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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력 부족, 지방대 활성화 계기로-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2022년 06월 27일(월) 00:15
부족한 반도체 인력 확보를 위한 교육부의 방안에 수도권 반도체 학과의 학부 정원 확대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방대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는 정원 외로 뽑을 수 있고, 수도권 대학들도 학과별 정원 조정을 통해 반도체 학과 증원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국가 정책의 기본틀을 깨면서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증설을 강행하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가는 첨단분야 인력 공급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지원책을 마련할 때, 그러한 정책이 미칠 파장도 고려하며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따져 봐야 할 것은 반도체협회가 주장하는 인력 부족의 실태와 원인에 대한 것이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지방 사립대 반도체학과 여덟 곳 중 세 곳이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었다. 구직난이 심각한 시대에, 대기업에 취업될 그러한 인기학과가 미달 사태를 겪었다면 먼저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반도체 회사에서 지방대 출신의 실력을 문제 삼아 채용하지 않은 결과인지, 반도체협회 주장과 달리 인력이 부족한 분야는 학부 졸업생이 아니라 석박사급의 고급 인력인지,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인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자가 원인이라면 국가 차원에서 상응하는 지원을 해 주어야 할 것이고, 후자가 원인이라면 접근법을 바꿔야 할 것이다.

대기업이 지방대 출신 학생 채용을 기피한다고 하여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고자 하는 것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가는 그 이유를 밝혀 지방대에서도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역량을 갖춘 학생이 배출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돈이 더 들더라도 지방대학 활성화, 지역 균형발전 등의 차원에서 보면 수도권 대학에 지원하는 것보다 지방대를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6월 2일에 선정한 ‘AI 반도체 융합 인력양성’ 대학은 서울대, 성균관대, 숭실대 등 모두 수도권 대학이다. 대기업이 지원하는 계약학과도 대부분이 수도권 대학에 몰려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원한다고 수도권 학부 증원을 허용하면, 수도권 대학이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 교수를 빼가게 될 것이고, 뛰어난 학생들도 수도권으로 몰려 지방의 첨단산업 분야 학과는 더 빠른 속도로 몰락하게 될 것이다. 수도권 반도체 학과 증원할 허용할 경우, 향후 수도권 대학들의 자체 구조조정 또한 더욱 어려워질 것임이 뻔하다.

만일 석박사급의 고급 인력이 부족하다면 학부 증원은 효과적인 대안이 아니다. 반도체는 융복합 분야여서 관련 학과 졸업생을 모두 따지면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 경우라면 왜 반도체 박사 과정 진학생이 부족한지를 따져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번 반도체 분야 정원 논의를 대학의 첨단학과에 대한 국가 지원을 늘리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기업체를 직접 지원하여 더 저렴한 비용으로 기업체가 필요한 첨단 인력을 공급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우리나라 대학들의 질 및 국제 경쟁력 제고에 역행하는 것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기업 직접 지원형 인력 배출 정책도 대학과 연계 속에서 진행하는 것이 더 큰 틀에서 보면 바람직하다.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는 없다.

대학과 기업 그리고 정부는 머리를 맞대고, 단기적이고 미시적 관점만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까지 고려하며 필요한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바란다. 기업체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학과에 투자하듯이, 대학 졸업생을 가져다 쓰는 기업체가 대학에 대한 직간접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유인책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정책은 첨단분야부터 시작하여,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투자를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고, 차츰 국가 경제 규모에 맞게 고등교육 예산을 늘리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유럽 국가처럼 고등교육비에 대한 국가 부담을 늘릴 때가 되었다.

이제는 외국의 우수 인재 유치에도 눈을 돌릴 때가 되었다. 국내 인재들이 진학을 꺼린다면, 지방대학의 반도체 관련 석박사 과정에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들에게도 국내 학생과 동일한 수준의 재정적 지원을 하고, 졸업 후 이들이 국내 기업에 취업하도록 취업 비자를 발급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면 지방대학과 지역 발전, 그리고 향후 더욱 심각해질 고급 인력 확보난 완화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