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작곡가에 대한 오해와 편견 바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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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작곡가에 대한 오해와 편견 바로잡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의 빛을 따라-피오나 매덕스 지음, 장호연 옮김
2025년 12월 12일(금) 00:20
KBS 클래식 FM이 진행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 설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곡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이다. 아마도 국내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협주곡도 바로 이 곡일 것이다. ‘피아노협주곡 2번’ 2악장은 에릭 칼멘의 히트곡 ‘All by Myself ’의 주멜로디로 사용돼 우리에게 친숙하고 고난이도의 3번은 영화 ‘샤인’에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3번은 지난 2022년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당시 연주한 곡으로 경연 실황은 무려1845만명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 출신 음악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 책이 나왔다. ‘BBC 매거진’을 거쳐 ‘옵서버’ 수석 음악 평론가로 활동중인 피오나 매덕스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의 빛을 따라’는 작곡자이자 지휘자, 피아니스트였던 라흐마니노프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며 그의 작품과 삶에 대해 들려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책에 대해 “누구도 닿을 수 없는 인간의 영혼 구석구석에 뿌리를 내리는 남자, 세계를 품은 망명자, 라흐마니노프가 버티고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라고 평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서정적인 선율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적’, ‘감상적’ 이라는 비평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라흐마니노프와 관련한 방대한 관련 자료 등을 통해 그를 따라다녔던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집필했다.

책은 전성기를 누리던 음악가이자 지주였던 마흔 다섯살의 라흐마니노프가 1918년 혼란스러운 고국 러시아를 떠나 미국과 유럽으로 망명한 후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라흐마니노프의 연주를 인터넷에서 들을 수 있는 건 우리에게 큰 행운이다.

그는 모두 1457회 무대에 섰고 그 중 1189회는 망명자로서 새로운 삶을 살 때 이루어졌다. 그는 사망하기 한달 전까지도 무대에 올라 바흐, 슈만의 곡과 자신의 작품 ‘회화적 연습곡’을 연주했다. 저자는 각종 문헌 자료를 통해 라흐마니노프는 “자신의 곡이든 아니든 자신이 연주하는 모든 곡에 창조성과 색채를 부여하고 헌신적으로 곡에 임한 연주자”이자 “자신이 연주하는 모든 곡을 분해해 속속들이 이해한 다음 무대에서 재조합하려고 한” 피아니스트였다고 말한다.

작곡가로서의 삶도 눈길을 끈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작곡하고 1934년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와 직접 협연한 이야기, ‘마지막 명멸하는 불꽃’이라고 부른 ‘교향적 춤곡’을 완성해나가는 과정, 색소폰을 악기 구성에 넣거나 흑인 음악, 재즈 등 새로운 음악을 받아들인 이야기는 흥미롭다.

또 같은 러시아 망명자였던 스트라빈스키를 비롯해 체호프, 고리키, 샬랴핀, 톨스토이, 거슈인, 본 윌리암스 등 당대 예술가들과의 에피소드는 세계 문화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저자는 책 말미에 음반을 소개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라흐마니노프 본인의 연주를 비롯해 피아노곡으로 호로비츠, 리흐테르, 아르헤리치, 다닐 트리포노프, 임윤찬의 연주를 추천했다. 지휘자로는 세몬 비치코프와 사이먼 래틀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로스트로포비치와 데듀킨이 협연한 ‘첼로 소나타’도 들어볼 것을 권한다.

<위즈덤하우스·2만3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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