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읽는 즐거움’ 선물합니다
화순 ‘책방오다’ 지역민 후원 8월부터 청소년에 책 선물
광주문화재단, 11월 한달간 중고책·후원금 나눔 캠페인
광주문화재단, 11월 한달간 중고책·후원금 나눔 캠페인
2025년 11월 11일(화) 19:50
 화순의 서점 ‘책방오다’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책을 기부하는 ‘친구들아 책사줄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강윤성 대표가 차를 내리는 모습. |
“아이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화순군 화순읍 화순제일초등학교 앞 작은 책방. 하얀 햇살이 유리창을 타고 스며들고, 은은한 차 향이 공간을 채운다.
이곳의 이름은 ‘책방오다’. ‘글 읽는 소리 오’와 ‘차 다’를 합친 말로, 책 읽는 소리와 차의 향기가 함께 머무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요즘 책방에 조금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다.
“책 고르러 왔어요.” 어른들이 미리 결제해둔 돈으로 아이들이 직접 책을 고르러 오는 것이다.
기자는 최근 따뜻한 나눔이 이어지고 있는 화순의 작은 책방 ‘책방오다’를 찾아 강윤성(46)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지난 여름부터 ‘친구들아 책사줄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주민과 단골들이 모은 기금으로 청소년에게 책을 선물하는 참여형 나눔 캠페인이다.
“예전에는 기관을 통해 책이나 후원금을 전달했어요. 그런데 다른 지역에서 ‘책 사주기 프로젝트’를 하는 것을 보고 화순에서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책을 보내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찾아와 원하는 책을 고르면 더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죠.”
소박하게 시작한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었다. 8월 12일 SNS에 글을 올리자 열흘 만에 49만 원이 모였다. 이후 광주·대구·인천의 익명 후원자들까지 동참하며 10월 말에는 기금이 150만 원을 넘어섰다. 민생지원금을 통째로 기부한 책방 단골도 있었다.
모인 돈은 모두 아이들의 책값으로 쓰였다. 8월 5권으로 시작한 선물은 9·10월 10권씩, 11월에는 20권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원래 광주에서 목회를 했다. 코로나 시절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 가족과 함께 화순으로 내려왔다. 한옥을 빌려 살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경험이 쌓여 2022년 ‘책방오다’를 열었다.
그는 책방 이름처럼 ‘책이 나에게 다가오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서가에는 그림책, 청소년 소설, 시집, 지역 작가의 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문제집은 없다.
“책은 훌륭해지기 위해 읽는 게 아니라 재미있어서 읽는 겁니다. 글자를 따라가다 보면 장면이 그려지고 생각이 자라죠. 그게 책의 힘이에요.”
책을 선물받는 아이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책 안 봐요”라던 아이도 막상 책을 고르라 하면 두 눈이 반짝인다. 지난달엔 6학년 아이들 10여명이 단체로 찾아와 책을 고르고 사진을 찍었다.
한 고3 수험생은 강지나 작가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집어 들며 “책 선물 감사합니다. 이 책을 거름삼아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강 대표는 문득 떠오르는 아이가 하나 있다고 했다.
“책방을 막 열었을 때, 매일같이 들르던 다문화 가정 아이가 있었어요. 하루는 그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와서 ‘이 책 사달라’고 했죠. 어머니는 책값이 비싸서 망설이다 결국 사주셨는데, 그 후로 아이가 오지 않고 있어요. 그 아이가 이 ‘책사줄게 프로젝트’ 소식을 듣고 다시 찾아와주면 좋겠어요.”
한편 어른들이 후원금을 모아 청소년들에게 기부하는 ‘책 사줄게 프로젝트’는 지난 2월 청주의 독립서점 ‘앤’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광주문화재단도 11월 한 달 동안 시민이 참여하는 ESG 캠페인 ‘책 사줄게! 책 나눌게!’를 진행한다.
이번 캠페인은 재단 임직원과 시민이 후원금이나 중고도서를 기부하면 지역서점이 청소년에게 책을 선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참여 서점은 동명책방, 예지책방, 소년의서, 책과생활, 러브앤프리, 서로사랑하세요, 완벽한오늘 등 7곳이다.
참여를 원하는 이들은 광주문화재단 누리집에서 신청서를 작성한 뒤 후원금을 입금하거나 협력 서점에서 직접 결제하면 된다. 중고도서를 기부할 경우 아름다운가게로 택배 발송하거나 광주문화재단 및 참여 서점에 전달하면 된다.
후원자에게는 금액별 리워드가 제공된다. 지역 감성을 담은 문구류 세트, 독서 관련 소품 등이 준비돼 있으며 10만 원 이상 후원자에게는 지역서점이 추천하는 블라인드 북 1권과 추가 선물이 주어진다. 모든 리워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인 12월 10일에 일괄 발송될 예정이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화순군 화순읍 화순제일초등학교 앞 작은 책방. 하얀 햇살이 유리창을 타고 스며들고, 은은한 차 향이 공간을 채운다.
이곳의 이름은 ‘책방오다’. ‘글 읽는 소리 오’와 ‘차 다’를 합친 말로, 책 읽는 소리와 차의 향기가 함께 머무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요즘 책방에 조금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다.
기자는 최근 따뜻한 나눔이 이어지고 있는 화순의 작은 책방 ‘책방오다’를 찾아 강윤성(46)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지난 여름부터 ‘친구들아 책사줄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주민과 단골들이 모은 기금으로 청소년에게 책을 선물하는 참여형 나눔 캠페인이다.
“예전에는 기관을 통해 책이나 후원금을 전달했어요. 그런데 다른 지역에서 ‘책 사주기 프로젝트’를 하는 것을 보고 화순에서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책을 보내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찾아와 원하는 책을 고르면 더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죠.”
모인 돈은 모두 아이들의 책값으로 쓰였다. 8월 5권으로 시작한 선물은 9·10월 10권씩, 11월에는 20권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원래 광주에서 목회를 했다. 코로나 시절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 가족과 함께 화순으로 내려왔다. 한옥을 빌려 살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경험이 쌓여 2022년 ‘책방오다’를 열었다.
그는 책방 이름처럼 ‘책이 나에게 다가오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서가에는 그림책, 청소년 소설, 시집, 지역 작가의 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문제집은 없다.
“책은 훌륭해지기 위해 읽는 게 아니라 재미있어서 읽는 겁니다. 글자를 따라가다 보면 장면이 그려지고 생각이 자라죠. 그게 책의 힘이에요.”
 화순 지역 초등학생들이 책을 선물받고 남긴 인증샷. <책방오다 제공> |
한 고3 수험생은 강지나 작가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집어 들며 “책 선물 감사합니다. 이 책을 거름삼아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강 대표는 문득 떠오르는 아이가 하나 있다고 했다.
“책방을 막 열었을 때, 매일같이 들르던 다문화 가정 아이가 있었어요. 하루는 그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와서 ‘이 책 사달라’고 했죠. 어머니는 책값이 비싸서 망설이다 결국 사주셨는데, 그 후로 아이가 오지 않고 있어요. 그 아이가 이 ‘책사줄게 프로젝트’ 소식을 듣고 다시 찾아와주면 좋겠어요.”
한편 어른들이 후원금을 모아 청소년들에게 기부하는 ‘책 사줄게 프로젝트’는 지난 2월 청주의 독립서점 ‘앤’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광주문화재단도 11월 한 달 동안 시민이 참여하는 ESG 캠페인 ‘책 사줄게! 책 나눌게!’를 진행한다.
이번 캠페인은 재단 임직원과 시민이 후원금이나 중고도서를 기부하면 지역서점이 청소년에게 책을 선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참여 서점은 동명책방, 예지책방, 소년의서, 책과생활, 러브앤프리, 서로사랑하세요, 완벽한오늘 등 7곳이다.
참여를 원하는 이들은 광주문화재단 누리집에서 신청서를 작성한 뒤 후원금을 입금하거나 협력 서점에서 직접 결제하면 된다. 중고도서를 기부할 경우 아름다운가게로 택배 발송하거나 광주문화재단 및 참여 서점에 전달하면 된다.
후원자에게는 금액별 리워드가 제공된다. 지역 감성을 담은 문구류 세트, 독서 관련 소품 등이 준비돼 있으며 10만 원 이상 후원자에게는 지역서점이 추천하는 블라인드 북 1권과 추가 선물이 주어진다. 모든 리워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인 12월 10일에 일괄 발송될 예정이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