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吟風弄月’ 한시의 풍경과 미학
우리 한시를 읽다-이종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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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茶飯事)는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과 같은 일상을 말한다. 옛 사람에게 한시(漢詩)는 다반사였다. 희로애락을 시로 옮겼다. 조선의 몰락과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쇠락해버린 한시. 한시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받지만 고려청자가 그러하듯 선조들이 느낀 아름다움이 퇴색되지는 않았다.”
서울대 국문과에 재직하며 한시를 연구해온 이종묵 교수는 우리 한시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한시를 읽다’는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의 ‘가을 밤 비 내리는데(추야우중·秋夜雨中)’부터 구한말 매천 황현의 ‘목숨을 끊으면서(절명시·絶命詩)’에 이르기까지 우리 한시가 걸어온 길을 짚어보고 중국 한시와 다른 우리 한시의 특징을 찾아 본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한시의 다양한 풍경과 미학을 소개하고 우리 한시가 끊임없이 추구해온 새로움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신라 말부터 조선 중기까지 한시의 대세는 음풍농월(吟風弄月)이었다. 창작 방법과 미학의 측면에선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한시사에서도 당풍(唐風)과 송풍(宋風)이 시대에 따라 교체해 왔다.
하지만 18세기 무렵부터 문단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개성에 바탕을 둔 새로움을 추구하고 중국적인 것이 아닌 조선적인 무엇을 담아야 진정한 시라는 각성이 일어난 것. 이에 따라 조선적인 경물과 풍속을 시에 담아내고 우리말 어휘를 시어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정약용은 여기서 더 나아가 ‘송파에서 시를 주고받으며(송파수작·松坡酬酢)’란 시에서 스스로 조선 시를 쓰겠노라고 선언하기도 했다고 한다.
‘시 속의 그림, 그림 속의 시’ 에서는 이승인, 이인로, 고경명 등의 한시를 들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듯한 우리 한시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그림에 쓴 시는 그림이 말하지 못하는 뜻을 읽게 하고 그림이 담을 수 없는 소리를 듣게한다.”(본문 139쪽)
‘시의 뜻을 호방하게 하는 법’에서는 원유(遠遊)하며 기상을 드높이고, 잠심(潛心)하여 뜻을 깊게 한 옛 시인의 면모를 정몽주의 시를 통해 살펴본다.
“한편으로 산천을 유람하며 스케일이 큰 시를 쓰고, 다른 한편 서재에서 사색하면서 깊이가 있는 시를 써야 큰 시인이 된다.”(본문 154쪽)
한시의 아름다움은 그 속에 담긴 소리와 향기,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 한시의 아름다운 음향을 따라갈 수 없었던 우리 조상들은 소리의 울림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개성을 발휘하는 ‘높은 정신’을 선택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또 한시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한시는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보아야 하고 귀를 기울여 작은 소리조차 들어야 한다. 냉철한 머리로 따져서 읽어야 하고 뜨거운 가슴을 열고 마음을 함께 하여야 한다. 그래야 한시의 아름다움이 보인다”고 말한다.
〈돌베개·1만5천원〉
/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
서울대 국문과에 재직하며 한시를 연구해온 이종묵 교수는 우리 한시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한시를 읽다’는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의 ‘가을 밤 비 내리는데(추야우중·秋夜雨中)’부터 구한말 매천 황현의 ‘목숨을 끊으면서(절명시·絶命詩)’에 이르기까지 우리 한시가 걸어온 길을 짚어보고 중국 한시와 다른 우리 한시의 특징을 찾아 본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한시의 다양한 풍경과 미학을 소개하고 우리 한시가 끊임없이 추구해온 새로움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신라 말부터 조선 중기까지 한시의 대세는 음풍농월(吟風弄月)이었다. 창작 방법과 미학의 측면에선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한시사에서도 당풍(唐風)과 송풍(宋風)이 시대에 따라 교체해 왔다.
하지만 18세기 무렵부터 문단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개성에 바탕을 둔 새로움을 추구하고 중국적인 것이 아닌 조선적인 무엇을 담아야 진정한 시라는 각성이 일어난 것. 이에 따라 조선적인 경물과 풍속을 시에 담아내고 우리말 어휘를 시어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정약용은 여기서 더 나아가 ‘송파에서 시를 주고받으며(송파수작·松坡酬酢)’란 시에서 스스로 조선 시를 쓰겠노라고 선언하기도 했다고 한다.
‘시 속의 그림, 그림 속의 시’ 에서는 이승인, 이인로, 고경명 등의 한시를 들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듯한 우리 한시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그림에 쓴 시는 그림이 말하지 못하는 뜻을 읽게 하고 그림이 담을 수 없는 소리를 듣게한다.”(본문 139쪽)
‘시의 뜻을 호방하게 하는 법’에서는 원유(遠遊)하며 기상을 드높이고, 잠심(潛心)하여 뜻을 깊게 한 옛 시인의 면모를 정몽주의 시를 통해 살펴본다.
“한편으로 산천을 유람하며 스케일이 큰 시를 쓰고, 다른 한편 서재에서 사색하면서 깊이가 있는 시를 써야 큰 시인이 된다.”(본문 154쪽)
한시의 아름다움은 그 속에 담긴 소리와 향기,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 한시의 아름다운 음향을 따라갈 수 없었던 우리 조상들은 소리의 울림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개성을 발휘하는 ‘높은 정신’을 선택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또 한시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한시는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보아야 하고 귀를 기울여 작은 소리조차 들어야 한다. 냉철한 머리로 따져서 읽어야 하고 뜨거운 가슴을 열고 마음을 함께 하여야 한다. 그래야 한시의 아름다움이 보인다”고 말한다.
〈돌베개·1만5천원〉
/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