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기업 소송 ‘답보’…피해자는 여전히 ‘광복 전’
강제동원 피해자들, 손배 소송 67건 중 54건 계류 중
시민모임 “재판부, 사죄받기 위한 법적 조치 서둘러야”
시민모임 “재판부, 사죄받기 위한 법적 조치 서둘러야”
![]() 양금덕(96) 할머니. <광주일보 자료사진>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복 80주년을 맞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90세가 넘는 고령에 사투를 벌이고 있으나 전범 기업들의 배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한·일 외교 문제를 빌미로 소송을 무력화시키는 정책만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 따르면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 67건 중 54건이 계류 중이다.
항소 취하 1건을 제외한 총 66건 중 대법원이 원고 승소 확정을 판결한 사건은 12건에 그쳤다.
2018년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제철이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된 배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머지 사건들은 1심에서 계류되고 있는 것만 19건에 달하며, 항소심 28건, 상고심 7건 등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1심에 계류 중인 사건 중 광주지법에 제기된 건만 6건으로, 이들 사건은 지난 2019년에 제기된 이후 6년동안 재판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에는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96)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에 제기한 상표권 2건과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이춘식 할아버지가 일본 제철 소유 PNR 주식 특별현금화명령 등이 계류 중이다. 양 할머니 사건은 1심, 2심을 거쳐 지난 2022년 5월 접수됐지만 3년이 지났음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또 양 할머니 사건은 2012년 소송을 제기해 6년여만인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측이 배상을 회피하면서 압류명령 등 강제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 할머니가 미쓰비시 중공업의 한국내 자산을 강제 집행하려고 하자 2022년 대한민국 외교부가 대법원에 ‘일본과의 외교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고, 현재까지 대법원이 판결을 보류하고 있는 것이다.
소송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3년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민간 기여금으로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라는 ‘제3자 변제안’을 추진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내는 상황으로, 시민사회에서는 제3자 변제안이 역사 정의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지속 제기됐다.
다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이후 잇따라 제3자 변제안 판결금을 받아가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지속할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 승소 확정된 12건에서 승소자(사건 피해자) 67명(2018년 3건 15명, 2018년 12월부터 2024년 2월 9건 52명) 중 26명이 ‘제3자 변제’ 판결금을 수령했다. 양 할머니와 이 할아버지는 제3자 변제안을 거부했지만, 지난해 건강이 악화한 사이에 그 가족들이 차례로 제3자 변제안을 수용 처리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정치·외교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피해자들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일본 기업의 책임 있는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재판과 법적 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국언 시민모임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파악한 피해자 규모만 22만 7000여명인데, 현재 소송 중인 1000여 명 안팎을 제외하면 22만 6000여명 문제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진상규명해야 할 사건들도 많다”며 “계류 중인 사건에 대해 신속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광복 80주년을 맞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90세가 넘는 고령에 사투를 벌이고 있으나 전범 기업들의 배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한·일 외교 문제를 빌미로 소송을 무력화시키는 정책만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소 취하 1건을 제외한 총 66건 중 대법원이 원고 승소 확정을 판결한 사건은 12건에 그쳤다.
2018년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제철이 피해자 4명에게 1억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된 배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머지 사건들은 1심에서 계류되고 있는 것만 19건에 달하며, 항소심 28건, 상고심 7건 등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법원에는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96)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에 제기한 상표권 2건과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이춘식 할아버지가 일본 제철 소유 PNR 주식 특별현금화명령 등이 계류 중이다. 양 할머니 사건은 1심, 2심을 거쳐 지난 2022년 5월 접수됐지만 3년이 지났음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또 양 할머니 사건은 2012년 소송을 제기해 6년여만인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측이 배상을 회피하면서 압류명령 등 강제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 할머니가 미쓰비시 중공업의 한국내 자산을 강제 집행하려고 하자 2022년 대한민국 외교부가 대법원에 ‘일본과의 외교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고, 현재까지 대법원이 판결을 보류하고 있는 것이다.
소송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3년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민간 기여금으로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라는 ‘제3자 변제안’을 추진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내는 상황으로, 시민사회에서는 제3자 변제안이 역사 정의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지속 제기됐다.
다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이후 잇따라 제3자 변제안 판결금을 받아가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지속할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 승소 확정된 12건에서 승소자(사건 피해자) 67명(2018년 3건 15명, 2018년 12월부터 2024년 2월 9건 52명) 중 26명이 ‘제3자 변제’ 판결금을 수령했다. 양 할머니와 이 할아버지는 제3자 변제안을 거부했지만, 지난해 건강이 악화한 사이에 그 가족들이 차례로 제3자 변제안을 수용 처리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정치·외교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피해자들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일본 기업의 책임 있는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재판과 법적 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국언 시민모임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파악한 피해자 규모만 22만 7000여명인데, 현재 소송 중인 1000여 명 안팎을 제외하면 22만 6000여명 문제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진상규명해야 할 사건들도 많다”며 “계류 중인 사건에 대해 신속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