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모과 -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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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모과 -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2025년 11월 26일(수) 00:20
‘나무에 달린 참외’라는 뜻의 모과(木瓜)는 원산지가 중국이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도 잘 자란다. 표면이 울퉁불퉁해 흔히 못생긴 과일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우리 속담에선 ‘과물전(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다 시킨다’면서 어물전의 꼴뚜기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모과가 들어가는 속담은 모조리 모과를 못생겼다거나 못났다고 비하한다. 사람을 모과에다 빗대면 나쁜 경우에는 꼬인 사람, 어딘가 뒤틀려있는 사람, 못난 사람이라는 의미가 된다. 좋게 말해도 못난 데가 있지만, 심성이 온화하고 착한 사람 정도를 의미한다.

모과에 붙는 또 다른 수식어는 ‘세 번 놀라는 과일’이다. 꽃이 아름다운 데 비해 열매는 못생겨서 한번 놀라고, 못생긴 열매가 향기가 매우 좋아서 두 번 놀라며 향기가 그렇게 좋은 데 비해 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어서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여기에 과실뿐만 아니라 목질도 좋아 한약재로도 사용하는 등 쓰임새가 많아서 네 번 놀란다고 한다. 못생긴 생김새에 비해 향이 좋고 쓰임새가 많아 예로부터 방향제나 차 등으로 애용했다. 모과차는 가을과 겨울 몸의 면역력을 지켜주는 대표적인 건강 음료다. 모과에는 비타민C와 사포닌,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이 성분들이 체내 면역력을 높이고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모과의 신비로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껍질이 목질이기 때문에 단단해서 자르기가 어렵다. 웬만한 남자들도 자르기 어려워하는 과일로 다루기가 까다롭다. 요즘 말로 치명적인 매력으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남자를 의미하는 ‘나쁜 남자’나 차가운 도시 남자 혹은 차갑고 도도한 남자를 뜻하는 ‘차도남’ 정도의 느낌이다.

모과의 번식 방법 역시 특이하다. 일반적인 식물처럼 동물들에게 먹혀서 씨앗을 퍼뜨리는 전략이 아닌, 딱딱한 과일 그 자체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썩으면서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을 쓴다.

신비한 모과를 보며 ‘못생겼지만 맛은 좋다’는 평범한 문구보다 ‘못났어도 쓰임새가 많다’라는 교훈을 새겨 본다. 못난 모과에서 삶의 이치를 배운다.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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