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가 -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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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가 -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2025년 07월 23일(수) 00:00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배달의 농사형제 울부짖던 날/손가락 깨물며 맹세하면서/ 진리를 외치는 형제들 있다./ 밝은 태양 솟아오르는 우리 새역사/ 삼천리 방방 골골 농민의 깃발이여/ 찬란한 승리의 그 날이 오길/ 춤추며 싸우는 형제들 있다/ 춤추며 싸우는 형제들 있다.”

‘삼천만’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가 유명한 농민가다. 작사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농림부 장관을 역임했던 농업운동가 출신 김성훈 전 교수로 알려졌다. 서울대학교 농대 재학 당시 동아리에서 만들어 불렀던 노래가 시초였다고 한다. 농민가는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경제개발 지상주의로 인한 농업 수탈과 그 뒤 거듭된 개방농정에 맞서 농민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수십 년 숱하게 부른 집회 대표곡이다. 고추 제값 받기 운동으로부터 농협민주화, 수입개방, 한미FTA 등 1970년대부터 농민들의 투쟁현장을 함께 해왔다.

민주화운동이 활발하던 1980년대 대학가에는 농민가와 함께 ‘해방 춤’이라는 게 있었다. 해방 춤은 따라 하기 쉬운 네 박자 춤으로 농민가에 맞춰 손뼉을 치면서 두 사람이 옆으로 부딪친 다음 팔을 걸고 한 바퀴 도는 춤이다. 당시 학생들은 농민가를 부르며 해방 춤을 추고 교문으로 나아가 스크럼을 짜고 거리에서 독재정권과 맞섰다. 농민들의 슬픔을 달래고 결의를 다졌던 노래와 춤은 지금도 농민의례가로 불리고 있다.

잠시 잊고 있었던 농민가와 해방 춤이 되살아 나고 있다. 정부가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암시하는 듯한 언급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농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회 등 관련 단체들이 잇따라 집회를 열고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계획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도 TRQ(저율관세할당) 수입 남발로 국내산 농산물 가격을 후려치고 있어 가뜩이나 소멸위험에 직면해 있고 파멸에 몰린 상황인데 너무하다며 다시 아스팔트 위에 섰다.

가사처럼 ‘찬란한 승리의 그 날’이 오지 않아서겠지만, 하루 빨리 농민이 대접받는 세상이 와 농민가나 해방 춤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역시 간절하다.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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