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60명씩 동원돼 정으로 바위 구멍 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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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60명씩 동원돼 정으로 바위 구멍 뚫어
아이도 강제 노동…거부하면 식량 배급 중단
2025년 04월 27일(일) 21:33
일본 해군 수상비행정과 거문도 서도 주민.
1944년 후반부터 1945년 해방직전까지, 거문도 동도 해안에서는 단단한 암반을 깨고 해안 진지동굴을 만들기 위한 대규모 강제 동원이 이뤄졌다.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가 발간한 구술집에 따르면 일본은 거문도 주민뿐 아니라 황해도, 경남 통영, 경북 칠곡군 등 소재지의 노무자들을 동원해 가혹한 노동 조건에서 작업을 시켰다.

공사에는 거문도 각 마을에서 교대로 동원된 60명과 외지에서 들어온 광산기술자들이 투입됐다. 주된 작업은 해안가 자연암반에 폭약을 사용해 동굴을 굴착했는데, 바위가 단단해 공사가 더뎠다. 주민들은 지게와 바지게를 메고 발파작업 후 잔여물을 운반하는 작업을 했으며, 광차를 이용해 멀리까지 잔여물을 운반하거나 시설물 구축에 쓰이는 자재들을 운반했다.

동도 시설물은 정을 이용해 바위에 구멍을 뚫고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내부가 완성되면 판자로 틀을 짜고 콘크리트 타설을 해야 했다. 기계 없이 순전히 노무자의 힘만으로 단단한 암반을 정과 곡괭이로 파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1개 동굴을 만드는 데 7~8개월이 걸렸다. 총 9개의 해안 동굴을 모두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백명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필요했다.

광산 기술자로서 작업에 동원됐던 우유복씨는 “굴을 하나 파는데 오래 걸렸다. 구멍 하나 뚫기가 어려워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했다. 2교대, 3교대로 일을 나가 굴을 파고 콘크리트 작업하고, 시멘트 바르기를 반복해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광산 기술자들은 정으로 암반을 뚫고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 폭파작업을 했고, 일부는 폭파 작업 후 잔여물을 제거하거나 그 외 잡일을 했다. 정을 수리하는 기술자들은 무뎌진 정을 담금질해 뾰족하게 다듬었다. 떨어져나온 암석은 노무자들이 지게를 이용해 동굴 밖으로 나르고 해안가까지 운반해 매립했다.

동원 대상에는 10대 초반의 어린이들까지 포함돼 있었다. 동원되는 주민들은 마을별로 20명을 할당 받아 애국반 단위로 동원됐는데, 동원된 사람들의 연령은 대개 40~50대인데다 가장이 병환 등 사정으로 일자를 채우기 힘든 경우 어린 아들이 대신 출석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만 14살이었던 김철성씨는 편찮으신 아버지를 대신해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김 씨는 “발파할 때 생기는 돌들을 광차에 실어다 해안가에 버리는 일을 했다. 그 돌들이 쌓여 자연스럽게 바닷가 부두의 저반시설이 됐다”며 “누구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배급을 받을 수가 없었다. 마을마다 한 20명씩 돌아가면서 하루에 60명 정도가 동원됐다”고 했다.

작업에 동원됐던 이들은 매일 할당 인원을 채워야했고, 불응 시 식량배급이 중단돼 동원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생산된 쌀은 모두 공출한 뒤 다시 배급하는 식이었는데, 배급은 10일에 한 번 수준이었다. 주민들은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작업에 응하지 않으면 배급에서 제외될 수 있어 강제 동원에 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해안동굴 작업에 동원된 김도봉씨는 “죽으나 사나 배 올때까지 땅 파고 있어야됐다. 배에 많이 타지는 못하고 조그만 노 젓는 배에 잘하면 한 20명 탔다”며 “배급에서 콩가루를 많이 줬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몰래 팔아먹으려고 쌀을 싣고 오다 발각되면 일본놈들이 다 뺏어갔다. 돈 있는 사람들은 사서 보리하고 조금씩 섞어 먹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 이상수씨도 “만주에서 나오는 콩기름 짜버리고 만든 말밥을 주는데, 안 가져가면 안 주니까 할 수 없이 말밥이라고 가져와서 먹었다. 군인들도 배가 고파서 난리났는데 작업한다고해서 특수하게 배급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먹여살리기 위해 일을 했다”고 증언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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