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수리 언제 되나요” 폭염에 속타는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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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수리 언제 되나요” 폭염에 속타는 기다림
광주·전남 에어컨 사용 급증 속 수리·점검 1주일~한달 대기 ‘고통’
예약 빗발에 수리기사 밤낮없이 출동…실외기 과열 화재도 잇따라
2025년 07월 10일(목) 20:25
/클립아트코리아
화순군에 거주하는 나도호(29)씨는 최근 아파트 실외기가 고장나 업체에 수리를 요청했으나, 일주일 넘게 수리 기사가 방문하지 못해 폭염과 ‘씨름’을 벌여야 했다. 폭염에 실외기 과열, 에어컨 고장 등 문제가 잇따르면서 에어컨 수리 요청이 빗발쳐 출장 수리를 해 줄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나 씨는 “수리기사가 ‘예전에는 2인 1조로 다녔는데 인력이 부족해 최근 한 달 간은 휴일 없이 혼자 하루에 세 군데씩을 돌고 있다’고 하더라”며 “폭염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었는데, 수리기사 혼자서 커다란 실외기를 혼자 들고 나르는 모습을 보니 불평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에어컨 수리기사로 일하고 있는 박민규(25)씨는 수리·점검 요청에 하루 종일 광주 곳곳을 출장 다니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 종일 일하는데도, 예약이 계속 밀려들어 일이 줄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박씨는 “7월 시작되고 하루에 전화 20통 이상 문의가 들어온다. 요즘 에어컨 업체가 너무 많다보니 그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내 휴게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더 일해야 되더라”며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덜 기다리도록 하루 작업량을 늘려 최근에는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하고 있다. 지난 4, 5월에는 하루에 2~3건 꼴로 작업했다면 요즘은 6~7건씩 처리한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때이른 폭염이 찾아오면서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고, 고장 및 점검 문의도 덩달아 늘어 에어컨 수리·설치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수리 기사들은 쏟아지는 문의와 예약에 연일 밤낮으로 현장을 누비고 있으나 인력난에 허덕이고, 제 때 수리를 받지 못한 시민들은 선풍기만으로 폭염을 나느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광주 지역 에어컨 업체 7곳에 문의한 결과 에어컨 수리를 받으려면 최소 1주일에서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만~9만원 비용이 드는 단순 냉매 충전 작업만 하려고 해도 인력이 없어 하염없이 수리 일정이 비기를 기다려야 하는 판국이다.

수리·설치 가격 또한 덩달아 오르고 있다. 에어컨을 이전 설치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30만~4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최근에는 성수기에다 인력 부족 문제까지 겹쳐 50만~60만원까지도 뛴 것으로 확인됐다.

수요는 몰리는데 인력이 부족하고 인공비·부품비 등 추가비용이 성수기에 반영돼 서비스 비용이 전체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이 업체들 설명이다. 더구나 최근 시스템 에어컨, 투인원(2 in 1) 에어컨 등 배관 구조가 복잡하고 시공 난도가 높은 에어컨이 늘어나면서 기사 한 명이 단독 처리하기 어렵고, 그만큼 성수기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에어컨 수리업자 성재일(32)씨는 “아무리 성수기라고는 하지만, 올해는 유독 무더위가 심해서인지 평소보다 1.5배는 많은 것 같다”며 “일일이 출장을 다니며 길게는 4~6시간씩 걸리는 작업을 하루에 3~4건씩 해도 일이 끝이 안 난다”고 했다.

최근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량이 늘면서 전력 수요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전력 수요량이 95.7GW(전국·오후 6시 기준)로 7월 기준 역대 1위였다. 모든 달을 통틀어 보더라도 지난해 8월(97.1GW)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폭염으로 인해 실외기가 과열되면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사고도 잇따라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광주소방 등에 따르면 올해 광주지역 에어컨 실외기로 인한 화재는 6월 1건, 7월 10일까지 2건으로 두 달도 안 돼 3건이 발생했다.

지난 9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의 한 15층짜리 빌딩 10층 외벽에 설치된 실외기에서 불이 나 입주자, 방문객 등 400여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한 에어컨 수리업체 관계자는 “멀티탭의 전기 용량이 에어컨의 고용량 전기를 못 이겨 전력 과부하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또 에어컨과 실외기에 먼지가 쌓여 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청소해 주고, 과열되지 않도록 장시간 사용을 자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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