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린 ART 투어리즘 선진현장을 가다 <2> 대전광역시
문화와 함께한 ‘0시 축제’…110만 관광객 ‘대전 부르스’
‘이건희 컬렉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 등
예술여행 1번지 만년동 문화관광벨트
전국서 관람객 문전성시…연일 매진
‘이건희 컬렉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 등
예술여행 1번지 만년동 문화관광벨트
전국서 관람객 문전성시…연일 매진
![]() ‘뮤제오그라피(Museography·미술관 외관과 작품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를 도입한 고암 이응노 미술관 전경. |
올 여름 대전광역시는 어느 해 보다 ‘핫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 8월11일부터 17일까지 원도심에서 펼쳐진 ‘2023 대전 0시 축제’ 덕분이다. ‘한 여름 밤의 시간여행’을 모토로 개막한 이번 0시축제는 대전, 충남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110만 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쾌거를 거뒀다. 옛 충남도청 구간 1㎞ 중앙로와 인근 원도심 상권에서 진행된 축제에서 관광객들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꿀잼도시, 대전부르스, 과학도시 등 대전의 매력을 만끽했다.
이색적인 명칭인 0시 축제는 대중가요 ‘대전부르스’의 ‘대전발 0시50분 열차’에서 따왔다. ‘0시’가 하루의 끝과 새로운 날의 시작을 상징하는 만큼 ‘잠들지 않는 대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도권에 밀려 메가 축제에 목말랐던 시민들은 지난 2009년 이후 부활한 이번 축제에서 대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와 만나는 뜻깊은 경험을 했다.
특히 이번 0시축제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곳은 ‘예술현장’이었다. 대전시의 대표적인 문화시설인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대전예술의전당은 축제기간동안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들이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대전 예술여행의 1번지로 불리는 만년동 문화관광벨트에 자리잡은 이들 문화 인프라에는 낮과 밤 시간대를 겨냥한 다양한 볼거리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중에서도 ‘이건희 컬렉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6월27~9월10일)이 열리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은 폐막일을 10여 일 앞두고 매일 1500여 명이 다녀가는 등 막바지 열기로 뜨거웠다. 미술관측이 관람객들의 쾌적한 관람을 위해 초기엔 1일 900명에서 1500명 으로 늘렸지만 예약이 매진된 상태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전시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수집품(이건희 컬렉션) 50점과 미술관이 자체 기획한 ‘신화가 된 화가들’ 섹션 21점 등 총 71점의 명작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김환기·박수근·유영국·이중섭·장욱진 등 한국현대미술의 ‘전설’인 대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전시립미술관 우리원 학예사는 “일년 중 6~8월은 초·중·고 여름방학과 겹쳐 개별 방문객은 물론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이 찾는 기간”이라면서 “좀처럼 지방에서는 접하기 힘든 김환기, 이중섭 등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해당작품들을 대여 받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대전시립미술관의 제1전시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들이 눈에 띈다. 젊은 연인들에서부터 중장년층의 단체관람까지 ‘교과서에서나 만날 수 있는’ 명작들을 감상하는 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전시장을 나와 ‘신화가 된 화가들’ 섹션으로 발길을 옮기면 1930년대 신문, 잡지 등에 연재됐던 ‘만문만화’ 포토존이 시선을 끈다. 한컷짜리 이미지에 서술문을 덧붙여 풍자적 메시지를 표현한 만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시기를 전후로 활동했던 김환기(1913~1974), 박수근(1914~1965), 유영국(1916~2002), 이중섭(1916~1956), 장욱진(1917~1990) 화백의 대표작들로 꾸몄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웃해있는 대전예술의전당과 이응노미술관도 ‘0시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이응노 미술관과 시립미술관이 낮 시간대의 볼거리라면 예술의전당은 관광객들의 밤을 즐겁게 하는 공연 콘덴츠다. 지난 2003년 개관한 이래 중부권의 ‘넘버 원’ 공연장으로 성장한 예술의전당은 아트홀(1546석), 앙상블홀(651석), 야외원형극장(850석), 컨벤션홀 등을 갖추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0시축제 기간동안 야외 축하공연 ‘재즈의 밤’을 개최해 관객들에게 한 여름 밤의 무더위를 잊게 하는 무대를 선사했다.
이응노미술관은 건물 그 자체만으로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는 대전의 랜드마크다. 국내 최초로 뮤제오그라피(Museography·미술관 외관과 작품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를 도입한 ‘명품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이번 0시 축제에 맞춰 기획한 ‘2023 이응노미술관 미디어 파사드: 이응노, 하얀 밤 그리고 빛’은 이응노미술관의 건축물을 바탕으로 한 DEXM Lab(정화용), 홍지윤, Craft X(강정헌, 윤영원)의 영상이 어우러져 MZ세대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실제로 미술관 정문에 서면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소나무가 방문객을 맞는다. 모던한 디자인의 백색 콘크리트 건물과 어우러져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앙상블을 보여준다.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로랑 보두앵이 빚어낸 미술관은 건물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다. 보두앵은 고암 이응노(1904~1989)의 작품 ‘수(壽)’ 속에 내재된 조형적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고암의 작품세계를 건축학적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이응노미술관이 대전의 브랜드가 된 데에는 ‘고암 이응노’를 활용한 대전시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충남 홍성 출신인 고암은 한지와 먹을 소재로 한 한국적 화법에 서양적 어법을 접목한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추구했다.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화면위에 마치 초서를 흘려 쓴 듯한 형상과 수묵의 번지는 효과를 조화시킨 문자추상으로 국제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비록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지만 대전시는 고암을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키우기 위해 탄생 100주년 해인 지난 2004년 54억원의 예산을 들여 미술관 건립에 착수했다. 지역 미술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긴 것도 그 때문이었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에 자극받은 충남 홍성군도 지난 2011년 11월 2만㎡(6700평) 부지에 70억을 들여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을 건립했다. 당시 지역알리기 사업 일환으로 문화예술인 선양사업을 진행했는데, 때마침 충남도청(2013년) 이전과 맞물리면서 이응노 ‘브랜드화’가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이다. 기념관 옆에는 초가지붕과 회벽으로 복원된 생가가 대나무 숲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유족 등으로부터 기증받은 270여 점 등 고암의 작품과 유물 등 모두 750여 점이 보관돼 있다.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 최현정 학예연구사는 “유명건축가인 조성룡씨가 설계한 이응노 기념관은 주변의 자연풍광을 끌어 들여 관람객들이 잠시 머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쾌적한 입지 조건을 자랑한다”면서 “인근에 위치한 수덕사와 용봉산자연휴양림의 관광객들도 생가 기념관을 방문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홍성=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대전시 만년동 둔산대공원 일대에 들어서 있는 예술의전당(왼쪽)과 시립미술관. |
그도 그럴것이 이번 전시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수집품(이건희 컬렉션) 50점과 미술관이 자체 기획한 ‘신화가 된 화가들’ 섹션 21점 등 총 71점의 명작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김환기·박수근·유영국·이중섭·장욱진 등 한국현대미술의 ‘전설’인 대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전시립미술관 우리원 학예사는 “일년 중 6~8월은 초·중·고 여름방학과 겹쳐 개별 방문객은 물론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이 찾는 기간”이라면서 “좀처럼 지방에서는 접하기 힘든 김환기, 이중섭 등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해당작품들을 대여 받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대전시립미술관의 제1전시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들이 눈에 띈다. 젊은 연인들에서부터 중장년층의 단체관람까지 ‘교과서에서나 만날 수 있는’ 명작들을 감상하는 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 대전시립미술관 전시장. |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웃해있는 대전예술의전당과 이응노미술관도 ‘0시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이응노 미술관과 시립미술관이 낮 시간대의 볼거리라면 예술의전당은 관광객들의 밤을 즐겁게 하는 공연 콘덴츠다. 지난 2003년 개관한 이래 중부권의 ‘넘버 원’ 공연장으로 성장한 예술의전당은 아트홀(1546석), 앙상블홀(651석), 야외원형극장(850석), 컨벤션홀 등을 갖추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0시축제 기간동안 야외 축하공연 ‘재즈의 밤’을 개최해 관객들에게 한 여름 밤의 무더위를 잊게 하는 무대를 선사했다.
이응노미술관은 건물 그 자체만으로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는 대전의 랜드마크다. 국내 최초로 뮤제오그라피(Museography·미술관 외관과 작품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를 도입한 ‘명품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이번 0시 축제에 맞춰 기획한 ‘2023 이응노미술관 미디어 파사드: 이응노, 하얀 밤 그리고 빛’은 이응노미술관의 건축물을 바탕으로 한 DEXM Lab(정화용), 홍지윤, Craft X(강정헌, 윤영원)의 영상이 어우러져 MZ세대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실제로 미술관 정문에 서면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소나무가 방문객을 맞는다. 모던한 디자인의 백색 콘크리트 건물과 어우러져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앙상블을 보여준다.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로랑 보두앵이 빚어낸 미술관은 건물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다. 보두앵은 고암 이응노(1904~1989)의 작품 ‘수(壽)’ 속에 내재된 조형적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고암의 작품세계를 건축학적으로 풀어냈다.
![]() 올 여름 대전 원도심 일대에서 펼쳐진 ‘0시축제’의 연계행사로 열린 이응노 미술관의 미디어 파사드. <이응노미술관 제공> |
비록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지만 대전시는 고암을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키우기 위해 탄생 100주년 해인 지난 2004년 54억원의 예산을 들여 미술관 건립에 착수했다. 지역 미술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긴 것도 그 때문이었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에 자극받은 충남 홍성군도 지난 2011년 11월 2만㎡(6700평) 부지에 70억을 들여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을 건립했다. 당시 지역알리기 사업 일환으로 문화예술인 선양사업을 진행했는데, 때마침 충남도청(2013년) 이전과 맞물리면서 이응노 ‘브랜드화’가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이다. 기념관 옆에는 초가지붕과 회벽으로 복원된 생가가 대나무 숲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유족 등으로부터 기증받은 270여 점 등 고암의 작품과 유물 등 모두 750여 점이 보관돼 있다.
![]() 출생지인 충남 홍성군에 건립된 고암 이응노생가 기념관. |
/대전·홍성=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