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익 마니아들의 취향 성지 ‘키친 205’…MZ세대 몰린다
[카페, 문화가 되다-함평의 브랜드가 된 ‘키친 205’]
할머니의 가게가 브런치 카페 변신
함평 딸기로 만든 딸기생크림케익
시그니처 메뉴로 전국에 입소문
주말이면 함평천 따라 손님 장사진
서울·대전 등 백화점 연이어 진출
할머니의 가게가 브런치 카페 변신
함평 딸기로 만든 딸기생크림케익
시그니처 메뉴로 전국에 입소문
주말이면 함평천 따라 손님 장사진
서울·대전 등 백화점 연이어 진출
![]() 함평군 함평천에 위치한 카페 ‘키친 205’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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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차 ‘키친 205’를 찾던 날, 카페에 들어서자 입장표가 출력되는 기계와 주문 키호스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손님들을 위해 설치했다는 전지현(25·함평 ‘키친 205’대표)씨의 말대로 주말에는 함평천을 따라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특히 인상적인 건 주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고급스런 분위기의 인테리어다.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와 골드톤의 테이블과 의자,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전신거울들이 중세유럽풍의 거실을 보는 듯 하다.
10여 년전 전지은(33)씨는 어머니와 함께 함평 읍내에 브런치 카페를 열었다. 카페라고 해봐야 15평 정도 되는 3층 규모의 작은 점포였다. 하지만 두 모녀에게 이 공간은 매우 각별한 의미를 지닌 추억의 장소였다. 그녀의 할머니가 수십년 간 한복을 지으며 가계를 꾸렸던 삶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던져 놓고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던 곳이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던 할머니의 가게를 비워두기가 아쉬웠던 전씨는 어머니를 설득해 브런치카페를 차렸다. 평소 손끝이 야물기로 소문난 그녀는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메뉴를 개발하는 등 1인 3역을 했다. 가게 주소인 205번지에서 따온 ‘키친 205’라는 근사한 간판도 내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식당 개업은 ‘순탄치 만은’ 않았다. 손수 페인트와 붓을 들고 검정색으로 건물 외관을 리모델링하자 인근 주민들이 다들 한마디씩 건넸다. “아니,무슨 식당을 검정색으로 칠하냐. 망할려고 작정했냐”는, 걱정 어린 조언이었다. 화사한 색으로 해도 모자랄판에 우중충한 검정색이라니. 게다가 국밥집이나 비빕밤이 아닌 파스타와 돈가스 같은 메뉴를 시골에서 팔다니.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도 두 모녀의 ‘도전’에 우려를 나타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엔 주변의 예상대로(?) 모녀의 브런치 카페는 고전을 했다. 젊은이들이 많지 않는 시골에 브런치를 찾는 이들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전씨는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마음으로 좋은 원두와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다. 그녀의 정성이 통했는지 한번 다녀간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하나둘씩 단골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SNS에 그녀의 가게가 오르 내리면서 광주와 목포, 무안 등 외지에서 방문객들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바로 디저트였다. 지난 2014년 부터 후식 개념으로 내놓은 생크림 케익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여느 제과점이나 디저트 카페의 생크림 케익과는 다른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비결은 바로 동물성 생크림.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제과점과 카페는 식물성 생크림을 사용했지만 전 씨가 우연히 TV에서 동물성 생크림으로 만든 카페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카페 일이 끝나면 건물 3층의 집에서 책과 인터넷 등을 통해 새로운 메뉴와 비법을 공부하던 그녀는 동물성 생크림에 자신이 ‘개발한’ 첨가물을 섞어 차별화된 케익을 탄생시킨 것이다.
‘키친 205’의 딸기 생크림 케익은 일약 시그니처 메뉴로 떠오르면서 전국의 MZ 세대들을 함평으로 불러 들이는, ‘대박’을 쳤다. 파워 블로거들의 입맛까지 ‘접수’하며 ‘키친 205’는 급기야 신세계, 롯데백화점의 러브콜을 받으며 광주와 서울, 대전까지 입점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19년 4월, ‘키친 205’는 함평읍 인근에 면적 100평 2층 규모의 카페로 이전해 제2의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예전엔 함평에 가면 한우비빕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지만, 이젠 ‘키친205’의 커피와 케익을 먹고 비빕밥을 먹는다고 할만큼 함평의 뉴 브랜드가 됐다.
“한적한 시골에 있는 카페이지만 분위기 만큼은 ‘촌스럽지’ 않기 위해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우아한 느낌의 샹들리에와 테이블 등에 금박테두리를 넣은 건 그 때문이예요. 군민들에게는 이국적인 카페에서 재충전하는 느낌을 주고, 외지인들에게는 창밖의 들판과 천변을 보면서 일상의 피로를 씻는 공간으로 꾸몄어요.”(전지현 대표)
‘키친 205’는 규모 만큼이나 매출에서도 남부러운 스케일을 자랑한다. 커피와 함께 대표 메뉴인 딸기생크림케익, 딸기 파르테, 딸기타르트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가 높은 ‘3종세트’다. 또한 독특한 이름의 ‘프랑스 할머니 초코케익’과 바스크 치즈케익도 베스트셀러다.
무엇보다 여느 카페와 다른 점은 일년 내내 신선한 딸기를 재료로 만드다는 점이다. 개업 초기에는 함평 농가에서 재배되는 딸기를 공급받다 보니 여름과 겨울에는 다른 메뉴를 개발해야 했지만 전북 무주의 농장과 직거래를 통해 계절에 상관없이 딸기 케익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 일주일에 2~3번 무주에서 공급받는 총 딸기량은 150kg 정도. 한번에 50kg을 공급받지만 1~2일 사이에 품절이 된다.
딸기 소비량이 말해주듯 ‘키친 205’는 주말과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손님들로 연중 문전성시를 이룬다. 카페에 마련된 70개의 테이블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늘 만원사례다. 연인이나 친구들과 함께 온 고객들을 위해선 2층에 별도의 노키즈존(no kids zone)을 마련해 조용한 분위기에서 휴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평일에는 150팀, 주말에는 300~350팀이 다녀간다고 해니 개별 인원을 헤아리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간다.
본점인 함평 뿐만이 아니다. SNS를 타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지난헤 11월 서울 롯데월드 잠실점에 입성한 데 이어 올해 2월 광주신세계, 지난달 27일 대전 신세계백화점에 연이어 진출한 것이다. 첫째인 전리나(35)씨가 광주 신세계 백화점을, 둘째인 전지은씨가 잠실점을 각각 맡고 있다. 이들 세 자매는 카페의 몸집이 커지자 신메뉴 개발에서 부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홍보 마케팅에도 주력하는 등 날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빠르게 맞춰가고 있다. 롯데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콜라보도 ‘키친 205’의 SNS계정이 계기가 됐다.
“카페는 다른 업종에 비해 고객들의 취향이 가장 빨리 변화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젊은 세대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는지, 무엇을 원하는 지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키친 205’가 함평군을 알리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글·박진현 문화선임기자, 사진·‘함평 키친205’ 제공
특히 인상적인 건 주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고급스런 분위기의 인테리어다.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와 골드톤의 테이블과 의자,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전신거울들이 중세유럽풍의 거실을 보는 듯 하다.
![]() ‘키친205’의 2층에 마련된 야외테라스. |
하지만 그녀의 식당 개업은 ‘순탄치 만은’ 않았다. 손수 페인트와 붓을 들고 검정색으로 건물 외관을 리모델링하자 인근 주민들이 다들 한마디씩 건넸다. “아니,무슨 식당을 검정색으로 칠하냐. 망할려고 작정했냐”는, 걱정 어린 조언이었다. 화사한 색으로 해도 모자랄판에 우중충한 검정색이라니. 게다가 국밥집이나 비빕밤이 아닌 파스타와 돈가스 같은 메뉴를 시골에서 팔다니.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도 두 모녀의 ‘도전’에 우려를 나타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엔 주변의 예상대로(?) 모녀의 브런치 카페는 고전을 했다. 젊은이들이 많지 않는 시골에 브런치를 찾는 이들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전씨는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마음으로 좋은 원두와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다. 그녀의 정성이 통했는지 한번 다녀간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하나둘씩 단골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SNS에 그녀의 가게가 오르 내리면서 광주와 목포, 무안 등 외지에서 방문객들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바로 디저트였다. 지난 2014년 부터 후식 개념으로 내놓은 생크림 케익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여느 제과점이나 디저트 카페의 생크림 케익과는 다른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비결은 바로 동물성 생크림.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제과점과 카페는 식물성 생크림을 사용했지만 전 씨가 우연히 TV에서 동물성 생크림으로 만든 카페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카페 일이 끝나면 건물 3층의 집에서 책과 인터넷 등을 통해 새로운 메뉴와 비법을 공부하던 그녀는 동물성 생크림에 자신이 ‘개발한’ 첨가물을 섞어 차별화된 케익을 탄생시킨 것이다.
![]() ‘키친205’의 2층에 마련된 야외테라스. |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19년 4월, ‘키친 205’는 함평읍 인근에 면적 100평 2층 규모의 카페로 이전해 제2의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예전엔 함평에 가면 한우비빕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지만, 이젠 ‘키친205’의 커피와 케익을 먹고 비빕밥을 먹는다고 할만큼 함평의 뉴 브랜드가 됐다.
“한적한 시골에 있는 카페이지만 분위기 만큼은 ‘촌스럽지’ 않기 위해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우아한 느낌의 샹들리에와 테이블 등에 금박테두리를 넣은 건 그 때문이예요. 군민들에게는 이국적인 카페에서 재충전하는 느낌을 주고, 외지인들에게는 창밖의 들판과 천변을 보면서 일상의 피로를 씻는 공간으로 꾸몄어요.”(전지현 대표)
![]()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키친 205’의 딸기초코케이크. |
무엇보다 여느 카페와 다른 점은 일년 내내 신선한 딸기를 재료로 만드다는 점이다. 개업 초기에는 함평 농가에서 재배되는 딸기를 공급받다 보니 여름과 겨울에는 다른 메뉴를 개발해야 했지만 전북 무주의 농장과 직거래를 통해 계절에 상관없이 딸기 케익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 일주일에 2~3번 무주에서 공급받는 총 딸기량은 150kg 정도. 한번에 50kg을 공급받지만 1~2일 사이에 품절이 된다.
![]() 키친 205’의 시그니처 메뉴인 생크림 딸기케익. |
본점인 함평 뿐만이 아니다. SNS를 타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지난헤 11월 서울 롯데월드 잠실점에 입성한 데 이어 올해 2월 광주신세계, 지난달 27일 대전 신세계백화점에 연이어 진출한 것이다. 첫째인 전리나(35)씨가 광주 신세계 백화점을, 둘째인 전지은씨가 잠실점을 각각 맡고 있다. 이들 세 자매는 카페의 몸집이 커지자 신메뉴 개발에서 부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홍보 마케팅에도 주력하는 등 날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빠르게 맞춰가고 있다. 롯데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콜라보도 ‘키친 205’의 SNS계정이 계기가 됐다.
“카페는 다른 업종에 비해 고객들의 취향이 가장 빨리 변화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젊은 세대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는지, 무엇을 원하는 지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키친 205’가 함평군을 알리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글·박진현 문화선임기자, 사진·‘함평 키친205’ 제공