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新전남관광여지도 <3> 전남 정원
  전체메뉴
[굿모닝 예향] 新전남관광여지도 <3> 전남 정원
남도의 정원, 세계의 정원이 되다
#순천만 정원
도심~연안습지 사이에 조성 ‘대한민국 국가정원 1호’
‘정원에 삽시다’ 주제로 10월 31일까지 ‘국제 박람회’
#전남도 민간정원
고흥 ‘힐링파크 쑥섬쑥섬’ 여수 ‘꿈꾸는 정원’ 등 24곳 등록
200년 역사 고택·정원이 멋스럽게 어우러진 구례 ‘쌍산재’
2023년 08월 08일(화) 07:00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정원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는 ‘가든스테이’.
3년전 코로나19 팬데믹의 시작으로 건강과 치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먹고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신건강을 위해 자연 속에서 힐링하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가까운 정원을 찾아다니며 마음치유를 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온다. 정원치유에 대한 관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전국구 관광명소가 된 전남도 민간정원을 둘러본다.



#대한민국 국가정원 1호 ‘순천만정원’

전남의 정원은 해마다 찾는 이들이 크게 늘면서 만인이 좋아하는 정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순천만정원이다.

순천만정원은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순천 도심과 순천만 연안습지 사이에 조성한 공간으로, 지난 2015년 ‘대한민국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됐다. 전남 순천이 정원문화의 발상지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도시와 자연이 공생하는 대표적인 생태도시 순천에서 지난 4월부터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정원에 삽니다’를 주제로 10월 31일까지 펼쳐지는 박람회장의 전체 면적은 550만㎡(165만평), 사실상 순천 전역을 박람회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활하다.

순천만국가정원에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 곳곳이 초록물결이다. 녹음이 짙어가는 나무, 대초원에 온 듯한 초록 잔디밭, 어린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키즈가든, 해질녘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노을정원까지 초록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순천만 인근 280여 개의 전봇대를 뽑아 두루미를 위한 터전을 닦아내고 자동차가 오가던 4차선 아스팔트를 없애고 푸른 잔디길로 조성한 ‘그린 아일랜드’, 저류지를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오천 그린광장’ 등은 순천시민은 물론 방문객들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세계 12개 나라의 특징을 담은 세계정원의 인기도 높다. 한국의 오래된 정원풍경을 옛 느낌 그대로 재현한 한국정원을 비롯해 구릉과 물, 다리, 돌, 나무를 이용한 전통 조경기법으로 중국의 원림을 재현한 중국정원, 빅토리아 시대 ‘폴리팜 가든’에 착안해 꾸며진 영국정원은 ‘찰스 3세 국왕 정원’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얻었다. 평소 정원 가꾸기를 즐긴다고 알려진 찰스 3세 국왕 부부의 등신대 사진이 있는 정원 입구는 관람객들의 인기 촬영 공간이 되고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인기는 관람객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개장 12일 만에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했던 박람회는 개막 84일 만인 지난 6월 25일 500만명을 돌파했다. 10년 전 열린 정원박람회 최종 관람객 수 440만 명을 훌쩍 넘긴 수치다.

박람회장을 찾은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지난 5월 여수항으로 입항한 프랑스·미국 유람선 관광객 50여 명을 비롯해 200명이 넘는 외국 유람선 관광객이 정원박람회장을 찾았다. 7월말에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독일 대표단 2000여 명이 박람회장을 찾았다. 오는 10월에도 유럽·미국 관광객 350여 명이 방문을 확정했다.

#전남도 민간정원

‘민간정원’은 개인이나 법인, 단체가 운영하는 정원을 의미한다. 2015년 산림청의 수목원·정원법 시행에 따라 처음 생겨난 용어다. 현재 전국적으로 100여 곳의 민간정원이 등록돼 있는데 이 가운데 24곳이 전남이다. 전남의 정원문화가 생활 곳곳에 정착돼 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남도는 지난 2017년부터 민간정원을 지정해 생활 주변 정원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1호 고흥 ‘힐링파크 쑥섬쑥섬’을 시작으로 2023년 7월 현재 24호 여수 ‘꿈꾸는 정원’까지 ‘전남도 민간정원’으로 등록돼 있다.

민간정원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정원에 심어진 나무와 꽃, 풀 한 포기까지 수십년간 정원지기의 땀방울이 배어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전남도 민간정원 1호 고흥 ‘힐링파크 쑥섬쑥섬’.
1호 ‘힐링파크 쑥섬쑥섬’은 고흥군 봉래면 쑥섬(애도)에 위치한다. 마을 전체가 정원이기도 한 이곳 쑥섬 정상에 김상현·고채훈씨 부부가 가꿔 온 ‘힐링파크 쑥섬쑥섬’이 있다. 김상현씨가 외할머니 댁이 있던 쑥섬에 정원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2000년부터였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땅 소유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을 하면서 땅을 매입하는 데만 자그마치 10년이 걸렸다. 땅 매입 후 정원으로 만들기까지 험난한 시간이 계속됐다. 칡이 점령하다시피 했던 정상은 꽃들이 살아가기 어려웠고 물이 없어서 말라죽기도 했다.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서야 지금의 비밀정원이 탄생했다.

마을앞 탐방로를 통해 ‘헐떡길’, 난대원시림, ‘환희의 언덕’을 지나면 하늘과 맞닿은 곳에 ‘바다위 비밀정원’, ‘별정원’과 ‘달정원’이 탐방객을 맞이한다. 사계절 다양한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어 어느 계절에 찾아도 정원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수국이 지고 난 이후 한여름에는 풍접초와 플록스, 테디베어 해바라기, 삼잎국화, 칸나가 푸른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움을 뽐낸다.

3호 ‘초암정원’은 보성군 득량면에 위치한다. 김재기 선생이 ‘낳아주신 어머니’와 ‘키워주신 어머니’ 두 분을 위한 효심으로 키워낸 정원이다. 8살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얼마 후 새어머니를 맞았던 그는 성인이 되면서 낳아주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고향에 묘목을 하나 둘 씩 심기 시작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가 아닌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 난대수종 위주였다. ‘키워주신 어머니’가 노년에 농사짓지 말고 편히 쉬시라는 의미에서 밭에도 나무를 심었다. 60여 년에 걸쳐 초암산 남쪽 산자락 4만7000여㎡에 200여 종의 나무들이 심어진 ‘초암정원’은 2017년 10월에야 전남도 민간정원으로 등록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5호 ‘쌍산재’는 구례군 마산면에 자리한 전통정원을 품은 고택이다. 현 정원지기이자 쌍산재의 주인인 오경영씨의 고조부 아호를 따 이름 지어진 쌍산재는 200년 전부터 살아온 게 6대째 이어지고 있다. 고택과 정원, 마당이 멋스럽게 어우러져 전통 가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쌍산재는 ‘비밀의 정원’으로도 불린다. 앞에서는 보이지 않던 정원이 안으로 들어갈수록 끝없이 펼쳐진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쌍산재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서당채와 경암당 사이에는 작은 연못 주위로 또 다른 정원이 펼쳐진다. 동백꽃과 모과나무, 감나무, 은행나무, 석류나무, 도토리나무 외에 치자꽃, 상사화, 작약, 산수유 등 꽃과 나무들이 가득하다.

여름이면 화려한 수국잔치도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전남도 민간정원 12호 보성 ‘성림정원’.
12호 보성군 겸백면의 ‘성림정원’의 여름은 매년 방문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관광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드넓은 수국정원에서 인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성림정원은 영농조합법인 윤제림에 속해있어 ‘윤제림’으로 더 알려져 있다.

입구를 지나 오른쪽 안개나무원을 따라 걷다보면 파랑, 보라, 하양, 핑크 컬러의 화려한 수국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림정원의 메인 공간이기도 하다. 수국원을 지나 편백힐링숲길, 핑크뮬리원, 제2수국원, 억새원, 구절초원을 따라 관람하면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성림정원 관람뿐만 아니라 실내 족욕, 자연물 만들기, 임산물 체험 등 윤제림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즐길 수도 있다.

순천시 별량면에는 15호 민간정원 ‘화가의 정원산책’이 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화가인 민명화씨가 오랜 세월 가꾼 아름다운 정원이다. 결혼 후 자식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 민씨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집을 구입했다. 평소 꽃과 정원에 관심이 많았던 민씨는 아이들과 마당에 모여 꽃밭과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고 이후 조금씩 옆 부지를 구입하면서 지금의 정원으로 거듭나게 됐다.

1만㎡ 부지의 ‘화가의 정원산책’은 6가지 테마로 조성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마을 숲과 연결된 숲 정원이 위치하고 왼쪽으로는 작가의 화실을 중심으로 꾸며진 화가의 정원이 있다. 숲정원을 지나면 경사진 지형을 이용한 다랭이 정원, 운천호수와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는 전망대 정원, 수령 200년의 야생동백숲, 순천만에서 떠오른 일출을 볼 수 있는 해뜨는 정원이 이어진다.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별도 공간에서 미술작품 관람도 가능하다.

나주시 교동 나주향교 인근에 자리한 ‘3917마중’은 16호 전남도 민간정원이다. 1939년에 지어진 일본 근대건축 목서원과 1919년에 중건된 난파정, 금목서와 은목서가 지키는 넓은 정원이 있는 곳이다. 정원지기인 남우진 대표가 방치된 폐가를 매입해 정비하고 가꾸는데만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새롭게 탄생한 공간은 ‘1939년 나주 근대문화를 2017년에 마중하다’는 뜻을 담아 ‘3917마중’이라 이름 붙였다. 4000여 평의 정원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닌 본래 존재하던 동산과 고목, 식물들을 정돈하고 가꾼 보존의 공간이다.

/글=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