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哭聲) - 김지을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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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哭聲) - 김지을 사회부장
2025년 09월 23일(화) 00:20
영화 ‘곡성’(哭聲)은 개봉(2016년 5월 12일) 전부터 이름 때문에 화제가 됐다. 시골마을에 낯선 외지인이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공포 스릴러물인 탓에 영화 제목과 같은 지역인 ‘곡성’(谷城)에 사는 지역민들의 우려가 터져나왔다. ‘울음(곡) 소리’ 나는 흉측한 영화를 보고 지역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라는 항의성 전화가 군청에 잇따랐다. 관광객도 줄고 특산품과 농산물도 안 팔리고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지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곡성군은 영화 제작사에 주민들 우려를 전달해 영화 포스터에 한자를 같이 써 ‘곡성’(哭聲)으로 표기하도록 했고 ‘본 영화 내용은 곡성지역과는 관련이 없는 허구의 내용’이라는 문구도 적어 내보내도록 안간힘을 썼다.

역발상 마케팅에도 나섰다. 지금은 사라진 ‘범죄없는 마을’ 사업을 적극 내세웠다. 당시 전체 마을 중 60% 이상이 9년 연속 선정되는 등 가장 많은 ‘범죄없는 마을’을 배출한 ‘청정’ 지역임을 알렸다. 법무부는 한때 준법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지역별로 ‘범죄없는 마을’을 선정·발표해 왔는데 광주·전남에서는 1981년부터 시행됐었다.

당시 군수는 ‘곡성(哭聲)과 다른 곡성(谷城)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을 담아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을 지역 언론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군수는 지금 감사원 수사 의뢰 대상이기도 하다.

곡성이 또 시끌시끌하다. 이번엔 군청과 군의회 때문이다. 신입 공무원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는데도 보호하지 못하고 방지대책을 마련하지도 않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공개됐다. 군의회도 7명 중 3명이 비리 의혹으로 경찰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군과 의회가 지역민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아픔을 감싸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는 커녕, 오히려 지역 이미지를 실추시키며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가뜩이나 힘들고 팍팍한 지역민들, 진짜 울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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