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매 키우면서도 긍정 에너지 가득했는데”…“추위에 일감 끊긴 후 도서관 공사 첫날 사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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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매 키우면서도 긍정 에너지 가득했는데”…“추위에 일감 끊긴 후 도서관 공사 첫날 사고라니”
울음바다 된 빈소
2025년 12월 14일(일) 20:40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은 긍정 에너지를 뿜던 아버지, 평생 어머니를 돌보던 효자, 집안을 이끌던 ‘형님’이었다. 이들을 잃은 빈소는 ‘눈물 바다’였다.

지난 12일 사고 희생자인 미장 작업자 A(47)씨의 빈소를 지키던 40년 지기 친구 이모(47)씨는 “너무도 밝고 착했던 친구였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불과 한 달여 전에도 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A씨의 홀어머니 장례를 함께 치르기 위해서였다.

그는 “최근 어머니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돌아가시면서 A씨는 의욕을 잃고 한 달 가까이 일을 쉬고 있었다”며 “어머니께 선물했던 강아지를 데려와 돌보던 중, 강아지가 아프자 병원비라도 마련해보겠다며 다시 현장에 나간 첫 날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고 눈가를 훔쳤다.

A씨의 매형 강영일(60)씨는 “사고 전날, 희한하게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누나, 우리 어렸을 때 기억나냐’며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사고로 희생된 배관 작업자 B(58)씨는 20여년 전 이혼 후 혼자 남매를 키워오면서도 ‘긍정 에너지’를 잃지 않는 이였다고 한다.

30여년 전 일용직 일을 배워 지난해 10월부터 자녀들과 가까이 지내겠다며 광주로 돌아왔다고 한다.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가 추운 날씨로 일감이 끊기자 도서관 공사 현장에 처음 투입됐는데, 그 날 사고를 당했다.

B씨의 아들(31)은 “늘 ‘재밌게 살아라’, ‘어떤 일을 하든 재밌게 일해라’고 말해주는 아버지였다”며 “무슨 일을 하든 자식들을 믿어주는 따뜻한 아버지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희생자 철근공 C(69)씨의 가족도 “C씨는 20대 초반부터 먹고 살기 위해 철근 일을 시작해 경력만 45년에 달한다”며 “형편이 넉넉지 않아 혼인신고도, 자녀도 없이 평생 현장을 떠돌며 고생했다”고 울먹였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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