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따라 ‘남도문학’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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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따라 ‘남도문학’속으로
[굿모닝예향] K-문학의 본향 남도 문학기행
장흥, 전국 첫 ‘문학관광기행 특구’ 지정
천관산 문학공원·이청준 생가 등
문학길따라 문학인들 열정 만나고
한승원 문학산책길서 비경 감상도
조정래 작가 ‘태백산맥’ 배경 벌교
1만6000매 분량 육필원고도 보고
소설 속 현부자네집·소화의 집 등
치열했던 그시대 민중의 한 느껴
2025년 04월 01일(화) 08:00
소설 ‘태백산맥’ 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현부자네 집’.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K-문학의 서막을 알리는 동시에 한국문학이 세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도 높이 평가된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장흥과 보성으로 문학기행을 떠나보자.

천관산 등산로 입구에 세워진 15m 높이의 문탑(文塔).
◇‘문림의향’ 장흥 문학여행길

‘문림의향(文林義鄕)’ 장흥은 2008년 전국 최초 ‘문학관광기행 특구’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해 장흥 출신 한승원 소설가의 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K-문학’의 대표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천관문학관과 천관산 문학공원-이청준 생가-선학동 마을-‘천년학’ 배경지-한승원 생가-한승원 문학산책길 등으로 이어지는 문학길을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인 천관산 기슭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학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천관문학관’이 자리한다. ‘가사문학의 효시’ 기봉 백광홍(1522~1556), 조선 후기 실학자 존재 위백규(1727~1798), 소설 ‘녹두장군’의 송기숙(1935~2021), 아동문학가 김녹촌, 시조 미학의 혁명가 김제현, ‘서편제’ 이청준, ‘아제아제바라아제’ 한승원 등 70여 명의 장흥 출신 문학인들의 열정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장흥 천관산 기슭 ‘천관문학관’ 내부. 한승원·이청준 등 장흥 출신 문학인들의 열정을 만날 수 있다. 오른쪽은 ‘장흥문학지도’.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청준과 한승원 두 동갑내기 작가의 삶과 문학과 관련한 사진과 글이 상설전시관 중앙에 전시돼 있고 세계 문단이 주목하고 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작품들도 안내돼 있다. 문림 장흥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흥문학지도’도 감상할 수 있다.

문학관을 나와 천관산을 향해 한참 오르다보면 ‘천관산문학공원’이 자리한다. 600여 기의 자연석 돌탑과 50여 개의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천관산 등산로 입구의 15m 높이의 문탑(文塔)은 명물로 꼽힌다.

소설가 이청준의 생가는 회진면 진목마을에 있다. 기와지붕이었던 것을 지난해 초가 지붕으로 새롭게 꾸미고 작은 정원도 깔끔하게 단장돼 있다. 방에는 열린 문 안으로 작가의 소설과 영화, 어릴 적 사진이 전시돼 있다.

생가와 조금 떨어진 곳에는 ‘이청준 문학자리’와 묘소가 있다. 소설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던 작가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이곳에 모셨고 자신도 이곳에 묻혔다. 묘소 앞에는 2010년 작가의 문학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뜻을 모아 글기둥, 미백 바위, 장흥문학지도를 새기고 ‘이청준 문학자리’라 이름붙였다.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이 인기를 끌면서 영화의 배경이 된 선학동 마을이 관광명소가 되기도 했다.

득량만이 바라보이는 작은 어촌 회진면 신상마을에는 한승원 작가의 생가가 위치한다.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 자주 뛰어놀았다고 알려지면서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많은 이들이 다녀가기도 했다.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 휑한 모습이지만 최근 장흥군이 부지를 매입하면서 조만간 생가 복원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승원 작가가 현재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안양면 율산마을의 집필실 ‘해산토굴’이다. 서울에서 작품활동을 하다가 오래전 고향으로 돌아와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작가의 호인 ‘해산’에 집을 낮추는 의미의 토굴을 붙였다. 해산토굴 아래에는 문학학교 ‘달 긷는 집’이 자리한다. 문학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강의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한승원·한강 작가를 기리는 작은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해산토굴에서 율산마을 앞 여다지 해변으로 내려오면 ‘한승원 문학산책길’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바닷가 경관과 함께 작가의 시가 적힌 시비 30여 개가 600여 m의 해변길을 따라 세워져 있다.

태백산맥 문학관에 전시된 1만6000매 분량의 ‘태백산맥’ 육필 원고.
◇보성 벌교 ‘태백산맥’ 문학기행

문학작품을 따라 떠나는 두 번째 기행지는 보성이다. 참꼬막으로 유명한 보성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이기도 하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우리나라 역사적 사건인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등 치열했던 이념 대립과 민중들의 한(恨)을 묘사한다.

주 무대는 벌교. 보성군 벌교읍을 그림 그리듯이 세밀하게 표현했기에 소설 속 배경지를 찾아 문학기행을 떠나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태백산맥 문학관을 시작으로 현부자네 집-회정리 교회-소화다리-김범우의 집-벌교 홍교-자애병원-옛 금융조합-남도여관(보성여관)-벌교철다리-중도방죽-진트재로 이어지는 ‘태백산맥 문학길’ 코스도 조성돼 있다.

2008년 개관한 ‘태백산맥 문학관’은 제석산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전시실에는 소설의 집필과 탈고, 소설 출간 이후 상황과 관련한 각종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1만6000매 분량의 태백산맥 육필원고를 비롯한 185건 737점의 증여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문학관을 나오면 바로 왼편에 소설 속 현부자네집과 소화의 집이 자리한다. 소설 ‘태백산맥’의 첫 장면에 처음 등장하는 ‘현부자네 집’은 조직의 밀명을 받은 정하섭(정참봉의 손자)이 활동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새끼무당 소화의 집을 찾아가고 이곳을 은신처로 사용하게 되면서 현부자와 집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펼쳐진다. 대문과 안채는 한옥을 기본 틀로 삼고 있으나 곳곳에 일본식을 따른 색다른 양식의 건물이다.

바로 옆은 ‘소화의 집’이다. ‘조그만 하고 예쁜 기와집, 방 셋에 부엌 하나인 집의 구조… 부엌과 붙은 방은 안방이었고, 그 옆방은 신을 모시는 신당이었다. 부엌에서 꺾여 붙인 것은 헛간방이었다.’ 소설에서 묘사한 무당 소화의 집 모습 그대로다. 집 둘레로 낮은 토담이 둘러져 있고 뒤로는 대나무숲이 집을 보듬고 있다.

소설 속 ‘남도여관’으로 등장하는 ‘보성여관’은 읍내 하나뿐인 여관이자 현부자 집 소유의 여관, 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의 숙소로 묘사됐다. 1935년 건립된 보성여관은 한국에 드물게 남아있는 한옥과 일식이 혼합된 일본식 여관으로 근현대사의 기억과 흔적을 간직한 것은 물론 근대건축사적 가치도 높은 문화유산이다. 현재 등록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돼 있으며 숙소와 카페, 전시,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벌교 금융조합’은 일본의 건축양식이 그대로 반영된 근대건축물로 붉은 벽돌을 바탕으로 사이사이에 돌을 깎아 넣어 건물의 견고함과 장식적인 효과를 노린, 일본인들이 관공서형 건물로 즐겨 지었던 모습이다. 등록문화재 제226호로 지정돼 있으며 조선시대 조선통보, 고려시대 고려전, 세계화폐 등이 전시돼 있다.

‘소화다리(부용교)’는 1931년 건립된 철근 콘크리트 다리로 여순사건의 회오리부터 시작해 한국전쟁 대 격랑이 요동치면서 남긴 우리 민족의 비극과 상처의 아픔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1930년 경전선 철도가 부설되면서 놓인 ‘벌교철다리’는 소설의 배경이었던 시절은 물론 1970년대 후반 국도2호선 도로가 선형을 바꾸기 이전까지 홍교, 소화다리와 함께 벌교 포구의 기슭을 연결하는 세 개의 교량 가운데 하나였다.

/글=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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