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 강박증’
누구든지 쓰던 물건을 버릴 때는 잠시 주저하기 마련이다. 물건이 아깝기도 하지만 저마다 물건과 얽힌 사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건에 대한 애착은 이사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오랫동안 쓴 물건을 한사코 가져가려는 부모와 헌 물건을 버리려는 자식들 간 신경전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무엇이든 정도가 지나치면 병이 되는 법. 필요성 여부와 관계없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저장하는 습관은 강박 장애의 일종이다. 이는 절약이나 수집과는 극명하게 다르며, 심한 경우 치료가 필요한 행동 장애이다. 이 같은 행동은 저장 강박 장애, 저장 강박 증후군, 강박적 저장 증후군으로 불린다. 이밖에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았던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이름을 따 ‘디오게네스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달리 노인성 불결 증후군이나 메시(messy:엉망진창) 증후군 등 다양한 명칭이 있다.
저장 강박증은 원인이 확실치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가치 판단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손상됐기 때문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치매나 조울증도 요인으로 꼽힌다. 저장 강박증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맨해튼의 4층짜리 집에서 살다 숨진 ‘콜리어 형제’ 이야기가 있다. 이 형제는 상류사회 부모로부터 교육도 받았고 전문 직업을 가진 지식인이었지만 저장강박증 환자의 원조가 됐다.
이 형제는 1947년 3월 21일, 온갖 잡동사니를 쌓아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이에 앞서 시체 썩는 악취를 견디다 못한 주민들의 신고가 있었다. 조사 결과 형제가 이 집에 모아둔 잡동사니는 무려 170t. 어마어마한 쓰레기 때문에 집은 붕괴 위기에 처했고, 쓰레기 속에서 시체를 찾는 데만도 3주나 걸렸다. 이후 화재 위험 방지와 위생을 위해 콜리어 형제의 집은 헐리게 됐고, 그 자리에 대신 공원이 들어섰다.
얼마 전 광주에서도 온 집안에 쓰레기를 쌓아 두고 자식을 키우던 부부가 악취가 진동한다는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에 입건됐다. 어린 남매는 아동보호기관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번 주말엔 보지 않는 책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고, 쓸모없는 물건들은 정리해 볼까 생각 중이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무엇이든 정도가 지나치면 병이 되는 법. 필요성 여부와 관계없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저장하는 습관은 강박 장애의 일종이다. 이는 절약이나 수집과는 극명하게 다르며, 심한 경우 치료가 필요한 행동 장애이다. 이 같은 행동은 저장 강박 장애, 저장 강박 증후군, 강박적 저장 증후군으로 불린다. 이밖에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았던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이름을 따 ‘디오게네스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달리 노인성 불결 증후군이나 메시(messy:엉망진창) 증후군 등 다양한 명칭이 있다.
얼마 전 광주에서도 온 집안에 쓰레기를 쌓아 두고 자식을 키우던 부부가 악취가 진동한다는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에 입건됐다. 어린 남매는 아동보호기관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번 주말엔 보지 않는 책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고, 쓸모없는 물건들은 정리해 볼까 생각 중이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