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거시제 - 배명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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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 배명훈 지음
2023년 03월 31일(금) 16:00
“이런 아이디어는 대체 어떻게 나오는 걸까”

배명훈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런 궁금증을 갖게 된다.

“한국 SF가 가진 역량을 대중에게 알린 작가”, “상상력의 경계와 한계를 무너뜨린 작가”로 언급되는 그의 신작 소설집 ‘미래과거시제’에는 기발한 상상력을 만나는 아홉편의 단편 소설이 실렸다.

그가 구축한 낯선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차카파타의 열망으로’는 비말 차단을 위해 파열음을 완전히 제거한 세상 속 사람들 이야기다. ‘자초지종’을 ‘자조지종’으로, ‘혜택’을 ‘해댁’으로 읽고 발음해야하는, 파열음이 사라진 시대에서는 파열음의 발음을 상상하려면 해킹 기술을 익혀야하는데 소설 역시 파열음이 모두 빠진 채로 쓰였다.

어렵게 로봇 조종술을 익혔지만 일자리가 없어 백수로 지내다 취직을 위해 먼 타국으로 떠나는 인물 ‘지하임’의 모험담을 그린 ‘로봇 조종사’는 판소리 형식을 빌려 재미를 더한다. 또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 꼭대기에 우주선이 정박하는 바람에 미지의 존재들과의 만남을 준비해야 하는 ‘인류의 대변자’, 사고로 상반신을 잃은 사이보그가 온 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해 내는 ‘절반의 존재’ 등도 실렸다.

그밖에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세계가 등장하는 표제작 ‘미래과거시제’에서는 시간과 언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수요곡선의 수호자’에는 고래상어 그림을 감상하러 바다 깊은 곳으로 떠났다가 함정에 빠진 돈 쓰는 로봇 마사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단편의 말미에는 작가노트를 실었다. 또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담긴 최지수 작가의 표지그림도 인상적이다. <북하우스·1만6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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