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전체메뉴
물폭탄 -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2025년 08월 06일(수) 00:00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는 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분)가 이끌었던 핵 개발 실험인 ‘맨해튼 프로젝트’와 그의 생애, 심리를 다룬 전기적 작품이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 원자폭탄을 개발한 천재 물리학자의 삶과 그가 직면한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다. 오펜하이머는 인류를 전쟁에서 구원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했지만, 그 결과는 파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위협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는 별개로 시선을 끄는 것은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도시의 모습이다. ‘꼬마(리틀 보이)’라는 별명의 원자폭탄은 1500m 상공에서 섬광을 발하며 낙하해 580m 상공에서 폭발했다. 시가지는 파괴됐고 2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은 말 그대로 재앙이었고 참혹했다.

“비행기가 히로시마 상공에 접어들었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검게 타 죽은 나무 한 그루뿐이었다. 그 나무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잔디가 마치 구워놓은 것처럼 붉었다. 더 탈 것이라고는 없었다. 도시 전체가 지워 없어진 상태였다.” 원자폭탄 투하 다음 날 피해 상황 보고를 위해 히로시마를 공중 시찰한 한 일본군 장성은 이렇게 탄식했다.

요즘 80년 전 원자폭탄 투하의 악몽을 떠올리 게 할 정도로 폭염과 폭우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공포가 된 ‘극한호우’의 원인은 산업화에 따른 기후위기와 떼놓을 수 없다. 보통 기온이 1도 높아질수록 공기가 머금는 습기가 7% 늘어난다고 한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공기가 더 많은 수분을 머금으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과 가뭄을, 다른 지역에는 물폭탄을 불러오고 있다.

“햇살이 쨍하게 내리쬐는 도심 골목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바닥은 진흙투성이였고, 붉은 펌프 호스는 곳곳에 뻗어 흙탕물을 퍼내는 중이었다. 젖은 가구와 살림살이는 인도와 차도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지난달 17일부터 사흘간 527.2㎜ 폭우가 쏟아진 광주시 북구 신안동 수해 현장을 다룬 르포 일부다.

시대와 상황은 변했지만 원자폭탄이건 물폭탄이든 인류의 판단 착오와 욕심이 부른 재앙이라는 점은 같다. 참회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