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과 천노엘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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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과 천노엘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5년 07월 24일(목) 00:00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복음 25장 40절)

담양천주교공원묘지 성직자 묘역에 잠들어 있는 고(故) 이태석 신부(1962~2010)의 묘비명에는 그가 생전에 삶의 지표로 삼았다는 성경 구절이 적혀 있다. 의사였던 그는 사제가 된 후 20년간 내전 상태인 남수단 톤즈로 건너가 진료소를 운영하고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열었다. 그는 척박한 곳에 끊임없이 희망의 씨앗을 뿌렸고 그의 사랑으로 자란 아홉 살 아이들이 이제 의사, 약사가 돼 그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다큐 ‘울지마 톤즈’를 통해 전해진 이태석 신부의 삶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다큐를 제작했던 구수환 PD와 후원자들은 (사)이태석 재단을 결성해 톤즈 등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자립을 돕고 국내 청소년에게 이태석 리더십을 전하고 있다.

며칠 전 또 한 명의 성직자가 담양 묘역에 안장됐다. 장애인들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천노엘 신부다. 병 치료를 위해 고국 아일랜드로 돌아갔던 천 신부는 현지에서 생을 마감했고 그의 유언에 따라 화장 후 유해 일부가 가장 사랑했던 광주 장애인들 곁으로 돌아왔다.

아주 오래전 천 신부를 취재한 적이 있다. 기억에 남는 건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장애인들의 모습이다. 인터뷰 내내 그들은 천 신부 주위를 뱅뱅 돌며 알은 체를 하고 끊임없이 말을 건넸다. 조금은 정신이 없었는데 천 신부는 한 명 한 명을 인자한 웃음으로 대했고 “우리 친구들이 좋아서 그러는 거”라고 이야기했다. “우리 친구들을 사랑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말에 장애인들과 환하게 웃던 그 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어느 때보다 성직자들 관련 뉴스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아스팔트 극우파와 결합한 일부 개신교 목사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선봉에 서고 수많은 신도를 거느린 대형 교회 목사가 채상병 특검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성직자의 자세와 종교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는 이 때, 낮은 곳으로 임해 나눔을 끊임 없이 실천한 이태석·천노엘 신부가 우리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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