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매직 - 채희종 디지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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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매직 - 채희종 디지털 본부장
2025년 09월 16일(화) 00:00
역사서에나 나오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이라는 단어가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매관매직은 돈으로 벼슬을 사고 판다는 의미가 아니라 돈이나 재물을 받고 벼슬을 시킨다는 뜻이다. 즉 뇌물을 받고 관직을 내려준다는 게 정확한 의미로, 비리 주범이 인사권을 가진 권력자임을 명확히 한 단어이다.

매관매직은 조선시대는 물론 고려시대에도 있었던 청탁 풍습이다. 조선은 개국 이후 매관매직 근절을 위해 노력했지만 구한말에는 더욱 성행해 망국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분경금지법’을 제정해 매관매직을 없애려 했다. 분경(奔競)은 분추경리(奔趨競利)에서 비롯된 말로 바쁘게 다니며 이익을 다툰다는 뜻이다. 벼슬이나 이익을 얻기 위해 권세가를 분주하게 찾아 다니며 청탁하는 것을 일컫는다. 폐습이 커지자 조선은 ‘분경금지법’까지 제정한다. 하지만 지금의 김영란법 처럼 그 범위 대상과 처벌 수위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성종때 경국대전에 명문화했지만 형벌이 곤장 100대와 1000리 밖 유배로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영조때 분경 금지 대상자 범위가 축소되고 분경도 인사철에만 금지하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순조·헌종·철종 시기 세도정치로 매관매직이 극성을 부렸고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 등 세도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거의 모든 관직이 돈으로 거래됐다. 이를 반영하듯 황현의 ‘매천야록’에는 관찰사는 10~20만 냥, 군수 자리는 5만 냥, 참봉은 4250냥이라고 기록돼 있다.

김건희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윤석열 정권 아래서도 매관매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천만원 짜리 목걸이로 차관급 자리를 꿰차고, 금거북이로 장관급 자리에 임명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은 김건희씨에게 10돈짜리 금거북이를 전달하고 위원장직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데, 최근에 이 거북이가 고작(?) 5돈짜리로 밝혀져 국민들을 더욱 씁쓸하게 하고 있다.

매관매직은 시대에 따라 형태나 방법이 변했을지 몰라도 종국에는 정권 붕괴나 국가 멸망을 초래하는 망국병이 확실하다.

/채희종 디지털 본부장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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