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의 대통령-정후식 논설실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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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주만 지나면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이 탄생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회복과 대전환을 이끌어 나가게 될 새 선장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인가.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식에서 말한 한결같은 다짐이 있다. ‘국민 모두를 위한,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거다. 임기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취임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
대선 기간 내내 ‘100% 대한민국’과 ‘국민 대통합’을 역설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과의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정작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엔 표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30% 득표율로 국정 독주 갈등 심화
이명박 대통령은 특정 학맥과 지연에 치우친 인사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혹은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4대강 사업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세종시 수정안, 미디어법 등 여러 현안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밀어붙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영남 편중 인사, 종북 몰이, 역사 왜곡 국정교과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으로 대통합은커녕 국민을 갈등 속으로 몰아넣었다. 급기야 ‘비선(秘線)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탄핵·파면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 양대 보수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통합위원회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각각 꾸렸지만 ‘통합’은 빈말에 그쳤다. 도리어 지역·계층·빈부로 편을 가르고 격차를 키우는 우편향 정책으로 분열을 심화시켰다. 권위적 통치와 ‘불통의 리더십’으로 인해 민주주의는 퇴보를 거듭했다.
그 뒤를 이어 촛불 민심의 지지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통합과 공존’을 기치로 내걸어 많은 국민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에 치중하는 바람에 외려 국민 분열을 초래했다. 자녀 입시 비리가 제기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 강행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체를 갈라놓았다. 야당과의 소통이나 협치 노력도 부족했다. 야당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가 30명을 넘었다. 신설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공회전만 거듭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성장으로 인한 국정 지지도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역대 대통령들이 저마다 통합을 내세운 것은 선거에서 확보한 대표성이 미흡하기 때문일 것이다. 1987년 직선제 쟁취 이후 일곱 차례 대선에서 당선자의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은 30%대에 머물렀다. 문 대통령만 해도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 수 기준으로 41.08%를 득표했지만 전체 유권자 중에선 31.6%에 그쳤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열 중 예닐곱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 가려면 다른 후보를 선택했거나 기권한 유권자들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그럼에도 역대 정권은 국민을 하나로 모으기보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치기 하여 지지자들만을 기반으로 국가를 통치하려 했다. 당파성으로 독주와 일방통행을 일삼으며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긴 것이다. 친노·친이·친박·친문의 패거리 정치도 그런 토양 위에 뿌리를 내렸다. 그 과정에서 반대편 유권자는 외면하거나 심지어 적대시하곤 한다. 이 때문에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국민의 과반수가 절망하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87체제의 산물’로 35년째 이어진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자리하고 있다. 모든 권력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에 집중되다 보니 권력은 오남용되고, 입법부는 거수기로 전락하기 일쑤다. 성과에 급급한 정책 추진이나 책임 정치 실종, 조기 레임덕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소통으로 통합 이뤄낼 후보 선택을
그럼에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국민 통합 정부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초법적 대통령의 상징인 청와대 해체를 선언했을 뿐이다. 반면 적대와 혐오를 조장하는 갈라치기와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나 멸공 인증 릴레이, 외국인 건강보험 논란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 및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둘러싼 갈등도 마찬가지다. 과거 진영이나 지역에 머물렀던 편 가르기는 이제 세대와 성별로까지 무한 확장되고 있다.
정치의 본령은 다양한 이해와 갈등 조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와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을 늘 입에 달고 살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재정권의 끝없는 탄압을 받고도 DJP연합을 통한 수평적 정권교체로 국정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 실용 인사로 협치와 통합을 실천했다.
이제 더 이상 소모적인 대립으로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는 없다. 국민은 실패한 대통령이 아닌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양극화·불평등을 넘어서 공존을 모색하며, 경제 회복과 균형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유능한 정부를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지만 주권자인 국민은 좋든 싫든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정치가 늘 우리를 실망시키지만, 국민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바꾸는 데 그만한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기간 우리는 그야말로 눈여겨보고 귀여겨들어야 한다. 어느 후보가 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을 이룰 수 있겠는지, 권력 분산을 통해 통치가 아닌 협치를 실천할 수 있겠는지. 남은 2주일이 향후 5년을 바꾼다.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식에서 말한 한결같은 다짐이 있다. ‘국민 모두를 위한,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거다. 임기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취임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특정 학맥과 지연에 치우친 인사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혹은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4대강 사업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세종시 수정안, 미디어법 등 여러 현안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밀어붙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영남 편중 인사, 종북 몰이, 역사 왜곡 국정교과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으로 대통합은커녕 국민을 갈등 속으로 몰아넣었다. 급기야 ‘비선(秘線)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탄핵·파면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 양대 보수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통합위원회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각각 꾸렸지만 ‘통합’은 빈말에 그쳤다. 도리어 지역·계층·빈부로 편을 가르고 격차를 키우는 우편향 정책으로 분열을 심화시켰다. 권위적 통치와 ‘불통의 리더십’으로 인해 민주주의는 퇴보를 거듭했다.
그 뒤를 이어 촛불 민심의 지지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통합과 공존’을 기치로 내걸어 많은 국민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에 치중하는 바람에 외려 국민 분열을 초래했다. 자녀 입시 비리가 제기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 강행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체를 갈라놓았다. 야당과의 소통이나 협치 노력도 부족했다. 야당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가 30명을 넘었다. 신설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공회전만 거듭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성장으로 인한 국정 지지도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역대 대통령들이 저마다 통합을 내세운 것은 선거에서 확보한 대표성이 미흡하기 때문일 것이다. 1987년 직선제 쟁취 이후 일곱 차례 대선에서 당선자의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은 30%대에 머물렀다. 문 대통령만 해도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 수 기준으로 41.08%를 득표했지만 전체 유권자 중에선 31.6%에 그쳤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열 중 예닐곱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 가려면 다른 후보를 선택했거나 기권한 유권자들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그럼에도 역대 정권은 국민을 하나로 모으기보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치기 하여 지지자들만을 기반으로 국가를 통치하려 했다. 당파성으로 독주와 일방통행을 일삼으며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긴 것이다. 친노·친이·친박·친문의 패거리 정치도 그런 토양 위에 뿌리를 내렸다. 그 과정에서 반대편 유권자는 외면하거나 심지어 적대시하곤 한다. 이 때문에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국민의 과반수가 절망하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87체제의 산물’로 35년째 이어진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자리하고 있다. 모든 권력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에 집중되다 보니 권력은 오남용되고, 입법부는 거수기로 전락하기 일쑤다. 성과에 급급한 정책 추진이나 책임 정치 실종, 조기 레임덕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소통으로 통합 이뤄낼 후보 선택을
그럼에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국민 통합 정부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초법적 대통령의 상징인 청와대 해체를 선언했을 뿐이다. 반면 적대와 혐오를 조장하는 갈라치기와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나 멸공 인증 릴레이, 외국인 건강보험 논란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 및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둘러싼 갈등도 마찬가지다. 과거 진영이나 지역에 머물렀던 편 가르기는 이제 세대와 성별로까지 무한 확장되고 있다.
정치의 본령은 다양한 이해와 갈등 조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와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을 늘 입에 달고 살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재정권의 끝없는 탄압을 받고도 DJP연합을 통한 수평적 정권교체로 국정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 실용 인사로 협치와 통합을 실천했다.
이제 더 이상 소모적인 대립으로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는 없다. 국민은 실패한 대통령이 아닌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양극화·불평등을 넘어서 공존을 모색하며, 경제 회복과 균형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유능한 정부를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지만 주권자인 국민은 좋든 싫든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정치가 늘 우리를 실망시키지만, 국민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바꾸는 데 그만한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기간 우리는 그야말로 눈여겨보고 귀여겨들어야 한다. 어느 후보가 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을 이룰 수 있겠는지, 권력 분산을 통해 통치가 아닌 협치를 실천할 수 있겠는지. 남은 2주일이 향후 5년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