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김우진 - 박성천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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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김우진 - 박성천 문화부장
2025년 09월 29일(월) 00:20
김우진(1897~1926)은 일제강점기 ‘난파’, ‘산돼지’ 등의 작품을 발표한 남도가 낳은 대표 극작가다. 목포 출신 극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장성 관아에서 태어났다. 김우진의 부친은 장성군수를 지낸 김성규이며, 조부 또한 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때 제관 역할을 담당했던 헌관(獻官)이었다.

김우진은 어린 시절 목포로 이주해 소학교를 다녔다. 이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와세다대학 예과에 입학했으며 1924년 영문과를 졸업했다. 그의 대표작 ‘난파’와 ‘산돼지’는 우리 문예사상 첫 표현주의 희곡으로 평가를 받을 만큼 의미있는 작품들이다. 신파극이 성행했던 1920년대 실험극을 썼다는 것은 김우진의 문학적 역량이 뛰어났음을 보여준다.

보수적인 가풍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김우진은 젊은 시절 서구 사상과 문학에 심취했다. 니체를 비롯해 마르크스 같은 사상가나 사회주의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대학 때부터 연극에 몰두해 조명희, 조춘광 등과 연극단체인 극예술협회를 조직, 활동했다. 그는 전통을 고수하기보다 개혁적 사고와 표현의주를 매개로 전위적인 작품을 추구했다.

김우진을 이야기할 때 늘 거론되는 것은 윤심덕과의 동반자살이다. 당시 ‘조선의 첫 소프라노 가수’인 윤심덕과 ‘표현주의 극작가’ 김우진이 현해탄에 몸을 날려 생을 마감한 사건은 ‘청년남녀정사’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기도 했다. 가정과 애정문제로 고민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전해지는 이들 로맨스는 지금도 입에 오르내릴 만큼 논쟁적이다. 다만 연극,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츠로 창작되며 문화적 관점에서의 재해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 목포문학관에서 조선 극예술의 선구자 김우진을 조명하는 문학제가 열렸다. ‘김우진 연구의 지형과 방향’을 주제로 한 문학제에서는 학계 연구자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내년이면 김우진 사후 100주년이 되는 해다. 유복하면서도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시대를 앞서 전위적 문학을 추구할 만큼 예술적 열망이 남달랐던 김우진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하게 진행됐으면 한다.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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