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원인은] 단독 시공 전환·콘크리트 과잉 투입이 화 불렀나
  전체메뉴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원인은] 단독 시공 전환·콘크리트 과잉 투입이 화 불렀나
홍진건설 모회사 영무토건 법정관리 신청으로 구일건설 단독 시공
설계에도 없던 콘크리트 물량 추가, 빔 접합부 하중 증가 의혹 제기
7차례 설계 변경·공기 연장…시, 안전성보다 공기 단축 강행 논란도
2025년 12월 11일(목) 19:50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건립공사장 붕괴현장에서 백경민 서부소방서 현장단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mjna@kwangju.co.kr
광주대표도서관 건설 공사가 애초 2개 사 공동 도급 방식에서 단일 시공사로 바뀐 게 공사 기간 연장과 시공 품질 관리에 악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당초 설계 물량에서 빠져있던 콘크리트가 추가 투입된 것으로 확인돼, 늘어난 콘크리트 무게를 빔 접합부가 견디지 못해 붕괴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구조적 결함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11일 광주시와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대표도서관 건립 공사는 지난 2017년 시작된 뒤 2022년까지 5년 일정으로 추진됐다. 이어 2026년 5월까지로 연장되면서 공사 기간 만 9년이 걸리는 대형 프로젝트가 됐다. 애초 예산 392억원 규모로 시작됐으나 변경 후 총사업비가 516억 6300만원까지 늘어났으며, 순수 공사비만 219억 5723만 1000원에 달한다.

문제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7차례나 되는 잦은 설계 변경과 공기 연장이 반복되면서 현장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점이다.

1차 변경은 가설울타리 변경 및 기존 건축물 철거 누락사항 반영(2022년 9월)이었고, 2차는 BF(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 및 흙막이(어스앵커) 시공을 위한 부지 대부(2023년 5월) 등으로 이어졌다.

이후 상무소각장 연계 통합계획 반영(2024년 4월), 평판재하시험 적용 및 기초 변경(2025년 3월), 철근이음 공법 변경(2025년 4월), 상무소각장 연계 건축공사 및 시스템 비계 설치(2025년 4월) 등 설계 변경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공사 기간도 엿가락처럼 늘어났다. 1차 공사 기간은 2022년 9월 5일부터 2024년 5월 4일까지였으나, 이후 2차 변경을 통해 2026년 1월 2일로 늘었고 다시 3차 변경을 거쳐 최종 준공일이 2026년 4월 13일로 늦춰졌다.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해 ‘콘크리트 물량 누락’과 이에 따른 하중 증가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1월 당초 수량산출서에는 데크플레이트 상부의 토핑(Topping) 콘크리트(두께 100mm) 물량만 반영되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실제 시공을 위해서는 데크플레이트의 골 부분과 외단부에도 콘크리트를 채워 넣어야 했다. 감리단 확인 결과 콘크리트 물량이 당초 설계 내역에서 빠져 있었고, 이를 뒤늦게 반영해 타설을 진행했다.

시공 체계의 급격한 변화가 이러한 정밀 시공 관리를 어렵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이 공사는 지역 중견 건설사인 홍진건설이 시공 주관사를 맡고 구일건설(구일종합개발)이 공동 수급체(51대 49)로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지난 5월 홍진건설의 모회사인 영무토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공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광주시는 공사 지연을 막겠다며 지난 6월 5일 관련 부서들로 구성된 ‘원활 추진 TF’를 긴급 구성했고 시공 주관사인 홍진건설을 공동수급체에서 자진 탈퇴토록 하고 남은 지분을 구일 측이 모두 떠안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2개 사가 분담해 추진키로 했던 대규모 공사를 1개 건설사가 단독으로 수행한 데 따라 책임 시공과 공정 관리, 시공 품질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광주시가 골조 안전성 확보보다 마감 공사 일정을 맞추는 데만 급급해 무리하게 자재 발주를 강행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시는 사고 직전인 이달 초, 현재 공정률이 68.37%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2026년 1월로 예정된 내부 마감공사 추진을 위해 타일과 화장실 칸막이 등 마감용 관급자재 발주를 서둘러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6월 공사 중단 사태로 잃어버린 3개월의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정 속에 자재 투입을 밀어붙인 정황이 보인다”며 “구조적 안전성을 살피기보다 납기 준수라는 행정적 목표 달성에만 매몰돼 현장을 ‘속도전’으로 내몬 것 아니냐”며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사도 홍진건설 사태 직후인 지난 6월 13일 공정률 66% 상태에서 일시 정지됐다가 3개월여 만인 9월 25일에야 재개됐다. 불과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골조 공사를 마무리하고 바로 마감 공사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독 시공사가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동 도급사 중 한 곳이 빠지면서 남은 업체가 모든 리스크를 떠안게 된 상황에서, 발주처인 관공서가 정해진 준공 날짜와 자재 납품 기한을 맞추라고 압박하면 현장은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며 “특히 골조 하중 계산이 잘못된 상태에서 마감 공기까지 맞추려다 보니 구조적 안전성을 살필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제발 살아서 나오라” 애타는 목소리
치솟는 먼지 속 폭발음과 함께 건물 무너져…“폭발사고 난 줄 알았다”
도급순위 311위…시공능력평가 750억원
이번엔 공공 공사 현장에서…또 어이없는 참사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