월하다.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는 말이 광고인줄 알지만 귀가 솔깃해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열 가구 중 여덟 가구가 영양제를 구비하고 있으며, 노인 절반 이상이 5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혈액암 관련 교수는 “현재 유통되는 영양제는 잘 먹지 못하고 영양이 부족한 아프리카 사람들이나 먹어야 된다. 지금은 모두가 너무 잘 먹고 많이 먹어 영양 과잉으로 고혈압, 당뇨 같은 질병을 걱정하고 있다”며 “필요한 대부분의 영양소는 음식으로 섭취가 충분한 만큼 건강기능식품은 개인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하루 세끼를 먹으면 영양은 충분하고, 30분 운동은 건강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햇살 좋은 가을, 책 한 권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것은 건강을 위한 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