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의 변신-예술공간 집] 초록색 대문·작은 화단 풍경 ‘애틋’ … 한옥 운치 넘치는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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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집의 변신-예술공간 집] 초록색 대문·작은 화단 풍경 ‘애틋’ … 한옥 운치 넘치는 ‘갤러리’
큐레이터 문희영 관장 학창시절 보낸 집
2017년 갤러리로 리모델링해 개관
한옥이 갖는 매력에 작품 어우러져
기획·초대전 ‘믿고 보는 전시’ 자리매김
2023년 ‘민간예술여행 플랫폼’ 선정
2025년 04월 08일(화) 20:10
엄마의 오래된 한옥을 갤러리로 만든 ‘예술공간 집’에서는 지역 작가들의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예술작품이 돋보이는 갤러리.’ 박치호 작가 기획 초대전 ‘붉은 몸, 붉은 바다’전(27일까지)이 열리고 있는 예술공간 ‘집’을 찾았을 때 다시 한번 느꼈다. ‘집’에 둥지를 튼 박 작가의 그림들은 몇년 전 전남도립미술관이라는 대형 공간에서 만났던 작품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2년 전 리모델링 과정을 거치면서 갤러리는 ‘더 작품 친화적’이 됐다.

동명동 전남여고 맞은편 골목길에 숨어 있는 예술공간 ‘집’은 지난 2017년 개관 초부터 화제가 됐다. 문희영(50) 대표는 학창시절 살았던 주택을 개조해 공간을 만들고 ‘집’이라 이름 지었다. 정선휘 작가 등이 참여한 개관전 타이틀 ‘다시 호흡하는 시간’처럼 ‘엄마집’은 ‘갤러리’로 다시 숨쉬기 시작했다.

‘집’은 지난 2023년 문화예술체육관광부의 ‘민간예술여행 플랫폼’ 사업에 선정되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사무공간으로 쓰던 공간까지 전시장으로 확장했고 프레임을 제거한 통창을 배치, 시야를 확보했다. 또 새 옷을 입은 초록색 대문, 그림 한 점이 걸려 있는 야외 휴식 공간, 작은 화단의 비파, 무화과 나무 등까지 멋진 풍경이 만들어졌다.

‘예술공간 집’은 1967년 지어진 한옥이다.
1967년 지어진 5칸 규모의 일(ㅡ)자형 한옥은 문대표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살았던 곳이다. 그림을 좋아했던 소녀 문희영은 이곳에서 화가의 꿈을 키웠고, 미술대학에 진학해 서양화를 전공한 후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2016년 즈음 제 공간에서 정말 전시를 꾸려보고 싶었어요. 그 때 친구의 한옥 카페에 자주 갔는데 거기서 머릿 속으로 공간에 그림을 걸어보며 혼자 꿈을 꾸곤했죠. 우리집 한옥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볼까 구상하면서요. 당시 저희는 앞집으로 이사가고 한옥을 세놓고 있었는데 어느 날 세입자가 갑자기 나가게 됐어요. 꿈이 현실이 되긴 했지만 갤러리로 용도를 바꾸고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데 모르는 것 투성이라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낡은 한옥은 근사한 갤러리로 변신했다. 천정의 서까래, 주춧돌의 흔적은 그대로 남겼고 창고는 커피 만드는 곳으로 꾸몄다. 리모델링 과정에서는 작품이 잘 돋보이도록 할 것, 100호 작품 10개는 들어가도록 할 것, 시야를 확보할 것 등을 원칙으로 정했다.

매년 12~14차례, 모두 96회의 전시를 진행하며 8년 세월이 지났고, ‘집’에서 열리는 기획·초대전은 믿고 보는 전시가 됐다. 전시를 여는 작가들의 반응도 좋다. 한옥의 매력을 잘 아는 작가들은 작품이 공간과 잘 어우러지고, 어떤 장르의 작품도 전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집’은 2023년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장으로 사용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죽음을 앞둔 인도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나임 모하이멘의 영상 작품은 ‘집’이라는 공간과 잘 어울렸다. 이후 전시장을 꾸준히 찾는 일반 관람객들이 많아졌다.

‘버텨내기’. 지역에서 상업갤러리를 운영하는 이들이 마음에 새기는 말이다. 역시 어려운 과정을 거쳐온 문대표는 함께하는 작가들과 좋은 전시를 기획하고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나갔고 5년이 지나며 가능성을 봤다.

“힘들어도 버티니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안 팔리더라도 의미있는 전시는 꼭 하자는 생각이었고, 점차 그 작가들의 작품이 주인을 만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요즘 좋은 상업갤러리의 필요성을 많이 느낍니다. 지역 미술이 공공에 의존하는 데 그 다음은 없거든요. 특히 45세 이상 작가들이 자리를 잡아가도록 힘을 보태고 싶어요. 지역에서도 지속가능한 미술시장을 만드는 데 전력투구해 지역형 갤러리의 선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문 대표는 앞으로 대관을 줄이고 색깔이 맞는 작가들 위주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또 이번 박치호 작가 전시에서 처음으로 외부 평론가에게 작품 해설을 맡기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다.

“엄마의 애틋함이 담긴 엄마의 집을 갤러리로 꾸며 다시 이렇게 사용할 수 있으니 더 없이 좋지요. 그림을 그리고 싶은 꿈, 미대를 가겠다는 꿈을 이룬 곳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작가들과 함께 이 곳에서 더 많은 것들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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