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춤’과 환대 - 박성천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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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춤’과 환대 - 박성천 문화부장
2025년 11월 24일(월) 00:20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가운데 ‘신밧드의 모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라는 작품이 있다. 독서가 유일한 문화적 사치이던 시절 중동을 배경으로 한 동화는 상상의 나래를 펴게 했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사막, 작열하는 태양, 모래바람을 헤치며 가는 대상들의 행렬은 가히 장관이었다.

그렇게 동화 속 중동은 신비와 환상의 세계였다. 그러나 어른이 된 뒤에도 오만,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레바논 등 중동 국가는 여전히 미지의 나라였다. 그 가운데 세계 최고층 빌딩, 중동 최대의 공항을 보유한 아랍에미리트(UAE)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세기 중반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서 UAE는 산유국으로 성장했다.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국가인 UAE의 수도는 아라비아 해안에 자리한 아부다비다. 초고층 스카이라인과 푸른 해안은 이국적이면서도 매혹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최고급 쇼핑몰이 많아 세계 각지에서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 휴양 도시로 명성이 높다. 한때는 문화시설이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 2017년 프랑스와 끈질긴 협상 끝에 ‘루브르 아부다비’를 유치하기에 이른다. 이는 문화를 통해 ‘석유 졸부’라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UAE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이색적인 환대를 받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 길에 먼저 UAE를 방문했던 이 대통령을 맞이한 건 흰 옷을 입은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일렬로 줄을 선 채 머리카락을 흔드는 춤을 추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알 아알라’는 손님을 환대하기 위해 결혼식 등에서 행해지는 의식으로, 지난 2014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일반적으로 중동하면 9·11테러, 시아파와 수니파 갈등, 이슬람 극단주의 등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그러나 이번 ‘머리카락 춤’ 환대는 퍼포먼스가 아닌 문화적 자부심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다가왔다. 우리 대통령이 외국에서 환대를 받는 장면도 뿌듯했지만 그것이 문화를 매개로 표현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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