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못 살겠다” 외쳐도…기댈 곳 없는 외국인 노동자
광주·전남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 5년간 1만 4000건…매년 급증 추세
매달 신고 200여건…정부, 지원센터 예산 전면 삭감에 권익 보호 역행
매달 신고 200여건…정부, 지원센터 예산 전면 삭감에 권익 보호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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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200명 넘는 광주·전남 외국인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임금 체불 등을 견디다 못해 노동청 등에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런데도 관련 예산을 20년 만에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아 외국인 노동자 보호·적응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일 고용노동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광주·전남 지역의 외국인노동자 관련 직장내괴롭힘,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 건수는 총 270건으로 나타났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달까지 이미 1458건이 접수된 상태로, 1월 83건, 2월 147건, 3월 174건, 4월 267건, 5월 275건, 6월 242건, 7월 270건 등 매월 200건이 넘고 있다.
최근 5년간 신고 건수도 총 1만4000여건에 달했다. 특히 지난 2021년 2921건, 2022년 2727건이었다가 2023년 3615건, 2024년 4217건 등으로 지방인구 감소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증가하면서 관련 민원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지역 외국인노동자들은 “해마다 근로기준법 위반이 반복되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전무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들은 업무 난이도보다 한국인들과 소통하는 것, 안전한 업장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선박에서 대형 컨테이너를 옮기는 일을 하고 있는 에드워드 제임스(23·키리바시)씨는 “나주 벽돌공장 영상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조금만 방심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일터에서 지게차로 직장 동료를 괴롭히다니 가슴이 아팠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하는 게 당연한데, 고용주들은 매번 공권력 개입 없이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으로 18살 때 들어와 10년째 창호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지 베스나(28·캄보디아)씨는 “큰 사업장이 아니라 시골 농가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더 힘들다고 들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가 같은 곳에 한두 명밖에 없으면 더 힘든 것 같다”며 “같은 동료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말이 잘 안 통해도 이해하려는 고용주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나주 벽돌공장 사건이 “남일 같지 않다”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위스나(33·캄보디아)씨는 “이번 사건을 보고 같이 일하던 한국 사람이 매일같이 ‘개XX’, ‘XX놈’ 등 심한 욕을 해 참지 못하고 그만뒀던 기억이 떠올랐다”며 “괴롭힘 등 문제로 일을 그만두면, 다른 일을 찾는 동안 잘 곳도 없고 도움을 청하거나 다른 이들과 어울릴 기회도 없어져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찌어 쩜라은(28·캄보디아)씨도 “과거 한 동료는 한국 직원이 지시한 내용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탓에 엄청 혼이 나서 결국 퇴사한 것을 봤는데, 결국엔 소통이 잘 안 돼서 작은 문제도 더 커지는 것 같다”며 “한국에 적응하기까지 언어 소통 능력도 길러 주고, 일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라는 이유로 너무 엄격하게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의 보호와 적응을 위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는 전국 9개 거점 센터와 35개 소지역 센터 지원 예산을 20년만에 0원으로 전액 삭감했다. 센터 운영에 대한 연도별 예산은 2020년 87억 2400만원에서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다가 2024년 예산이 아예 편성되지 않으면서 지역 내 센터 곳곳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결국 광주시는 지난해 고용부 사업 공모에 선정돼 확보한 국비 2억원과 시비 2억원을 투입해 외국인주민센터를 열었고, 전남도도 자체 사업을 진행해 전남이민외국인 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나 광주·전남 전역의 외국인노동자들의 고충을 모두 지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춘호 광주 민중의집 운영위원(변호사)은 “말이 통하지 않고, 제도도 복잡한 상황에서 부당함을 겪고도 말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고용허가제 구조상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때문에, 이직이나 산재 신청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일부 사업주는 노동자가 이직을 원하면 수백만 원을 요구하고, 이를 빌미로 이직 자체를 막는 사례도 있다. 노동부나 고용센터 역시 ‘노사 간 합의’라며 방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3일 고용노동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광주·전남 지역의 외국인노동자 관련 직장내괴롭힘,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 건수는 총 270건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신고 건수도 총 1만4000여건에 달했다. 특히 지난 2021년 2921건, 2022년 2727건이었다가 2023년 3615건, 2024년 4217건 등으로 지방인구 감소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증가하면서 관련 민원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지역 외국인노동자들은 “해마다 근로기준법 위반이 반복되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전무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들은 업무 난이도보다 한국인들과 소통하는 것, 안전한 업장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으로 18살 때 들어와 10년째 창호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지 베스나(28·캄보디아)씨는 “큰 사업장이 아니라 시골 농가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더 힘들다고 들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가 같은 곳에 한두 명밖에 없으면 더 힘든 것 같다”며 “같은 동료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말이 잘 안 통해도 이해하려는 고용주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나주 벽돌공장 사건이 “남일 같지 않다”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위스나(33·캄보디아)씨는 “이번 사건을 보고 같이 일하던 한국 사람이 매일같이 ‘개XX’, ‘XX놈’ 등 심한 욕을 해 참지 못하고 그만뒀던 기억이 떠올랐다”며 “괴롭힘 등 문제로 일을 그만두면, 다른 일을 찾는 동안 잘 곳도 없고 도움을 청하거나 다른 이들과 어울릴 기회도 없어져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찌어 쩜라은(28·캄보디아)씨도 “과거 한 동료는 한국 직원이 지시한 내용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탓에 엄청 혼이 나서 결국 퇴사한 것을 봤는데, 결국엔 소통이 잘 안 돼서 작은 문제도 더 커지는 것 같다”며 “한국에 적응하기까지 언어 소통 능력도 길러 주고, 일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라는 이유로 너무 엄격하게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의 보호와 적응을 위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는 전국 9개 거점 센터와 35개 소지역 센터 지원 예산을 20년만에 0원으로 전액 삭감했다. 센터 운영에 대한 연도별 예산은 2020년 87억 2400만원에서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다가 2024년 예산이 아예 편성되지 않으면서 지역 내 센터 곳곳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결국 광주시는 지난해 고용부 사업 공모에 선정돼 확보한 국비 2억원과 시비 2억원을 투입해 외국인주민센터를 열었고, 전남도도 자체 사업을 진행해 전남이민외국인 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나 광주·전남 전역의 외국인노동자들의 고충을 모두 지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춘호 광주 민중의집 운영위원(변호사)은 “말이 통하지 않고, 제도도 복잡한 상황에서 부당함을 겪고도 말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고용허가제 구조상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때문에, 이직이나 산재 신청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일부 사업주는 노동자가 이직을 원하면 수백만 원을 요구하고, 이를 빌미로 이직 자체를 막는 사례도 있다. 노동부나 고용센터 역시 ‘노사 간 합의’라며 방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