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니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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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니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5년 07월 11일(금) 00:00
네이버 국어사전을 보면 ‘안다니’는 무엇이든지 잘 아는 체하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 주변에는 유독 상식이 풍부한 사람이 많다. 이들은 대화 도중 생각나지 않는 단어나 수치 등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아주기도 한다.

원소기호 16번이 무엇인지, 루트2가 무리수임을 거뜬하게 증명해 보인다.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 조오련과 바다거북이의 수영 실력도 안다니를 통해 ‘3자 검증’을 하기도 한다. 과거 언론사의 주요 일과 중 안다니 역할도 있었다고 한다. 독자들이 다양한 궁금증을 전화 등을 통해 언론사에 물어오면 당직하는 기자가 이에 대답을 했다. 영화 ‘라디오스타’에서도 화투 놀이를 하던 할머니들이 라디오 DJ에게 전화를 걸어 ‘고스톱 룰’을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주변의 교사와 교수 등의 직군도 주요 안다니 역할을 하곤 했다. 이 때문에 어쩌다 술자리 언쟁이 길어지는 날이면 안다니네 집 전화통은 쉬지 않고 울어댔고, 심지어 1993년 3월 둘째 주 ‘가요톱 10’ 1위 가수가 누구였는지를 기억해 내야하는 일도 잦았다.

안다니에게는 포상도 컸다. ‘아 맞아맞아’ ‘아 역시역시’, 이어지는 칭찬과 박수소리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쾌감을 맛볼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안다니가 사라지고 있다. 모두가 주머니 속에 휴대전화를 넣고 다니면서 실시간 검색을 통해 전세계의 무수한 안다니를 꺼내 볼 수 있는 시대를 사는 덕분이다.

하지만 정치판에는 여전히 안다니들이 판을 치고 있다. 나라를 비상계엄에 이르게 한 과정에도 극우 유튜버와 음모론자, 낙선을 인정하지 못하는 일부 정치인의 ‘안다니짓’이 한몫했다. 조금 더 고급지게 포장된 정치 안다니도 즐비하다. 왜곡된 여론조사, 가짜뉴스 등이 쏟아내는 무수한 정보에 노출되면서 법원에 난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과거의 안다니에겐 지식과 양심의 기준이 있었다면 작금의 정치판 안다니는 목적에 따라 국민을 현혹시키려고 한다.

대책은 간단하다. 좀 더 깊고 넓게 보고, 고민하며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주변에 좋은 안다니를 두고 토론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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