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와 간병 - 채희종 디지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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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와 간병 - 채희종 디지털본부장
2025년 07월 22일(화) 00:00
우리나라 설화나 전설은 서양과 달리 유난히 효자 이야기가 많다. 지역을 대표하는 설화는 물론 마을마다 효자 이야기가 전해오거나 기록으로 남아있을 정도이다.

효자 설화의 공통 주제는 공교롭게도 현대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가정 문제와도 맞닿아있는 간병이다. 설화의 내용은 효자가 오랜 동안 병석에 누워있는 부모님을 극진히 간호하지만 호전되지 않아 온갖 방도를 찾아 다니는 내용으로 대동소이하다. 특히 마지막 대목에는 신선이나 산신령의 계시대로 자식을 희생시키거나 목숨을 거는 위험을 감수한 끝에 산삼을 얻어 부모의 병을 낫게 했다는 뻔한 내용이 나온다. 또한 설화의 특성상 자녀 희생이나 목숨을 바치는 행위는 신이 효자의 마음을 시험한 것으로 종국에는 모두가 행복한 해피엔딩이라는 정형화된 서사이다.

효자의 간병 이야기가 많은 것은 옛날에도 간병으로 인한 가정의 고통이 그만큼 심각했다는 방증이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내려 오는 것을 보면 옛날에도 간병은 심각한 사회 문제였을 것이다.

요즘에는 가족 간병이라는 말이 새롭게 생겨났다. 온 가족이 힘을 모아 부모님을 간병한다는 뜻이 아니라 노인을 오랜 세월 간병하다 가족 전체가 경제적 곤란과 심신의 고통에 빠진 질병이라는 의미로 온라인상에서 쓰이는 단어이다. 간병이 오죽 힘들었으면 그런 단어가 생겨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못한 용어임에는 틀림없다.

일반적으로 노인이 암에 걸려 1차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2차병원에 입원할 경우 환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달 병원비는 병실료를 포함해 300만원대 선이다. 하지만 간병인을 고용하면 한달 간병비는 500만원에 달한다. 환자가 첨단의료시설과 의사, 간호사 등 모든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서 내는 돈은 300만원인데 단 한 사람의 간병인에게 주는 돈이 500만원이라면 이는 논리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사업의 로드맵을 구체화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민간단체 등 순수 사적 영역으로 분류된 간병 체계를 현행 의료기관들이 양성화해 운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주길 바란다.

/채희종 디지털본부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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