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야구 -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전체메뉴
낭만 야구 -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2025년 12월 05일(금) 00:20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다. 1983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1986년부터 1989년에는 4년 연속 ‘가을잔치’ 주인공이 됐다. 1996·1997년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뒤 호랑이는 매서움을 잃었다. 다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는 1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10번째 우승은 해태가 아닌 KIA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해태 타이거즈는 2001년 8월 KIA 타이거즈가 됐다. 이후 타이거즈는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 속에 ‘한국시리즈 무패’ 역사를 이어갔다. 타이거즈는 2009년 그리고 2017년에도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워 무패 행진을 펼쳤다.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 ‘만루 사나이’의 면모를 보여준 이범호는 2024년 ‘초보 감독’으로 12번째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절대 지지 않는다’는 전통은 후배들에게 자부심이자 힘이다. 마법의 주문처럼 선수들은 ‘불패’를 마음에 새기고 맹수가 된다. 그 전통을 만든 주역들이 얼마 전 광주에 모였다.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이어지고 있는 ‘OB 모임’이 올해도 열렸다. 김봉연, 김종모, 김준환, 김성한, 이순철, 이종범 등 이름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했던 이들이 타이거즈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구심점이었던 김응용 감독은 “타이거즈 뭉치자”라는 건배사를 남겼다.

배고팠던 시절,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도 25%라는 연봉 상한선에 걸렸다. FA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이다. 명절 보너스는 커녕 과자 선물세트가 전부이기도 했다. 엄격한 위계 질서 탓에 외부 선수들이 오기 꺼려하던 팀이기도 했다. 돌아보면 험한 시절을 보냈던 이들은 잊지 않고 다시 만나 ‘타이거즈 정신’을 외친다.

요즘 야구는 비즈니스가 됐다. 최고의 가치는 돈이 됐다. 유난한 스토브리그, 그래서 옛 호랑이들의 정겨운 만남이 더 특별하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제발 나에게 기회가 와라”고 빌었다는 강심장들, 죽어도 지기 싫었다는 승부사들 그리고 타이거즈라서 행복하다는 이들. 흰머리 희끗희끗해진 이들은 그렇게 정을 쌓고 야구 낭만을 이야기했다.

/김여울 디지털·체육부장 wool@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