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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춥고 허기질 때 수선화처럼 살아보라
함평 출신 함진원 시인 세번째 시집
2023년 03월 29일(수) 21:05
“춥고 허기질 때 수선화처럼 살아보라는 마음이 있어 다시 행장을 꾸려 길을 떠난다.”

‘시인의 말’은, 시보다 더 많은 시를 함축하고 있다. 사실 시를 쓰는 것보다 ‘시인의 말’을 쓰는 것이 힘들다. 작품은 은유와 비유, 상징과 수사로 속내를 감추고 페르소나를 앞세울 수 있지만, 시인의 말은 날것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함진원 시인의 경우도 그러했다. “낮아지고 낮아지면서 먼 산을 자주 만나고 싶다”는 말에서 ‘낮아짐으로 높아지는’ 궁극의 삶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시인은 “푸른 언어를 찾아가는 길은 쓸쓸하였다”며 지나온 삶이 다분히 ‘시적인 삶’이었음을 에둘러 말한다.

함평 출신 함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푸른사상)을 펴냈다.

모두 60여 편이 담긴 작품집은 독백조의 단아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시들로 채워져 있다. 시가 지닌 힘을 노래하는 작품은 “올곧은 길을 묵묵히 걸으면서 낡고 오래된 풍경을” 내면에 담으려는 바람과 연계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시들은 ‘개별자로 존재하는 인간이 아닌 다른 이들과 부단히 어울리는 존재’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따뜻하다.

맹문재 시인은 이를 가리켜 “공동체적 유대감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평한다.

“어쩌다 본게 봄이 훌쩍 가부렀이야 올봄에도 니 얼굴 못보고 말아분께 조까 서운해서 죽겄다야 복사꽃도 진즉 피어불고 유채꽃도 만발해부렀는디 언제 한번 와볼란가 모르겄데이 그러고 바삐 살아서 어쩐다냐 니기 아부지도 인자 가불고 혼자 일도 못허겄어야 우리도 엄니가 짠해 죽겄네 제 발 아프지만 마소 일이고 뭐고 아프지나 마소…”

‘봄이 다 가부렀시야’라는 시를 읽다보면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지나온 일상과 편린들이 따뜻하게 가슴에 적셔옴을 느끼게 된다. 봄이 다 가버렸다는 것은, 춥고 배고픈 시절 지나 모처럼 봄을 맞았지만 이내 달아나버려 몹시도 안타깝다는 마음을 상기한다. 그럼에도 회오와 체념의 시간일지언정 언젠가 다시 봄이 오리라는 일말의 희망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그의 시는 “반드시 가야만 되는 길 그 길을”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